2월 22일 ∼ 28일 ----- 재천·홍여사 데이트 장면 덕에 즐긴 '스텝 봄나들이'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던 2월 25일 새벽, 우리 제작팀은 대통령 취임 행사로 북적대던 여의도를 떠나 서울 근교 장흥에 도착했다. 늘 쫓기는 촬영 스케줄 때문 에 제대로 나들이 한번 못 나가보았을 제작팀들은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했던 봄날 씨에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이날 촬영분은 무뚝뚝한 재천에게 토라진 홍여사(박원숙 분)와 이를 달래려는 재천 (최불암 분)이 서울 근교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 사진도 찍고, 영화 속의 주인공 들처럼 자전거도 타고, 개울가에서 물장구도 치고…. 물론 그런 장면들을 찍어야 했 던 촬영 스텝들도 그 덕분에 재미있는 한때를 보냈다.

특히 사진을 찍는 홍여사와 재천의 촬 영장면에서 두 중년 연기자는 촬영 스텝들마 다 즉석에서 내놓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촌스러운 사진 포즈'를 취해야 했는데, 젊 은 스텝들이 저마다 내놓은 아이디어에 나 역시 웃지않을 수 없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이날 장흥에서의 야외촬영은 너댓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개울가에서 촬영을 하다가 실수로 소품을 담당하는 스텝이 물에 빠지는가 하면, 언 덕배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 NG가 계속 나는 바람에 고생하던 연 기자들…. 따뜻한 날씨 속에서 오랜만에 가졌던 이날의 봄나들이는 아마도 나를 비 롯한 우리 스텝들 모두에게 또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자리잡을 성싶다.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생겨나는 이러한 작은 기억들은 작품이 끝나면 내게 고스란 히 남아서, 다른 작품을 시작할 적마다 또 새로운 밑거름이 되어 준다.

아주 고맙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