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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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 면세점>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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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종 기자,2008-02-11

<바가지 면세점> 취재 후기

 

  지난 2월 3일 방송한 <바가지 면세점>을 시청해 주시고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분들이 2580 인터넷 게시판에 의견을 올려 주셨고, 몇몇 분은 저에게 전화를 주셔서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들 중에는 지난달 규슈로 단체관광을 다녀오면서 제가 취재한 면세점에서 건강보조식품을 100만원어치 넘게 구입했다는 분도 계셨고, 제가 취재한 면세점으로 관광객을 안내했었던 가이드라고 밝힌 분도 계셨습니다.

 

 단체관광을 다녀오신 분은 저와 통화한 뒤 여행사를 통해 환불을 요청하겠다고 하셨고, 가이드라고 하신 분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직이면서도 일한 대가를 제대로 못 받는 고충을 말씀하시면서, 제가 방송에서 밝힌 커미션 관련 내용은 분명 사실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직접 전화를 주시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리포트에 대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보는 시각과 처한 입장에 따라 평가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관계마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올바른 의견과 평가가 있기 위해서는 먼저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는 제가 취재한 내용과 취재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설명 드리고,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 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어디를 취재했나?

 2580에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면세점 3곳을 취재했습니다. 1곳은 화교가 운영하는 곳이고, 다른 2곳은 한국인 사장 1명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면세점들은 한국 여행업계에서 3위권 안에 드는 여행사를 비롯해 여러 여행사들이 단체관광객을 고정적으로 안내하는 면세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 면세점들은 '후쿠오카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면세점'이기도 합니다.

 

2. 어떤 상품을 비교했나?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는 물건의 면세점 가격과 후쿠오카 지역 시중 매장의 가격을 비교했습니다. 면세점 직원들이 '약'이라고 부르는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세라믹 칼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품목들입니다. 면세점의 간부 직원이 직접 말한 내용이고 관광객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 3대 베스트셀러 외에도, 눈썹 미용기구, 된장 간장 같은 식품류, 휴대폰 주머니 같은 민예 소품도 가격을 비교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관광지 면세점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는 물건의 가격'을 주된 취재 대상으로 삼았고, 그외 다른 물건들로 취재 범위를 넓혔습니다.

 

 

3. '바가지' 그리고 '커미션'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판 대가로 가이드와 여행사에 '커미션'을 제공하는 것은 이미 지난 방송에서 보여 드렸습니다. 저는 '커미션'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면세점이 상품값에 커미션을 전가시키지 않고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커미션을 제공하는 지, 아니면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방식으로 커미션을 제공하는 지를 취재했습니다. 이 부분이 취재의 주요 포인트입니다. 제 취재 결과는 커미션은 바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세라믹 칼은 화교가 사장인 면세점에서 5,000엔 (약 4만 5천원)인데 시중 매장에서 2,990엔 (약 2만 7천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이 면세점은 가이드 커미션으로 1,000엔 (20%)을 제공했습니다. 한국인이 사장인 면세점은 5,000엔짜리 세라믹 칼에 대해 물건값의 30% 정도의 커미션을 제공했습니다.

 

 건강보조식품중 하나인 마카 제품은 한국인이 사장인 면세점에서 석달치가 2만엔, 시중 매장에서 비슷한 제품 석달치는 9천엔 수준이었습니다.

 

 면세점의 마카 제품은 면세점에만 납품이 되는 물건이라 시중에 100% 동일한 제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면세점과 시중 매장에서 제가 산 이 두 제품은 이미 방송에서 보여 드린 대로 일본에서 전문가인 일본인 약사가 “비슷한 내용물의 제품”이라고 했고, 한국에서도 건강기능식품 관련 단체에 문의한 결과 “성분과 열량, 가공 방법 등을 봤을 때 원가 구성에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라는 확인을 받은 비슷한 제품입니다.

 

 이 면세점 마카 제품의 커미션은 51% (가이드 35%+ 여행사 16%)나 됐습니다. 이렇듯 커미션은 바가지로 전가되고 있었습니다. 화장품도 고율의 커미션이 붙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식품류도 시중 매장 가격과 비교해서 제가 취재한 면세점 가격이 25%~46% 수준으로 비쌌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이미 말씀 드린대로 한국인이 사장인 면세점에서 지급하는 통상 커미션은16% (가이드 10%+여행사 6%)입니다. '통상' 커미션에 높은 커미션을 추가로 얹어 주는 상품이 보너스 상품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사는 물건이 바로 이 보너스 상품입니다. 칼, '약', 화장품 같은 보너스 상품은 물건값의 30~50%가 커미션으로 지급됩니다. 커미션이 이 정도인데 물건값이 정상 가격일 수 있을까요?

 

 

 4. 어떤 근거를 갖고 썼나?

 기사는 증거들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먼저 '바가지'와 관련해서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과 영수증, 면세점 사장과 직원들의 말, 후쿠오카의 여러 일반 매장에서 산 물건과 영수증, 일본 주부들의 인터뷰, 취재과정을 담은 녹화테잎 등이 '바가지'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의 형태로 보관돼 있습니다.

 

 '커미션' 부분도 면세점들이 최근에 발행한 여러장의 커미션 명세서, 면세점 담당 직원이 이 명세서를 커미션과 함께 건네는 현장 장면, 그리고 이 면세점으로 관광객을 안내했던 가이드가 커미션에 대해 사실을 밝힌 말 등이 역시 물증의 형태로 보관돼 있습니다.

 

 

5. '바가지'와 '커미션'이 개선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여행사와 면세점이 이번에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진심으로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여행사든 면세점이든 고객인 관광객들의 이익이 첫째일 겁니다. 그래야 관광객이 즐겁게 여행을 또 하고 면세점에 또 들르고 해서 여행사도 면세점도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어떤 관광객이 건강보조식품에, 화장품에 30~50%의 커미션이 포함돼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면세점을 이용하려고 할까요? 또 저는 개인적으로 커미션이 ‘통상’ 10%라고 하더라도, 고객인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동의받는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2580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주신 한 시청자분의 의견은 그런 점에서 되새겨 볼만 합니다.

 

 “여행사나 가이드 분들은 자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이익을 지키는데도 더 신경을 써 주셔서, 앞으로 가격비교를 철저히 하여 자신들의 손님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잘 지켜 드려야 할 것입니다.” (시사매거진 2580 인터넷 게시판 중에서)

 

 시사매거진2580팀 금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