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그대 그리고 나

S# 41. 홍여사 거실 (저녁)
왁자하게 웃음 소리가 나고 한다. 재천과 영규, 친구 등의 소리도 함께. 

홍여사        언니… 정말 수경이 안 보낼거유?  응? 즈 시집 식구들 다 왔다구,    
              지금! 내가  진짜 피가 마르네,  응? 이에 내가  이게 뭐냐구? 괜히     
              방 빌려줬다가 내가 수명 단축되겠다, 진짜!
하는데 영규가 건너온다. 

영규           교수님 아부지가 좀 건너오시래요!
홍여사         끊어요. 네네 알았어요. 좀 있다가 건너가죠! 네.
영규           아주 신선한 회가 있습니다!
하는데 친구가 들어온다. 

친구           교수님, 제가 모시구 가야겠네요. (들어온다)
홍여사         아니 지금 가요. 제가 먼저 가 계세요! 왜 그러세요? 
친구           회에다 약주 한잔 하세요! 지가 자연산 도미하고 광어 갖구 왔어요!  
               교수님 잡수시라구요!
잡아끌고 실랑이 하고.
S# 42. 수경 신방
밥상이 놓여있다. 

재천          그런데 동규야, 수경이는 출장 어디루 갔냐?
동규          … 부산으로 갔습니다.
재천          이 녀석이 아부지가 왔는데 전화두 안 한다니?
동규          지금 아마… 굉장히 바쁩겁니다… 아까… 연락 있었어요.
친구          글쎄, 일루 오세요! 박선장 내가 교수님 모시구 왔다!
친구와 영규가 홍여사를 끌고 들어온다. 

재천          잘했다! 교수님 일루 오세요!
친구          아니, 이쪽으루 앉으세요!
영규          상옥아, 교수님 잔 하나 드려!
상옥          네! 지금 갑니다!
상옥 눈치 빠르게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 수저 일습해서 갖다 드린다. 

상옥            교수님, 이거 잡수세요!
홍여사          응, 고마워요… 아가씨.
홍여사 앉으며 불편하게 동규를 돌아본다. 동규 모른 척 한다.
S# 43. 수경방
수경, 혼자 불안한 얼굴로 볼펜 돌리며 앉아있다. 애주가 들어온다. 

애주             아가씨… 이러구 계시면 어떡하세요?
수경             … 자꾸 같은 소리 시키지 말아요, 언니. 나 안 들어 간다구요!
S# 44. 수경 신방
왁자하게 웃고 술마시는 재천과 친구, 그리고 영규, 상옥, 민규. 

친구           한 잔만 딱 한 잔만 더 받으세요, 교수님!
홍여사         전 이젠 더 못해요. 싫어요!
재천           교수님 숙제는 하셨어요?
홍여사         네?
재천           제가 지난번에 숙제 하나 내드린 게 있었는데요?
홍여사         아, 네에.
친구           뭔데? 무슨 숙젠대?
재천           넌 알 것 없어, 임마!
등등하는데 전화가 온다. 

동규            여보세요?
수경부E         자네 일루 좀 오게, 내가 할말 있으니!
동규             ….
수경부E         지금 당장 와!
동규             ….
S# 45. 수경 거실
동규가 들어온다. 수한이가 문 열어준다. 

동규            … 죄송합니다, 형님?
수한            나한테 죄송할 건 없구, 들어가 봐….
동규 무거운 마음으로 안방으로 간다.
S# 46. 수경방
수경 버티고 있다. 

수한            야, 미스타 박 왔다, 내려가 봐.
수경            싫어요.
수한            빨리!
수경            싫다니까!
하는데 문 열리고 수경모 들어온다. 

수경모           빨리와! 너!
S# 47. 수경 안방
수경 들어가니 동규가 와있다. 수경부가 앉아있고. 수경모가 수경이 들어간다. 수경 앉는다. 

수경부           내, 길게 얘기 안 하겠어. 그러니 잘 들어….
모두 긴장해서 듣는데. 

수경부           두 사람… 이혼해라.
수경모           (놀라서 본다) 여보?!
수경 동규도 놀라고. 

수경부             헤어져!
수경모             여보, 말씀이 지나치시잖아요? 
수경부             이건 내가 니들 겁주려고 공연히  하는 말이 아니구, 진심이야.   
                   요 며칠 느이 두 사람 하는 걸 보니 느이들 길게 해로 못 하겠  
                   어.
동규 수경 듣고. 

수경부           … 이왕에 오래 못  살거면 지금 헤어지는데 나아.  서루 아직 호    
                 적두 깨끗하구, 자식두 없구 괜찮아!
동규             장인 어른.
수경부           뭐 구구한 변명 듣구 싶지두 않구, 깨끗이 관둬! 서루!
수경             …(울먹)
수경부           동규는 아직 한 가정의  가장이 될만한 준비가 덜  되어 있구, 수    
                 경이두 마찬가지야. 둘다 아직 가정을 이루구 살기엔  미성숙이야  
                 관둬.
동규 수경 듣는다. 

수경부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게 진짜야. 둘다 다음번엔 실수  안  
                 하구  상대를 고를 수 있을 거야.
수경, 울고 싶다. 

수경부            이젠, 이혼이 뭐 그렇게 크게 흠이 되는 세상두 아니잖아? 백년   
                  천년 살 인생두 아닌데, 구질구질하게 울구짜구, 싸워가며 살 거  
                  없어, 그러지 마!
수경부 일어난다. 

수경부            시기두  지금이  좋아! 선거다,   연말연시다, 떠들썩할  때, 슬쩍            
                  해치워!
두 사람 정말로 권한다 싶다. 

수경부            뭐 길게 갈 것두 없구 여기서 정리해! 둘이 지금 얘기 끝내!
수경모            (겁먹었다) 여보, 농담이시죠?
수경부            당신은 나를 삼십년 넘겨 보구두 아직 모름니까?
수경부 진심으로 말하고 나가버린다. 수경 동규 앉아있다.
S# 48. 친정 거실
수경부 나온다. 

수경부            얘, 나 술한잔 따끈하게 데워다오.
애주              네, 아버님.
수경부            (마음이 씁쓸하다)
수경모 나온다. 

수경모            여보….
수경부            나 당신 얘기 듣기 싫어요. 피곤하니까 말걸지 마세요.
수경모            여보… 애들을 말려야지. 이게 뭐예요? 
수경부            당신두 수경이 이혼하기를 바라면서 뭘 그래요?
수경모            내가 언제요? 이이좀 봐, 사람 잡겠네!
수경부            … 딸이 시집가서 잘 살기를 바라는 엄마가 아냐, 당신은.
수경모            내가 뭘 잘못했어요?
수경부            평생 당신이 밉다구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나 요즘   
                  당신 미워요. 밉습니다.
수경모            …(무안)
HOME
NEXT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