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앉고 걷고 춤추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한다. 단 마리가 인형이라는
걸 믿는 사람 앞에서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풀린 마리는 무대
한 쪽의 그녀만의 자리로 걸어간다. 주인은 곧 밴드가 공연할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악기소리는 나는데 텅 빈 무대. 주인은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온다. 5년 전 나타났다는
연주자는 아무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님들끼리 내기를 해서
결국 한 사람이 그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는 폴라로이드 사진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카페의 사람들은 그래서 '폴'이라고 부른다. 내기에서 이긴
손님의 소원대로 이 카페에는 그 날 이후 장미꽃 세 송이가 항상 놓여있게
되었다. 봉오리, 활짝 핀 장미, 그리고 시든 장미.
대충의 소개를
끝낸 주인은 술을 권한다. 비록 망각의 술이라는 이름처럼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과거의 일 정도는 잊게 해줄 거라고 한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가게 안은 손님들의 소음으로 가득하고 노래 '장밋빛 인생'이 흘러나온다.
주인은 지금 이 순간만 기억하고 있다면 다시 찾아올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한다. 가끔 장밋빛 인생이 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걸 믿고 싶을
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