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 13일 ----- "처음 찾아온 힘든 고비를 넘기며..."
여느 때와 같이 새벽부터 시작된 야외 촬영.
동규와 수경이 까페 안에서 말다툼을 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니 어느새 자정이 넘고 있었다. 까페 밖으로 나오니 올들어 처음으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까페 안에서 계속 촬영을 하느라고 아무도 밖에서 이처럼 탐스러운 눈이 내리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에 맞는 함박눈. 젊은 스텝들은 비록 촬영 스케줄에 묶여 첫눈 오는 날 애인과의 데이트도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냥 신이 나서 동숭동 거리를 뛰어다니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 역시 가슴이 설ㄹ으니 젊은 친구들이야 오죽했으랴!

그러나 이번 주에 그러한 첫눈의 기쁨과 설렘만 있었던 건 물론 아니다. 보통 50여 회가 넘는 연속극인 경우, 작가들에게는 한차례씩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 그 첫 고비는 전체 진행 중 3분의 1 가량 되는 15회부터 20여 회 즈음에 찾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대 그리고 나>의 경우는 이번 주에 촬영되었던 21회·22회가 김정수 작가에겐 고비가 되는 주였던 것 같다.

극의 전체 스토리 전개가 한창 깊어지고 있는 상태였고, 또한 상대 방송사에선 젊은이들을 겨냥한 주말극 첫회가 방영되는 시점이어서 그 긴장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거기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한파까지…. 어쨌든 이번 주는 작가에게나 나에게나 또한 우리 <그대 그리고 나> 전 스텝들에게 있어 중요한 고비였다.

그러나 막상 완성된 21·22회 대본을 받았을 때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주간 내내 유난히도 힘들었을 작가의 고민이 가슴 찡한 얘기들로 가지런히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 찾아온 어려운 고비를 그렇게 무사히 넘겼다.

그렇게 보자면 이번 주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대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을 생각하며, 긴 열병을 앓고 오히려 부쩍 성숙해진 <그대 그리고 나> 의 다음 회를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