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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즈음에서 수요예술무대를 이야기하다...
작성일 : 2004.02.18 조회 :
“수.요.예.술.무.대. 500회 축하합니다”(유키 구라모토)

단지, 500회 특집 방송만을 위해 일본에서 막 도착했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는 마치 오랫동안 준비라도 한 것처럼 또박또박 우리 말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출연해 온 수요예술무대와의 끈끈한 인연 덕분인 듯 반갑고 놀라운 순간이었다.
칙 코리아, 케니G, 척 멘지오니, 데이브 그루신, 윈스톤 마샬, 허비 행콕, 사라 브라이트만, 조수미, 신영옥, 스키드 로, 미스터 빅, 본 조비, 브라이언 맥나이트 그리고 500회 방송에서 만나게 될 바비 맥퍼린까지
… 지금까지 거쳐간 세계적인 뮤지션들만 열거하더라도 수요예술무대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가 왔었을 때 갑자기 중계차에서 잼을 시켜서 함께 했는데 좋더라구요”(김광민)

그리고 그 힘은 결코 그냥 굴러온 건 아닌 듯 하다. 녹화 도중 갑자기 떨어진 PD의 요청에 세계적인 뮤지션과의 멋진 즉석 공연, 상상만큼 환상적인 순간이나 이런 공연을 함께 펼칠 수 있는 실력 있는 뮤지션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이나 된단 말인가? 최고의 섹소포니스트 케니G나 기고만장하던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김광민과의 듀엣 연주로 탄성을 질렀다는 후문은 그 배경에 얼마나 든든한 저력이 숨어있는지를 실감케 하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클래식부터 메탈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공연을 위해 완벽하게 준비 되는 라이브 무대 시스템은 한 번 출연했던 뮤지션들을 또 다시 예술무대로 끌어들이는 원초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말도 안되는 진행을 해도 용서해주신 여러분의 애정 덕분입니다”(이현우)

김광민과 이현우의 독특한 진행 솜씨도 수요예술무대가 손꼽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 긴 세월 내내 변함 없이 어색한 표정으로 어눌하게 주고받는 말들이 피로에 쌓인 수요일 깊은 밤에 간간이 미소를 짓게 하는 재미와 기분 좋은 여유를 선사하곤 한다. 좋은 음악 무대를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말을 아껴야한다는 나름의 소신 역시 꾸준하게 지키고 있는 두 남자의 공통된 진행 방식이다.

“이현우씨랑 같이 지내면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둘이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김광민)

1992년 11월 8일 일요예술무대라는 타이틀로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12년의 세월 동안 방송 날 변경으로 인한 가벼운 껍데기의 바뀜은 종종 있었으나 ‘예술무대’라는 알맹이 있는 고집과 그 색깔은 결코 버리지 않은 듯 보인다. 여기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한결 같이 꾸려온 한봉근PD의 연출 의지가 돋보인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가수가 내한 한 적이 있다. 당연히 제작진은 섭외에 들어갔던 걸로 안다. 늘 조용하던 수요예술무대 홈페이지의 시청자 의견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고 정말 그 빅 스타가 출연하는가 보구나하고 내심 좋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대뜸 찾아와서는
“라이브를 안한데…그럼 우리 프로그램엔 나올 수 없지. 나 잘했지?”라고 말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제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라도 출연 요건에 맞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이유, 제작진의 순수한 고집이자 그동안 그 색이 바래지 않았던 수요예술무대만의 미덕이 아닐까?  

오래될수록 좋은 것 중 하나인 친구. 두 진행자의 좋은 인연만큼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수요일 밤 그 모습 그대로 다가와주길 어설픈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500회 특집을 핑계 삼아 수요예술무대의 한봉근PD에게 글을 하나 부탁했다. 나서기 싫다는 PD의 말에 이런저런 회유와 협박(?)으로 허락은 받은 상태이나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법. 2월 25일 방송 즈음에 시청자를 위한 반가운 글이 올라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빌어 공지함을 양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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