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취재 후기
제작진이 들려주는 방송으로는 못다한 이야기...
 우왕 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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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웅 기자,2007-07-18

***우왕 좌왕

 

 무엇이든, 홀리게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기 마련. '우측 통행을 허하라!' 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하고자 했을 때, 그건 북한은 오른 쪽으로 걷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 때였다. 통일이 되어 북의 처녀와 남의 청년이 길을 마주하고 걷게 될 때, 왼 쪽으로 걷는 남의 청년은 오른 쪽으로 걸어오는 북의 처녀와 부딪히게 마련... 그렇게 마주치며 인연이 쌓이게 될 때 남남북녀의 연분은 자연스레 생겨날 터이다.

 

 그렇게 생겨나는 연분이 업무에 초래할 지장을 염려한 때문인지,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남한 업체는 이미 남측의 직원들을 상대로 우측 통행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남성인 남의 직원들은 그렇게 우측 통행을 하기에 대부분이 여성인 북한의 직원들과 '자연스레' 마주칠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한다. 물론 가끔씩 급한 일로 길을 달릴 때 남의 남성들은 이 '우측 통행' 원칙을 잊고 좌측 방향을 택하다 북의 여성들과 충돌하기도 하겠다만...

 

 미국에서 공부를 한 어느 박사가 신문 칼럼에 쓴 글. 아이템을 준비하며 또한번 크게 웃은 때. - 이른 아침 뉴욕의 출근길.. 수많은 인파를 헤쳐가며 힘겹게 행렬을 거슬러 오르는 동양인이 있었으니. 이 역시 한국인이었다.  - '헤쳐 가며' ' 힘겹게' '거슬러' 이 각기의 단어들이 묘사하는 그림은 한국인의 올곧은, 저돌적인 돌격 정신의 종합이거니 하겠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 가천 길병원 모 신경외과 의사의 말. 사람의 뇌는 좌반구 우반구가 있어 좌반구는 몸의 오른 쪽을, 우반구는 몸의 왼 쪽을 관장하는데 우반구의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몸의 왼 쪽에 대한 관장 능력이 더 발달해 있다고... 무슨 말인가 하면, 그래서 왼 쪽에서 오는 물체에 대한 인지 능력과 이에 대한 반사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그렇다보니 오른 쪽보다는 왼 쪽을 비워두는 것, 걷는 방향으로 보면 담벼락을 오른 쪽에 끼고 우측 통행을 하는 게 뇌 구조상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

 

 왼쪽으로 걷든지. 오른 쪽으로 걷든지, 편한 대로 걸으면 그만이렷다. 지금까지 왼 쪽으로 걷던 걸, 오른 쪽으로 걷자고 하면 얼마나 혼란이 생길까...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  - 어릴 때, 잘 배운 척을 하고 싶었던 나는 맛있다 를 마딨다로 발음했다.  지금은 마?다와 마딨다가 둘다 맞는 것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지만 그 때는, 극히 일부의 학생들이 마딨다라고 말하곤 했었다 - 대부분의 친구들이 마?다라고 연음을 해서 발음할 때 내가 마딨다라고 발음하면서 느낀 그 '높은 국어 점수의' 간지러움...  그런데 어느 순간, 좀더 철이 들었을 무렵이겠다... 어느 순간 사기로 만든 빽다마를 가지고 운동장 구석 흙바닥에서 '동그랑땡'을 하고 있는 나의 마딨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상당히 튀고 있다 사실을 알기 시작했고. .. 그래서 어느 때는 적당히 마?다라고 발음해주기도 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우측 통행을 실시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길을 어떻게 걸을 것인가? 모르는 사람은 계속해서 왼 쪽으로 걸을 것이고 - 모르면서 정의로운 사람은 우측 통행을 하는 사람과 계속 부딪히면서 그 사람에게 교통규칙을 강의할 것이고, 무식하면서 소심한 사람은 계속 부딪히면서 자기가 착하니까 참는 것이라고 언제까지 참을 것인가 생각하며 사람들과의 충돌 한번 한번을  道를 쌓는 것이라고 여기려 할 것이다.

 

 - 반면 정보에 민감하면서 그걸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 쪽으로 걸을 것이다. 정보 습득에는 빠르나 그걸 그대로 따르는 게 눈꼴 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왼 쪽으로 걷는 것을 고집하면서 어느 순간 오른 쪽으로 걷는 것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도 많이 할 것이다. 모르겠으니 그냥 앞 사람을 따라 걷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가 오른 쪽 또는 왼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생길 때 누가 먼저 피해야 하는지... 만약 부딪혔다면 " 바뀐 규칙도 모르는 이 몽매한 사람아!"라고 소리를 쳐야 할지... "고새 고걸 바꿔 걷는 이 얄팍한 사람아!"라고 중얼대야 할지 모를 일이다.

 

 송파구청이 지난 11일을 우측 통행 시범 실시의 날이라며 캠페인을 벌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왕좌왕과 횡설수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