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감독님은 성공하신 거예요!"

김포에 위치한 한 유료 낚시터 안, <그대 그리고 나> 촬영팀 외에는 좀처럼 낚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낚시터의 한 쪽에 촬영팀과 연기자들이 적당한 자리를 잡느라 분주히 오고가고, 결국 수한과 애주, 두 아이들이 적당히 자리를 잡고 리허설에 들어갔는데….

리허설을 위해 물가에 서있는 연기자들에게 다가가던 최종수 PD,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그만 미끌어지고 말았다. 때마침 최종수 PD의 바로 옆에 서있던 서너 명의 스텝들에 의해 다행히 차가운 물에 빠지는 화(?)는 면할 수 있었다.

이를 옆에서 바라보던 연기자들과 스텝진, 절대로 웃어선 안될 이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야릇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고, 머쓱해진 최종수 감독 역시 흙이 묻은 옷조차 털지 못하고 그저 '허! 허!' 하는 쑥스러운 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몇 분 뒤 낚시터 주인 역을 맡은 조연배우가 리허설을 위해 내려오다가 최종수 감독이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미끌어져 물에 빠져버린 것. 뒤늦게 스텝들에 의해 물속에서 구출(?)되기 는 했지만 촬영 내내 젖은 바지때문에 추위에 떨어야 했고, 전 스텝들과 연기자들 은 참아왔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는데….

처음부터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한 촬영 스텝, 아슬아슬하게 물에 빠질 뻔했던 최종수 PD에게 너스레를 떨며 한마디 한다.

"감독님! 감독님은 그래도 아까 성공하신 거예요!"

<1998년 4월 2일 오후 5시 경기도 김포 '청수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