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화요일 밤 '사극 전쟁'이 펼쳐진다. MBC와 SBS 양 방송사가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대작 대장금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과 왕의 여자 (극본 윤정건, 연출 김재형)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달 15일 먼저 출발한 대장금 에 이어 왕의 여자 도 6일부터 밤 10시에 방송을 시작, 같은 시간에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장금 과 왕의 여자 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선 기개 있는 여성이 주인공.대장금 은 미천한 중인 출신으로 궁중 요리를 만드는 수라간의 나인 장금이 주인공. 이후 장금은 궁중 최고 요리사가 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남자 의사들을 물리치고 임금 주치의 자리까지 차지한다.
왕의 여자 는 조선 3대 요부로 꼽히는 개똥이(개시)가 전면에 나선다. 역관의 딸로 궁녀에서 일국의 권력자로 자리매김을 한다. 선조의 성은을 입고 후궁이 되지만 결국 선조를 독살하고 사랑하는 광해군을 보위에 올린다.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하게 된 대장금 과 왕의 여자 의 관전 포인트를 3라운드로 나눠 살펴본다.
▲ 1R : 이영애 vs 박선영
지난 달 29일 5부부터 이영애가 투입되면서 대장금 의 시청률은 가파르게 뛰었다. 20% 초반에 머물던 평균 시청률은 5부에서 28.0%를 기록하더니 다음 날엔 29.9%까지 치솟았다. 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한 이영애의 효과를 단단히 본 셈. 이영애의 스타성이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 다만 극중 이영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너무 커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지가 앞으로 인기 유지에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박선영은 이영애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1년 가까이 KBS 2TV 장희빈 에 출연한 후 곧바로 다시 사극에 나선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박선영의 강점은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성격을 잘 읽어내는 탁월한 연기력. 단아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역을 맡아 인현왕후를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2R : 김재형 vs 이병훈
지난 2001년에도 김재형 PD와 이병훈 PD는 한 차례 진검승부를 벌인 바 있다. 김 PD의 여인천하 가 한창 상승세를 구가할 때 이 PD가 상도 로 맞섰다가 완패를 당했다. 당시 여인천하 는 최고 시청률이 50%를 넘는 등 평균 시청률 30% 중반대를 기록했다. 반면 상도 는 평균 시청률이 10% 중반에 머물렀다.
이번엔 상황이 반대다. 쾌조의 출발을 보인 대장금 에 왕의 여자 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또한 이 PD는 허준 으로 63.7%(평균 54.1%)의 가공할 만한 시청률을 올린 공력이 있어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아울러 두 연출가의 스타일도 볼거리. 김 PD가 선 굵은 연출을 선호하는데 비해 이 PD는 경쾌한 흐름을 중시한다. 엔딩 장면의 빅 클로즈업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PD는 연기자들의 감정선을 강하게 부딪히게 하면서 묵직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 반면 이 PD는 섬세하면서도 잔재미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스타일. 특히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스토리라인 개발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 3R : 스케일 vs 스케일
두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는 약 1억 4000만원 선으로 비슷한 규모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5000만∼7000만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물량 공세. 총 제작비로 따지면 50부의 대장금 은 70억 원, 78부의 왕의 여자 는 110억 원에 육박한다. 특히 대장금 은 드라마를 위한 세트장을 따로 짓는 데 1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궁중 연회상 상차림을 위한 음식 재료비에만 1000만 원을 투입했다. 왕의 여자 도 13, 14부의 임진왜란 궁궐 화재신을 위해 경기도 파주에 1억 원 정도를 들여 세트를 지을 계획이다.
한편 대장금 과 왕의 여자 는 출연진만 각각 100여 명으로 방송국의 웬만한 연기자들은 모두 동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