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 12월 6일 ----- "그래도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맛이지!"
10월 11일 가을에 시작한 <그대 그리고 나>가 드디어 겨울을 맞이했다. 12월의 시작과 함께 그야말로 눈물이 핑도는 겨울 첫추위가 온 것이다. 날씨가 춥다 보면 으레 NG도 많이 나기 마련.
맨살이 보이는 짧은 치마가 어째 좀 걱정이다 싶더니만, 촬영 시작되고 30분 남짓 지나자 계속된 NG에 완전히 얼어버린 최진실이 대사가 안 나온다고 내게 구원 요청을 보낸다.
하는 수 없지, 그럼 핑계 김에 모두 5분간 휴식!
연기자가 차 안에서 몸을 녹이는 동안 스텝들은 구석에 모여 담배를 피운다. 어지간히 춥긴 추운 모양이다.

그래도 어디 예전 추위에 비할 수 있으랴!
지금이야 지구 온난화 현상이다 뭐다 해서 겨울도 그다지 춥지 않지만,
내가 처음 연출을 시작했던 77년의 겨울은 정신이 어찔할 정도의 맹추위였다.
한겨울, 야외 촬영이라도 나갈라치면 촬영 스텝 모두는 저마다의 월동 준비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젊음때문이었을까? 촬영장에서 추운 지도 모르고 열심히 큐사인을 외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까지의 옛 생각을 접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자…, 자. 추우니까 우리 딱 한 번에 가자구!"
말과는 다르게, 이 촬영 장면 역시 한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내일은 꼭 2주만에 영덕으로 다시 촬영을 떠나는데, 서울보다 더 차가운 바닷바람에 벌써부터 스텝들의 추위 걱정이 대단하다.

뒤질세라 나도 얼른 한 마디 거든다.
"그래도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