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바로 써요"

시아버지 문제로 속이 상한 수경이 풀이 죽은 채 퇴근하는 장면.

촬영이 막 시작되자, 아침부터 예사롭지 않던 하늘에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내린 비에도 촬영 스텝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보니 스텝진은 언제 변할 지 모르는 날씨에 대비, 모자 달린 웃옷을 입고 있었던 것. 우산을 찾으며 부산을 떠는 주위 사람들을 보던 한 스텝이 어느 광고 문구를 인용해 자랑스레 하는 말, "우린 비 오면 바로 쓰기만 하면 돼요."
궂은 날씨때문인지 이 날 촬영은 단 한번의 NG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997년 11월 26일 오후 4시 혜화동의 어느 주택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