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그대 그리고 나

S#1. 홍여사 마당 (밤)
민규가 키로 문을 따고 막 이층 문으로 들어온다. 민규, 오다 보니 자기네 방쪽에서 수경이 배게를 들고 씩씩거리며 나온다. 화난 표정으로 홍여사 마 당을 가로질러 가는 수경. 

민규            ?
수경, 유리문을 소리내며 여닫고 들어가버린다.
S#2. 홍여사 안방
이부자리 깔린 방에서 홍여사 얼굴을 요란스럽게 때려가며 저녁 피부정리 중. 

수경            (밖에서) 이모!
홍여사          어, 왜?
수경 , 문 열고 들어온다. 

수경            나 여기서 자두 되지?
홍여사          야, 니네 방에 가서 자! 안돼!
수경            좀 재워줘.
하고는 벌렁 누워버린다. 

홍여사          얘가 신랑 두구 너 이거 뭐하는 짓이야? 그러지 말구 너 가?
수경            좀 재워줘요. 저 남자 꼴보기 싫어서 같이 못 자겠어!
수경, 누워버린다. 

홍여사          얘 좀 봐? 너 이러면 안돼! 싸움 좀 했다구 벌써 딴 방을 
                쓰면 어떡할려구 그래, 얘가? 얼른 가, 너!
S#3. 수경 마루
동규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려고 컵에 물을 따른다. 민규, 들어오다가 동규가 서 있는 걸 알고 주춤한다. 

민규            다녀왔습니다….
민규, 고개 좀 숙이고 얼른 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동규            너 저녁 먹었니?
민규            …네… 일하는 가게에서 줘요….
동규            뭐하니, 거기서?
민규            …
동규            음식 배달 같은 거 하구 그러니?
민규            …네….
동규            미술학원은 어때, 다닐만 해?
민규            네.
동규, 방으로 들어가고, 민규 들어가려는데 삐삐가 울린다. 

민규            (보다가 어떡할까 생각해 본다)
S#4. 시연방
시연, 전화기 들고 전화 오기를 기다린다. 안 온다. 재즈만 들으며 앉아있다.
S#5. 수경 친정집 거실
애주가 혼자서 동규가 준 명함을 보고 있다. 수경모가 기운없이 나온다. 

수경모         수한이 아직 안 들어왔니?
애주             네.
수경모         그게 뭐야? (소파로 와서 앉는다)
애주             지민이 고모부가 주고 간       명함이예요.
수경모          ?
애주            …아마 지민 아빠 재고품 정리 도와줄려구 했나 봐요, 어머님.
수경모          (받아서 본다)
애주            백화점 영업 이사한테 가는 소개장이에요….
수경모          …이걸 박서방이 주고 갔단 말이냐?
애주            네, 아마 이것 전해주러고 왔었나 봐요. 지민이 고모부.
수경모          (그런 걸 내가 그렇게 했구나…) (명함 확 내리며) 하이구,
                오지랍두 넓다! 아니, 지 코가 석자인 주제에 누구 걱정을
                하구 있어!
하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애주가 급하게 가서 전화기 든다. 

애주            당신이예요?
수한            (고함) 그래, 나다! 부도 인간, 윤수한이다! 왜?
애주            (얼른 문 따주며) 어머님… 술 마셨나 봐요. 들어가세요.
하는데 수한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팝송 부르며 오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맛을 내서 부르는 노래. 

수경모          하이고! 가수 나왔구나!
애주            들어가세요, 어머님.
수경모          얘 너 쟤, 팍팍 긁어놔라! 재. 지금 노래 부를 때니?
정말 화나서 말하고 들어간다. 수한, 여전히 폼 재며 노래하며 들어온다. 어디 단란주점에서 놀다 온 뒤끝 같다. 

애주            여보, 조용히 해요! 아버님 주무세요.
수한            야, 부도난 인간은 노래두 못 부르니? 시끄러!
하고는 소파에 크게 앉는다. 

수한            야, 물좀 줘!
애주            야?! 여기 야가 어딨어?
하고는 물 가지러 주방으로 간다. 

수한            너무 그러지 마라! 당신은 내가 불쌍하지두 않니? 요즘
                완전히 불우이웃이다, 내가! 엊그제까지 내밥 얻어먹구
                내술 얻어먹은 자식들한테 거꾸루 동정을 받는다구, 내가!
애주            (급히 물잔 갖고 나오며) 이것 좀 봐요! (명함 준다) 당신
                주라구 애들 고모부가 주구 갔어.
수한            그 촌놈이 뭘 줘? (물마시고 받는다) 내가 이게 보이니
                지금? 당신이 읽어봐.(버려 버린다)
애주            여보! 우리 돈 벌어야겠더라! 우리 지민이가 나중에  돈 없어 처가집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난 아마 혀 깨물구 죽을 것 같아!
S#6. 친정 안방
수경부, 책을 보고 수경모는 앉아서 생각을 한다. 

수경부          자리 안 펴요?
수경모          잠깐만요.(전화기)
수경부          늦었어요, 어디다 전화 할려구 그래요?
수경모          수경이요, 어떻게 하기루 했나 궁금하잖아요.
전화기를 끌어온다.
S#7. 홍여사 안방
홍여사, 아이크림 등 정성스럽게 바르고 하는데 전화가 온다. 

홍여사          누구지? 여보세요?
수경모E         얘, 수경이 걔네들 어떡하구 있니?
홍여사          응? 뭐 지금…? 그냥… 그래.
수경모          걔네들 혹시 싸우지 않더냐?
홍여사          언니 돗자리 깔아야 겠수?
수경모          싸웠구나… 지금은 어떻니, 자니?
홍여사          수경이 여기 있어, 언니.
수경모          왜? 아니 왜 거기 있어?
홍여사          몰라, 직접 물어보슈. 야, 엄마야.
수경            나 자요, 이모.
홍여사          언니… 잔다구 그러래, 얘.
수경모          얼른 지들 방에 가서 자라구 그래. 그러는 거 아니라구!
홍여사          벌써 여러번 했지. 그래두 안 들어, 얘 이혼하겠다는데?
그 말에 수경, 발딱 일어나 앉아 눈을 흘긴다. 

홍여사          발딱 일어나 앉는 거 보니까 이혼은 안하겠수, 언니.
수경            이모!…
홍여사          언니, 바꿀게? 야, 받아!
수경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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