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25. 포구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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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포구사이를 두리번 거리며 다닌다. 배들 정박해 있는 근처에서 바다를 바라
보고 있다. 친구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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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여기 있었으니 보이지가 않지, 야, 오늘 저녁에 시간낼 수 있지?
재천 … 뭐하러?
친구 동창들이랑 송별회자리 만들어야지.
재천 야, 너 나 서울 올라간단 말 하지말랬잖았어?
친구 그래두 알면 섭섭해들 할텐데?
재천 속 시원들 하겠지 뭐! 나 아무두 안 만난다?
조용히 사라질 거니까. 그렇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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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나 올라간다?
친구 오냐, 내일 몇시에 출발할 거냐?
친구 이따 올라갈게.
S# 26. 모델학원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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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져 마이크를 잡을 때는 너무 꽉 잡지말구,
또 손가락을 이렇게 세워서 잡아두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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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져 그리구 숫자를 셀 때는 이렇게 손가락으루 확실하게 표시해야 합니
다! 예를 들면 삼같으면 먼저 손으루 이렇게 삼을 가리키고 말두 삼
하는 거죠. 따라해 보세요!
매니져 마이크를 왼손으루 잡았을 때는 이렇게 왼발을 내밀고,
오른손으로는 가볍게 지시하면서 하는 거가 보기좋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기 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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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가 상옥을 팔꿈치로 친다. 상옥, 후다닥 정신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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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져 미소!
상옥 미소!
매니져 잘했어요!
S# 27. 모델학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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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과 옥주가 같이 나온다. 수경이 옷을 든 쇼핑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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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 너 왜 그러니? 또 아부지 때문이야?
상옥 응, 울 아부지 혼자 굶구계시나 부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마음이 자꾸
불안하지.
옥주 하이구 천하에 효녀났네! 야, 일어나! 빨리 가자!
니네 새언니 이 옷 찾으면 어떡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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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 왜?
상옥 나 우리 작은오빠한테 한 번 들렀다 갈게.
옥주 같이 가자.
상옥 …내가 너 생각해서 말하는데, 우리 작은오빠한테 침 바르지마! 그 인
간 말짱 헛폼이야, 너 알잖아?!!
옥주 그래두 좋아! 가자!
S# 28. 영규 지하방
영규 아부지, 진짜 오신단 말야?
민규 그렇다니까!
영규 야… 형 유능하다! 근데, 형수 반대 안 했대?
민규 형수랑 얘기 끝났다구 큰형이 그랬어. 형수, 지금 출장갔어.
영규 혹시 출장, 아니구 가출 아냐? 아부지 오신다니까?
민규 아냐! 큰형이 아주 자랑하던데? 회사에서 형수가 유능하대.
영규 등신! 아니 자기 마누라 자랑을 하더란 말야, 너한테?
민규 자랑할 만해서 하는 건데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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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동욱이 안내하여 상옥과 옥주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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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일루 오세요, 여기예요.
영규 (기겁해서 놀라며) 누구야? 재 혹시 시연이 일루 데리고 오는 건 아니
겠지?
동욱 형, 손님오셨어.
영규 (긴장하는데) 누구야?
옥주 영규 오빠, 안녕하세요?
영규 (안심하고) 어, 너니? 들어와라.
옥주 상옥이가요 아부지 때문에 울구불구해요, 요즘.
상옥 오빠….
민규 누나! 아빠 오신다? 서울에?
상옥 진짜? 언제 오는데?
민규 곧 오신대! 큰형이 그랬어!
상옥 (풀적 뛰며) 너무너무 잘됐다! 민규야! 옥주야! 너무너무 잘됐다!
영규 야, 좀 가만있어! 동욱아, 넌 안 가구 뭐하니?
동욱 아, 형… 뭐 쥬스라두 좀 갖다드려요?
영규 것보담 동욱아, 니네 누나집에 심부름 가는 거 니가 좀 가면 안되겠
니?
동욱 안되지, 형… 나 면허 없잖아? 엄마가 운전하면 그날루 나 이거랬어!
영규 하, 그 자식, 그 쉬운 운전시험을 일곱 번 떨어진 용사다, 얘가!
동욱 치! 형, 너무 그러지 맙시다?
영규 그래두 공부는 잘해! 2호선 타구 대학 다닌 애다, 얘! 상옥아…!
상옥 2호선 타고 다니는 대학같으면… 어디랬지? 아, 낙성대!
동욱 하하, 유머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상옥씨?
S# 29.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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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가 이삿짐을 꾸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작은고모가 신문지에 싼 돈뭉치를 재
천에게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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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모 오빠… 이거 챙기세요. 천오백이예요.
재천 어, 그래.
작은고모 우리 비싼 셋집 얻는 거다. 알구계세요? 오빠?
재천 그래. (웃고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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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박스들이 들어와 있고, 보따리 노끈 등등이 가득한 방안이다. 낡은 미싱을 싸
는 큰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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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누님, 그건 빼라니까요!
큰고모 이 사람아 그래두 이게 동규 엄마가 쓰던 건데 요새 이런 물건은 없
어. 그 사람이 부잣집 딸이니까 그때 촌에서 이런 혼수 해갔지, 참
어디 구경이나 했었나 그때 이런 것?
작은고모 그래요, 오빠, 갖구가세요. 동규두 즈 엄마 유품 한 개쯤은 갖구 있
어야죠, 뭐.
재천 집이 좁아요, 지금. 그거 다 들여놓을 때가 없다구요!
큰고모 아 언제까지 좁은 집에 살 거야? 곧 동규가 큰 집 사구 살 거 아닌
가! 둘이 버는데! 아뭇소리 말구 내 시키는 대루 해!
작은고모 오빠는 그냥 나가 계세요! 우리가 다 알아서 꾸릴테니까!
재천 누님, 알아서 하슈! 자꾸 그렇게 쓸데없는 것 챙기면 가다가 다 물에
빠트려 버리구 갈 거니까!
작은고모 언니는 자꾸 왜 오빠 비위를 건들여요?
큰고모 미워서 그러잖니 미워서! 세상에 그 많던 살림 다 망해먹구 이게 뭐
냐? 아이고 남 부끄러워! 위세스러!
S# 30. 영덕집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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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나와서 허접쓰레기들을 불태운다. 마루에 앉았다가 다시 마당 끝으로 나가서
바다를 내다보며, 담배 한 대 피워문다. 고향을 떠나는 감회, 느끼며, 뱃고동이 붕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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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31. 수경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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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와서 달랜다. 수경, 노트북으로 일하던 중이다. 수경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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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언니 얘 보내요! 어떡할려구 그래!
수경모 안가는 애를 내가 무슨 수루 끌구 가니? 난 몰라, 얘!
홍여사 언니두 지금 보니까 참 이상한 사람이네? 아니, 수한이 색시 싸우구
친정 갔을 때는 가정교육 운운 하면서 흥분하더니, 이건 뭐유?
수경모 내가 언제 그랬니, 얘?
홍여사 …그만둡시다…. (핸드백을 들고 일어나며) 내가 남의 일에 괜히 혼자
방방 뛰구 이게 뭐야? 좋아! 나 이 순간부터 일절 터치 안해!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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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잘가라. (해놓고는) 얘, 너 들어가, 일단, 응? 들어간 다음에 대책을
같이 생각해보게.
수경 싫어 엄마! 나 동규씨한테 지는 것 싫어! 자기가 여기와서 싹싹 빌구
한 대두 싫은데 지금 그 남자 나한테 하구 나오는 거 봐요! 와전 싹
무시하잖아!
수경모 회사에선 어때?
수경 시침 딱테니 뭐. 나한테 눈길 한번두 안 줘!
수경모 너는?
수경 나두 그랬지 뭐. 내가 왜 져?! 근데 왜 아빠는 아무 말슴두 안하셔?
사람 불안하게?
수경모 속상하시니까 그렇지, 뭐! 아이구, 어떡허냐, 이거?
S# 32. 영규 지하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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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낡은 전기 히터 하나가 켜진 방이다. 영규, 오돌거리며 떨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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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냉장고두 아니구 바루 냉동실이네, 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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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이구, 추워라….
영규 여보세요?
시연 지금 뭐해, 영규씨?
영규 응, 난 지금 난방 온도를 너무 올렸더니 더워서 창문 열어놓구 식히
구 있어! 넌 뭐하니?
시연 나두 지금 창문 열구 바깥 경치 보고 있었어. 눈 올 것 같지 않냐?
영규 그래? 눈오면 좋겠다, 그지?
시연 우리 스키장 갈래? 눈 오면?
영규 좋지, 뭐! 스키장… 좋오겠다…!(이가 달달 떨린다)
시연 무슨 소리야, 이거?
영규 아냐, 나 지금 목욕물 받으니까, 나중에 또 전화해?
시연 그래, 안녕!(끊는다)
영규 안녕!
영규 아, 제기! 있는 인간들이 더 무섭다니까! 지하실 방에 라지에타 하
나 더 빼면, 그깐게 뭐 얼마나 든다구! 아, 추워!… 미숙이 방 아
랫목은 뜨끈뜨끈했는데, 으으으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