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5. 재천 안방
재천 영규 이놈은 어째 변변한 연락처 하나두 없는거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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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애가 타서 상옥의 행방을 수소문해보는 중이다. 물을 벌컥벌컥 마신
다. 물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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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이 자식이, 이거 돈두없이 도대체 어디루 가버린 거야! 날
은 추운데!
S#16. 헤어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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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타일이 바뀐 상옥.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브릿지도 들
어가고 한 모델풍의 세련된 머리 모양. 미용사가 만져주는 동안에도 상옥의
굳은 얼굴은 펴질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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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마음에 드세요?
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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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제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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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당황하며 달랜다) 어머, 손님! 이쁜데 왜 그래요?
미용사 오디션 보신다면서요? 이 이상 너무 튀면 안돼요!
상옥 (겨우 눈물을 참는다) 상관마세요! 머리 때문에 그러는거
아니구 울 아부지 때문에 그러니까!
상옥 제 이름이 박상옥이거든요?
미용사 네?
상옥 기억해 두시라구요! 제가 곧 유명해질 거든요!
S#17. 이대앞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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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그 머리 모양으로 나와서 노점에서 악세사리를 고른다. 이것저것 골
라낸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다시 응시한다. 구두도 노
점에서 흥정을 한다. 길거리에서 신어보고 바꿔 신어보고 하는 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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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 나레이터 모델 학원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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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거나 뭐 좀 작은 소규모의 양성기관. 상옥친구 옥주가 상옥을 기다
리고 있다. 옥주 시계보고 하는데 상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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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김옥주!
옥주 (보고) 상옥아! 어머, 기집애 이뻐진 것좀 봐!
상옥 내가 원래 한얼굴 하잖아? 근데… 여기야?
옥주 응!
상옥 여기 진짜 취업률 높아?
옥주 그렇다니까! 근데 너 수강료 만들었어?
상옥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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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에서 돈을 꺼낸다. 첫번째 봉투에서 30만원을 꺼낸다. 두번째 봉투에
서 한 이십만원 등등을 꺼내서 봉투 쫙 찢어서 꺼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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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두달치 70만원이랬지? 갖구 왔어!
옥주 무슨 봉투가 이렇게 여러 개냐?
상옥 진짜, 이거면 전부 끝나는 거지?
옥주 그렇다니까! 강습비, 실습비, 사진비, 매니저비 다 포함된
거야! 근데 너 어제까지 돈 안됐다구 징징 거렸잖아?!
어떻게 된거야?
상옥 다 수가 있지! 가자!
옥주 혹시 어디서 훔쳐온 건 아니겠지?
상옥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그건 며느리두 모른다구?!
S#19. 바다
S#20. 재천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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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30만원을 갖구가?
작은고모 네, 글쎄 저한테 와서 아부지가 급하게 쓸 일 있다구 보냈
대서 전 그런가 부다 하구, 줬죠?
재천 허허.
작은고모 그것 말구 또 갖구간 거 있어요?
재천 없어.
작은고모 그럼 겨우 그 돈갖구 서울 갔단 말이예요?
재천 글쎄 말이다.
작은고모 동규한테 연락해 봤어요?
재천 거긴 안 왔대, 거기 갔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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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예! 너 그거 무슨 소리냐? (작은고모 보고) 누이도 있었네?
작은고모 네, 어서 오세요….
재천 무슨 소리가 뭐야?
친구 아니, 도꾸, 팔려면 나한테 넘길 일이지 왜 약국집에다 넘
겼냐?
작은고모 도꾸 팔았어요? 저기 있잖아요?
재천 너 그거 무슨 소리냐?
친구 몰라?… 어쩐지 이상하더라!… 상옥이 어디 갔냐?
작은고모 상옥이가 개 팔아 먹었어요?
친구 …약국집에 와서 그러더래! 식구들이 죄 서울루 이사를
가는데, 개를 데리구 갈 수가 없으니까, 사라구. 30만원 받
아가면서 지금은 데리구 가지말구 즈이가 이사가는 날 끌
구 가라구!
재천 허허!
친구 약국 최사장이 원래 느이 도꾸한테 잔뜩 눈독 들였었잖아.
욕심에 덜컥 돈을 줘 보내놓구나니까 좀 이상한 생각이 들
었다며 슬그머니 나한테 묻잖아, 시방?
재천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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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조금 안심이다. 작은고모 가려고 일어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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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모 아니 오빠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겨요? 기가 막혀 죽겠
구만!
재천 됐다! 어디서구 굶진 않겠다, 우리 딸! 하하하!
S#21. 나레이터 모델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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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나레이터 모델이나, 컴패니언, 즉 안내요원이 필수적으루
갖춰야할 기본 에티켓을 먼저 몸에 익히셔야 해요! 우선,
안내석에 섰을 때는 반듯하게 허리를 똑바로 펴고 있어야
해요! 무릎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이 피곤하다
구 구두를 벗거나 굽을 눕히거나 하는 일도 결코 해선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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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마이크를 들고 안내를 할 때두 주의할 게 많아요! 우선 시
옷 발음을 낼 때는 마이크를 약간 뒤고 빼고, 미음 발음을
낼 때는 거꾸루 마이크를 조금 당겨서 소리를 냅니다! 그리
구 마이크 끝이 스피커 쪽으루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왜냐면, 잡음이 생길 소지가 있거든요. 자, 다같이 해봅시
다! 시옷!… 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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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옥주 열심히 따라해보고 상옥 눈이 반짝반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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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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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가서 밥 먹자니까, 왜 이래, 이 사람이?
재천 글쎄 걱정마시구 내려가 누님이나 잡숴요! 내가 해먹어요!!
큰고모 알았어! 굶든지 먹는지 어디 맘대루 하게!
친구 안녕히 가세요.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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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아, 어디 괜찮은 여자 있나 좀 알아봐 줘, 이 사람아!
친구 그런 여자 있으면 지가 먼저 가죠! 누님, 말나온 김에 어디
쓸만한 여자 있나 좀 알아봐주세요. 전요, 다른 건 안봐요.
그저 테레비에 나오는 김창숙이나 고두심이 있잖아요? 그
런 스타일이면 전 딱, 되걸랑요?
큰고모 그런 사람들이 눈이 삐었나? 자네한테 오게?
친구 아니 물론. 그런 사람들이야 언감생심이구요, 그런 타입,
여자는 그저 그런 여자가 최고걸랑요!
재천 너 안바쁘냐?… 가라 어디 홀아비가 해주는 밥좀 얻어먹
구 자자, 해 봐라!
S#23. 미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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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그 자세 그대로 길게 앉아있다. 방안의 물건들을 찬찬히 보고 있다.
자기가 준 동물인형, 나물자루들, 이부자리 등등. 인형을 눌러보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영규, 얼른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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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여보세요.
하는데 ,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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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미숙이구나!) 너 미숙이지? 미숙아! 말해, 어떻게 된 거야?
거기 어디야?
미숙 …여기 외가집이야.
영규 거기 왜 갔어?
미숙 …
영규 너 어떻게 된 거야? 했어, 안했어? 안하구 그냥 갔지?
미숙 걱정마… 오빠 바라는 대루 했으니까.
영규 정말이야?
미숙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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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우리 인제 만날 필요 없잖아? 나 의심스러워 그런 거라면
안심해.
영규 (안심하고)…야, 임자… 그러구 가버리는 게 어딨냐?… 언제
올 거니 이쪽으루?
미숙 여기서 며칠 쉬다가 갈 거야. 외숙모가 그렇게 하래…
영규 그래, 알았어… 자식… 뭐 맛있는 거라두 사먹여줄려구 했
는데!
미숙 오빠…잘 살아….
영규 그래, 너두 다 잊구 잘 살아라! 행운을 빌께… 끊는다….
영규 …고맙다 미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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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진심으로 고맙다. 주먹을 불끈 쥐고 밝은 얼굴로 일어난다. 나가려다
가 자기가 흐트러놓은 것 대강 정리좀 하고 방안 한번 둘러보고 거울에 얼
굴 한번 비춰보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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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 큰나무 뒤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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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미숙집에 나와서 휙휙 걸어간다. 영규가 완전히 가버린 뒤에 슬그머
니 얼굴 조금 나타내는 미숙. 미숙, 보다가 영규 완전히 가버린 것 확인하
고야 천천히 고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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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5. 미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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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들어온다. 지친 듯 앉는다. 그러다가 문득 지갑에서 뭔가 꺼내보다가
벽에다 붙인다. 기도하는 아기 천사의 그림. 미숙 평화로운 얼굴로 보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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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6. 동욱집 문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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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피곤한 얼굴로 와서 겉옷을 벗고, 전화한다. 동욱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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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옥 시연아, 나다! 시골에서 막 오는 길이야! 보구 싶은데 잠깐
얼굴 좀 볼까? 오케이… 그럼 나 샤워하고, 옷두 좀 갈아입
구… 응, 한시간 뒤에 지난번 거기서 만나자.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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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내 휴대폰 이리줘. 형.
영규 아, 짜식 . 쩨쩨하긴! 자! (준다)
동욱 근데 형, 그 쭉쭉빵빵하구 만나기루 했어?
영규 응!
동욱 …그래두 되는 거야?
영규 뭐가 임마? (힐끗 보다가 화내며) 뭐가 되구 말구 하느냐
구?!
동욱 아냐… 참 전화 왔었는데, 형이라데?
영규 우리 형?
동욱 몰라, 전화 좀 해달래.
영규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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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나가려는데 영규 동욱을 좀 관리해야겠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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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동욱아….
동욱 ?
영규 …항상 감사하다, 너한텐! 내 언제구 너 웬수 갚아줄게!
동욱 알았어, 형. 근데 내 향수 스킨은 쓰지마?
영규 저 자식, 저거 관리 좀 확실히 해야겠는데? (샤워하려고 준
비하며) 근데, 형이 왜 전화했지? (벌렁 누우며) 아이구 모
르겠다. 내일 연락하는 거구!
S#27. 홍여사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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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막 들어오는데, 동규가 기다리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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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일요일인데 너 어디 나다니구 그래?
민규 …
동규 너 상옥이 어디 있는지, 알지?
민규 누나 서울 왔어요?
동규 …그래.
민규 그럼 아빠 혼자 계시겠네? 언제 왔어요, 누나?
동규 너한테 연락오면 즉시 나한테 알려, 알았니?
민규 네.
동규 빨리 가봐, 혹시 영규는 알구 있을지 모르니까. 그리구 상
옥이 친구들 전화같은 것 있으면 글루두 찾아보구.
민규 그건 시골집에 있는데요.
동규 얼른얼른 움직여봐! 돈두 한푼 안 갖고 온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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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네…(도루 나가려고 한다)
동규 너, 차비 있어?
민규 네….
동규 없으면 없다구 하구, 확실히 말해, 알았어?!
민규 …네….
S#28.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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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두 사람. 소주 한병에 짬뽕 그릇 정도 비운 채 앉아서 이야기중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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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야, 너 얼른 서울 가서 찾아봐.
재천 집 싫어서 나간 애 왜 찾냐?
친구 아들하고 딸은 다르다, 너? 괜히 일 당한 뒤에 죽이느니 살
리느니 하지말구 얼른 올라가서 상옥이 찾아! 글쎄.
재천 우리 딸은 야, 걱정없어!
친구 아, 선창가 이씨네 딸년 얘기. 들었잖아?… 까딱하면 그렇게
되는거야?
재천 …
친구 사내놈들 사고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달라. 인생이 달라지잖
아, 기집애들 한번 망쳐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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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그리구 너 또 말한다만, 어지간하면 올라가서 살아라.
재천 서울가면… 가서 뭐 먹구, 어디서, 어떻게 살 거냐?
친구 (도로 앉으며) 그러니까 너 생각은 해봤구나?
재천 …
친구 네가 가서 살 생각만 있으면 너 일자리는 내가 알아봐줄
수 있어. 내가 거래하는 가락동 시장이나, 노량진 시장에
가면 일거리는 쉽게 얻는다. 몸이 고돼서 그렇지.
재천 …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