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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엄청난 세락앞에 캠프3구축 일단 보류 2004-04-14 15:58

“캠프3 진출을 목표로 캠프2를 출발한 대원들 앞에
나타난 엄청난 세락이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기 못하게 한다."

 엄홍길대장과 신동섬, 하호성대원이 고도 6900M의 캠프2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베이스캠프를 떠나온지 닷새째다. 너무 깊이 잠들어서였을까. 엄홍길등반대장님의 고함소리에 하호성대원이 침낭 속에서 부시럭거리며 나왔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하는 고소캠프에서의 아침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물을 끓이는 일. 얼음을 녹여 물을 만들고 밥을 하고 아침식사를 마쳤다. 신동섬대원이 고소 때문인지 어제 저녁부터 식사를 전혀 못 하고 있다.

 오전 7:30 캠프2를 떠나 캠프3 루트 개척에 나선다. 출발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의 설사면.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힘겨움이 더 크다. 크레바스도 뛰어넘고, 거대한 아이스 세락도 기어오른다. 설사면을 훑어내리는 냉정한 바람 앞에 뺨은 얼어붙어간다. 너무 춥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발 아래 놓인 구름바다. 높이 우러러 보기만 하던 하얀 산들이 대원들의  두발 아래 놓이자 표현할 길 없는 쾌감에 휩싸인다.

 통상적으로 캠프 사이의 거리는 보통 4~5시간 걸리는 편이지만, 오늘은 루트 개척 작업으로 인해 그 두배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어느덧 날은 오후로 접어들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대원들은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은 없는데, 무엇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베이스에서는 의료를 맡은 남기탁대원이 송용석대원에게 쥬마(등강기)와 하강기를 빌린다. 베이스에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체에 힘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 삼아 캠프1에 못 미치는 해발고도 6000M까지 올라갔다 오기 위해서다. 남대원은 이틀전에는 베이스에서 약 2시간 거리를 하산했다가 온 적이 있다. 그만큼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다. 준비를 마친 남대원이 9시 베이스를 출발한다.

 캠프3를 구축하는 엄대장과 대원 그리고 셀파앞에  떡하니 30M의 거대한 빙벽이 나타난다. 엄대장이 선두로 나서서 빙벽을 오른다. 다른 대원은 확보를 보고 있다. 그리고 한 방울씩 힘을 짜내 긴 빙벽을 올라 거친 숨을 몰아 쉬다 고개를 드니, 그 앞에는 그보다 더 거대한 세락들이 대원들을 가로막고 있다. 날씨는 점점 더 나빠져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 가는 가운데 그 거대한 세락을 넘어야만 캠프 3에 도달할 수 있다.  암담하다.

 오후 4시가 넘었고 눈보라가 또 다시 베이스 전체를 감싼다. 그런데 남기탁대원이 아직 베이스로 귀환하지 않는다. 걱정이 된 대원들이 만원경을 통해 설사면을 찾아 보니 아직까지 벽에 붙어 있다. 송용석, 최광득대원이 따뜻한 꿀물을 보온병에 넣고 마중을 나간다. 하산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나이 60인 남기탁대원에게 어린 후배들의 작은 정성이다. 그리고 1시간여가 지나 세명이 모두 건강하게 베이스로 귀환한다.

 캠프3 진출을 목표로 캠프2를 출발한 대원들에게 나타난 엄청난 세락은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운행한지 6시간이 넘어섰고 날씨는 점점 나빠진다. 더 이상 진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엄홍길대장이 하산을 결정하고 전대원과 셀파들이 베이스로의 귀환을 서두른다.

 베이스캠프까지의 하산이 결정되고 난 뒤의 기쁨도 잠시.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긴 거리를 어떻게 내려가나 막막함이 밀려든다. 오후 2:40분 하산시작. 점점 뒤로 쳐지는 신동섬, 하호성대원에게 엄대장의 걱정이 가득 담긴 고함소리가 무전을 통해 하늘 가득 울린다. 단 5M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가스와 눈보라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니 오후6시 30분. 두대원이 6시간이 넘게 걸릴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네시간만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엄대장의 지시대로 절대 주저 앉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그냥 걸어내려왔기 때문이다.

 5일만에 내려온 베이스캠프와 오랜만에 만나는 대원들의 모습이 너무나 반갑다. 다함께 저녁을 먹고 은은하게 와인은 곁들이며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느라 베이스캠프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얄룽캉원정대 정용권특파원 nico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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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엄청난 세락앞에 캠프3구축 일단 보류

“캠프3 진출을 목표로 캠프2를 출발한 대원들 앞에
나타난 엄청난 세락이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기 못하게 한다."

 엄홍길대장과 신동섬, 하호성대원이 고도 6900M의 캠프2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베이스캠프를 떠나온지 닷새째다. 너무 깊이 잠들어서였을까. 엄홍길등반대장님의 고함소리에 하호성대원이 침낭 속에서 부시럭거리며 나왔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하는 고소캠프에서의 아침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물을 끓이는 일. 얼음을 녹여 물을 만들고 밥을 하고 아침식사를 마쳤다. 신동섬대원이 고소 때문인지 어제 저녁부터 식사를 전혀 못 하고 있다.

 오전 7:30 캠프2를 떠나 캠프3 루트 개척에 나선다. 출발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의 설사면.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힘겨움이 더 크다. 크레바스도 뛰어넘고, 거대한 아이스 세락도 기어오른다. 설사면을 훑어내리는 냉정한 바람 앞에 뺨은 얼어붙어간다. 너무 춥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발 아래 놓인 구름바다. 높이 우러러 보기만 하던 하얀 산들이 대원들의  두발 아래 놓이자 표현할 길 없는 쾌감에 휩싸인다.

 통상적으로 캠프 사이의 거리는 보통 4~5시간 걸리는 편이지만, 오늘은 루트 개척 작업으로 인해 그 두배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어느덧 날은 오후로 접어들고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대원들은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은 없는데, 무엇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베이스에서는 의료를 맡은 남기탁대원이 송용석대원에게 쥬마(등강기)와 하강기를 빌린다. 베이스에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체에 힘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 삼아 캠프1에 못 미치는 해발고도 6000M까지 올라갔다 오기 위해서다. 남대원은 이틀전에는 베이스에서 약 2시간 거리를 하산했다가 온 적이 있다. 그만큼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다. 준비를 마친 남대원이 9시 베이스를 출발한다.

 캠프3를 구축하는 엄대장과 대원 그리고 셀파앞에  떡하니 30M의 거대한 빙벽이 나타난다. 엄대장이 선두로 나서서 빙벽을 오른다. 다른 대원은 확보를 보고 있다. 그리고 한 방울씩 힘을 짜내 긴 빙벽을 올라 거친 숨을 몰아 쉬다 고개를 드니, 그 앞에는 그보다 더 거대한 세락들이 대원들을 가로막고 있다. 날씨는 점점 더 나빠져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 가는 가운데 그 거대한 세락을 넘어야만 캠프 3에 도달할 수 있다.  암담하다.

 오후 4시가 넘었고 눈보라가 또 다시 베이스 전체를 감싼다. 그런데 남기탁대원이 아직 베이스로 귀환하지 않는다. 걱정이 된 대원들이 만원경을 통해 설사면을 찾아 보니 아직까지 벽에 붙어 있다. 송용석, 최광득대원이 따뜻한 꿀물을 보온병에 넣고 마중을 나간다. 하산에 위험하지는 않지만 나이 60인 남기탁대원에게 어린 후배들의 작은 정성이다. 그리고 1시간여가 지나 세명이 모두 건강하게 베이스로 귀환한다.

 캠프3 진출을 목표로 캠프2를 출발한 대원들에게 나타난 엄청난 세락은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운행한지 6시간이 넘어섰고 날씨는 점점 나빠진다. 더 이상 진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엄홍길대장이 하산을 결정하고 전대원과 셀파들이 베이스로의 귀환을 서두른다.

 베이스캠프까지의 하산이 결정되고 난 뒤의 기쁨도 잠시.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긴 거리를 어떻게 내려가나 막막함이 밀려든다. 오후 2:40분 하산시작. 점점 뒤로 쳐지는 신동섬, 하호성대원에게 엄대장의 걱정이 가득 담긴 고함소리가 무전을 통해 하늘 가득 울린다. 단 5M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가스와 눈보라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니 오후6시 30분. 두대원이 6시간이 넘게 걸릴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네시간만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엄대장의 지시대로 절대 주저 앉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그냥 걸어내려왔기 때문이다.

 5일만에 내려온 베이스캠프와 오랜만에 만나는 대원들의 모습이 너무나 반갑다. 다함께 저녁을 먹고 은은하게 와인은 곁들이며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느라 베이스캠프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얄룽캉원정대 정용권특파원 nico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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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