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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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트콤 대본론 강의

   2004.09. 22 

나 자신의 면접기와 최근에 입사한 후배들의 수험기를 바탕으로 면접 대비책에 대해 간단히 올려본다.
수험생 여러분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김민식 PD (96년 공채 입사. 한양대 자원공학과 87학번)

- 자신의 페이스로 밀고가라

보통 면접에 들어가서 면접관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시작하면 당황하게 되고, 당황하면 죽음이다. 자기소개서를 쓸때 혹은 대답할 때 오히려 면접자가 미끼를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의 경우 치명적인 약점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려했다.

 면접관 : 김민식씨, 고등학교 내신성적이 7등급이네요?
             (50명중 학급 석차 22등...)
 나 : 사춘기때 방황을 좀 했었습니다.
 면접관 : 대학 학점도 3.0이 안되는데요?
 나 : 사춘기가 좀 길었지요.
 면접관 : MBC 지원하면서 낮은 성적이 걱정되진 않았나요?
 나 : 공부 열심히한 피디들 많으시니까,
       저처럼 좀 놀아본 사람도 하나쯤 필요하지하지 않나요?

아무리 당황스런 질문이 나와도 여유있게 임기응변으로 받아넘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방송 녹화 현장은 예측불확실한 세계이기에,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지않는 피디의 리더쉽을 보여주라.

- 함정을 파놓고 기다려라

5인 1조 단체 면접에 들어갔을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남보다 많은 질문을 받는게 일단 유리하다. 자기소개서에 면접관의 호기심을 자극해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 함정을 파두라. 지원서에 보통 특기 : 영어 취미 : 독서라고 쓸때, 나는 특기 : 독서, 취미 : 영어라고 써뒀다.

 면접관 : 지원서에 오타가 있네요? 특기랑 취미랑 바뀐거 아닌가요?
 나 : (단호한 톤으로) 아니요. 맞습니다.
       (절대 첫마디에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고, 궁금증을 더 유발하라.)
 면접관 : (약간 어이없이) 특기가 독서에요?
 나 : 남들은 취미삼아 책읽을때, 저는 목숨걸고 책읽습니다.
      1년에 책을 한 200권씩은 보거든요.
      (책 많이 읽는건 피디의 필수요건 중 하나다.)
 면접관 : 그럼 영어는 취미루다?
 나 : 문법이나 어휘는 별로 공부안하구요.
       AFKN에서 시트콤 보면서 리스닝 공부하구요.
       팝송 따라부르면서 스피킹 공부하고 있슴다.
       그러다보니 그냥 재미난 취미같더라구요.

싸이코를 뽑는것도 아닌데 너무 튄다구? 책상에 앉아 기획서 만드는 관리직 사원 뽑는게 아니라구요. 쇼코미디를 만드는 PD에게 이 정도는 점잖은거지. 100명 중에 10명만 뽑는거면 또 몰라. 100명중 1명을 뽑을 때는 무조건 튀고보는게 장땡...   


정윤정 PD
(2002년 공채 입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98학번)

- 표현은 쉬울수록 좋다.

어려운 문장을 서술하기보다 재미난 일상어로 편하게 말하라. 학자로서 논리나 문장 구조를 보려는게 아니라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보는 것이다. 논리 위주로 문장을 풀어가기 보다는 에피소드 위주로 사건을 서술하는게 더 쉽게 어필할 것이다. 때론 엉뚱한 질문도 한다. 내 경우는 '오늘 점심은 뭘로 먹으면 좋을까?'하는 예상외의 질문도 나왔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대답하라.

- 열린 생각을 보여주라.

분명 시사 문제를 던져주고 답을 기다릴 것이다. 내 경우, 미군 장갑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자신의 명확한 입장, 주관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항상 자신과 반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경청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라. 그냥 A가 옳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을 끊지말고 A가 옳다고 얘기한 후 하지만 이런 점에서 B의 입장도 고려해야합니다.라고 결론의 여지를 열어두라. TV라는 매체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제작을 한다. 모든 이가 나와 의견이 같을수 없다는 것은 배려할 줄 알아야 연출가의 자격이 있다.


강궁 PD (2003공채 입사.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96) 

- 방송 평론가가 아니라 PD를 뽑는 자리다.

합숙 평가시 특정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모니터링 보고서를 내라고 하든가 특정 장르를 정해주고 프로그램 기획안을 써보라고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방송 평론가를 뽑는게 아니라 방송 제작자를 뽑는다는 것이다. 남의 프로그램을 비평하고 예리하게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그 지적 이후에, 내가 연출자라면 이렇게 바꿔볼 것이다라는 대안 제시가 들어가야한다. 그리고 아직은 연출경력이 전무한 PD 지망생일 뿐이다. 완벽한 정답을 요구하진 않는다. 기획안을 보고 허점에 대해 지적을 받을때 무조건 자기입장만 방어하기보다는 '아, 말씀 듣고보니 그러네요. 그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하고 연출가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대처하라. 

- 떨어뜨리는게 목적이 아니라 붙이는게 목적이다.

'많은 지망생들이 왔는데 그 많은 애들을 어떻게 떨어뜨려야하나.' 이게 면접관의 생각일까? 아니다. '야, 이 많은 애들 중에서 누구를 우리 새 식구로 붙여야하나' 내가 작년에 면접을 보며 받은 인상은 나중에 면접관들이 간부가 되었을때 밑에서 자신들을 먹여살려줄 똘똘한 후배를 뽑으려한다는 느낌이었다. 수세적인 입장에서 무조건 마이너스를 안 당해야지하고 방어적으로 면접을 준비하기보다는, 내가 정말 똘똘한 후배로 일 잘할 테니 나 좀 봐달라고 강력히 어필하는... 공세적 입장에서 면접을 준비하기 바란다
 

끝으로 한마디...

100명중 10명을 뽑는다면, 그건 실력으로 우열이 가려질 수 있다. 100명 중 뽑은 10명이라면, 다들 끼있고 실력있는 이들만 모이겠지. 하지만 그 중에서 다시 한 명만을 뽑는다면? 즉 100명 중 뽑히는 한명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무지하게 따라줘야한다는 것... 최선을 다해 준비하시고,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않더라도 낙담마시길... 운은 노력으로만 해결되는게 아니니까. 사람의 도리는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고 편하게 기다리세요. 혹 안되면? MBC가 좋은 인재를 놓지는 거지요. 다른 기회, 다음 기회에 운을 맡겨보세요. 그리고, 이 글을 보신 후 내년에 후배로 들어오시면... 꼭 절 찾아와주세요. 이 글을 업데이트할 새 면접기 좀 듣게... 그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