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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의 저녁식사...
당신은
중국인 관광객입니다. 4박 5일간의 한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북경에서
제주를 거쳐 하루를 자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와서 하루 자고
고속열차 KTX를 타고 대전까지 올라왔습니다. 대전에선 전세관광버스로
옮긴 뒤 서울에 도착해 두 밤을 잤습니다. 다시 비행기로 북경으로 돌아갔습니다.
여행기간
중에 당신은 무쩍 바빴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와보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무턱대고 아무 조그만
시장에 들어가 무언가를 사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서울에선
명동거리, 남대문 시장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싶다는 계획도 세웠을 겁니다. 하지만 가이드는 왠지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짧은
일정에 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시장통 -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인 -
에 들어가 흥정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책망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이드는 하루 종일 이 곳 저 곳 관광지로 당신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쇼핑이 하고 싶은데요..." - 가이드는 떠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이 있으니 쇼핑은 그 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가
넘어간, 8시가 넘은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왔을 때 - 피곤한 몸을
달래 정신을 차리고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고 싶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 함부로 밖에 다니면 위험하다" - 가이드는 이렇게
겁을 줬습니다. '떠나기 전에 시간을 준다고 했으니...' 그 때를 기다리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
날이 왔습니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얼마나 사고 싶었을까요? 이제
당신은 본격적인 쇼핑에 나섭니다. 아침 먹고 버스는 인삼 가게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김치가게, 동충하초 가게, 자수정 가게, 토산품 가게.
화장품 가게 등을 들렀습니다. 숨찬 쇼핑의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열지
못했기에 당신은 모처럼 지갑 속을 훤히 비웠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곳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도 있을 텐데'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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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간 뒤 몇몇 가이드 분들 - 관광통역 안내사 - 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위의 경우는 그 분들의 일상에 최악의 상황을 조금씩 섞어
만든 일정입니다.
당신은
중국인 관광객입니다. 일본 관광객도 되고 동남아 관광객도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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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까지는 최대한 쇼핑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미리 돈을 써버리면
안되잖아요" -인삼 가격의, 많게는 60% 가까이가 여행사 수수료가
됩니다. 그 중 일부는 가이드에게 갑니다. '인삼황제' '인삼신'
- 손님에게 인삼을 많이 사게 하는 능력을 가진 가이드를 칭하는
호칭이라고 합니다. 회사에선 이런 인삼황제, 인삼신 들에게 다음의
여행객을 배정해준다고 했습니다. 인삼을 파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이드 A씨는 가이드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중국인 관광객입니다. 이런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할 겁니다. 당신은
사박 오일간의 이 여행을 위해 4460위엔을 지불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6만원 정도 됩니다. 이 돈으로 세 번 비행기를 탔고 기차도 탔습니다.
네 밤을 호텔에서 잤고 12차례의 식사를 했습니다. 관광버스도 빌려
타고 다녔고 비싼 곳은 못 갔겠지만 조그만 관광지는 대충 둘러봤습니다.
서울에선
쇼핑의 기억만 남았습니다. 별로 볼 게 없더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그런 말을 듣고 왔을 수도 있었겠군요. 당신에게 그말을
해준 사람도 비슷한 코스를 거쳐 관광을 했을 테니까요.
물건들은
어떻습니까? 어쩌면 당신이 여행을 마친 뒤 당신이 서울에서 산 물건이
그리 싼 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이드를
욕하게 될 수도 있겠군요. 가이드가 바가지만 씌웠다고, 다음부턴 가이드가
권하는 곳에선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지는 분도 있을 겁니다.
따로
월급이 없는 당신의 가이드는 당신들을 안내한 4박 5일간 7만 5천원의
일당을 받았습니다. 도시 외곽의 싼 호텔까지, 당신이 눈을 부비기도
전에 새벽밥을 지어먹고 첫 전철에 몸을 실은 뒤, 하루종일을
당신에 붙어 챙겨준 대가가 하루 만 오천원이었습니다.
이걸
안다면, 어쩌면 그 날, 가이드가 쇼핑 좀 하시라고 시간을 준 날, -
특별히 살 게 없어서 빈둥거리다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던 걸 미안하게
여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거 사주면 당신 얼마나
받는데... 회사에서 혼 나면 안 되니까 하나 사 줄게" 라고 빈정댔다면
더욱 그러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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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싼 나라가 됐습니다. 비싸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에 가지
누가 한국에 오겠냐고 합니다. 우리 여행사는 계속해서 더 싸게 외국
여행사에 견적을 넣고 있습니다. 덤핑 관광은 계속 심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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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어떨까요? 이제 사양 산업에 속하는 직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체 패키지 여행이 줄어들고 있는데 가이드를 필요로
하겠냐. 혼자 또는 둘씩 와서 발로 겪어보는 한국 여행을 하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이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행
와서 남는 게 고생의 추억이라면 그건 말이 멋있지 사실상 시간을 낭비하는
거라고도 합니다. 혼자 다니더라도 몇 날 중 하루는, 가이드와
함께 한 하루는 여행에 있어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행객이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하는 거, 모르는 것까지 알려주는 것이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라고 합니다.
여행
상품을 다양화하면... 비싸게 가더라도 충분히 둘러볼 시간을
갖고 쇼핑 강요 안하는 여행을 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있을 겁니다. 누가
방울을 걸까요? 가이드도 경쟁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더 좋은
가이드는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도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겁니다. 물론 여기엔 자격증 여부에 관계없이
쇼핑만 잘 시키면 능력 있는 가이드 소리를 듣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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