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3. 미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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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이 온통 이마에 들러붙은 미숙, 기진해 누워있다. 영규가 그 윗목에
역시 머리 감싸고 앉아 소주병 빨고 있다. 미숙이 눈을 뜬다. 영규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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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괜찮냐?
미숙 ….
영규 기집애가 성깔이 그게 뭐냐? 물 줄까?
미숙 … 그 여자 누구야?
영규 ?
미숙 영덕에 갔었어, 이쁘더라… 날씬하구… 부잣집 딸같구.
영규 시연이 봤니?
미숙 이름이 시연이야?
영규 ….
미숙 그 여자하구 결혼할 거야?
영규 모르지.
미숙 사랑해, 그 여자?
영규 잊었니? 난 아무두 사랑하지 않아… 앞으루두 그럴 꺼야.
….거듭 말하지만, 너같은 애 한테두 마음이 안 움직이는
데, 어떤 여자를 사랑하겠냐구? 난, 사랑이니, 뭐니, 그런
말만 들어두 온몸에 닭살 돋는 특이 체질이야.
미숙 보니까 무지 잘 해주던데? 그 여자한테?
영규 난 사냥꾼이구, 그 여자는 아주 괜찮은 사냥감이야! 잡힐
때 까진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해
미숙 부자야 그 여자네?
영규 엄청…! 한 일이억 쯤 뜯어내고 차버릴 거야.
미숙 일 이억이 애 이름이야?
영규 (픽 웃는다) 니가 그러니까 촌년 소리 듣는 거야….
미숙 그럼 그거 뜯어내구 나서 결혼하자 오빠… 나랑.
영규 그 다음엔 3, 4억짜리 사냥감을 물색해야 해. 너랑은 안
돼….
미숙 그 다음에두 안 끝나?
영규 안 끝나, 죽을 때까지….
미숙 내가 그 여자 만나서 다 이야기 해 버릴 수두 있어.
영규 하구 싶음 해. 얼마든지 그래… 해라… 라이벌이 생기면
질투심 때문에 일이 더 잘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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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 난 병원 안 가… 죄짓는 것같아 무서워 못 하겠어.
영규 애비없는 애, 무책임하게 낳는 게 더 큰 죄 짓는 거야. 다
음에 애가 자라서 다 알게 될 거아냐? 지 애비라는 인간
이 어떻게 즈 엄마를 차버리구 갔는지, 개가 그거 알면 올
바루 크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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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너 장사꾼이지… 이건 너 손해나는 일이야. 아주 망하는
흥정이다, 너?
미숙 오빠, 나 낳아서 혼자 기를게. 가끔씩만 들여다만 봐주라.
영규 절대 안돼…. 왜냐? 난, 자식 안나! 장가를 백 번 가는 일
이 생겨두 애는 안나! 나같은 인간은 나 하나만으루두 충
분해.
미숙 …오빠 우리 애기는 착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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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그 말을 하자 갑자기 설움이 더 치솟는다. 목이 매어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끅끅거린다. 영규도 그 말에 기분이 이상해진다. 우리 애기… 영규,
몸 일으켜 본다. 미숙이 꺽꺽 속으로 운다. 영규도 진심으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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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미숙아… 나 한 번만 봐다오….
영규 이렇게 무릎꿇고 빌게…! 눈물루 호소한다, 미숙아! 나 좀
불쌍하게 생각해 주라! 진짜 어렵게 부잣집 딸 하나 잡았
다!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너한테 발목 잡혀버리면, 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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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진심으로 빌다보니, 제 신세가 딱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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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나, 서러운 놈이다! 나, 진짜 불쌍한 놈이야! 나 이 나이
먹도록 되는 거 하나두 없구, 무시만 당하며 살았다! 분수
에 넘치는 세숫대야 하나 때문에, 나 무지무지 괴롭게 살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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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되구 싶은 나는 저만큼 백 층 꼭대기에 있는데, 진짜 나는
바닥에서 남한테 굽신거리며 술 심부름이나 하구, 취한 새
끼들 대리 운전이나 해주구… 뺨두 숫하게 맞고, 발길질두
숫하게 당해봤다! 그리구, 나 이 말은 진짜 죽을 때까지
안 할려구 했는데… 흑흑 나, 아줌마들한테 술두 따라봤
다, 씨! 물컹물컹한 늙은 아줌마들이, 여기저기 막 만지구,
아, 드러워! 오래는 안 했어! 어떤 아줌마가 자꾸 귀 빨아
달래서 나, 그만둬버렸어! 큰 수표 한 장 찔러주더라만,
구역질이 나서 그것만은 진짜 도저히 못 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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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듣고 누워있다. 너도 서러운 인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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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그러다가 이제 겨우 돈 많은 집 기집애 하나 물었다! 환상
을 현실루 될려는 이 기막힌 찰나에, 너 꼭 이래야 되겠
니, 응? 우리 인간적으루 얘기 해보자. 미숙아!
영규 고지가 저긴데, 죽을 힘 다해서 간신히 기어 올라왔는데,
너 여기서 꼭 나를 밀어버려야겠냐? 여기서 꼭 내가 주저
앉아야 되겠냐, 응? 엉엉엉!
S#34. 계순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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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시간이다. 종이 수저 집에 수저 등을 넣는 세 사람. 혹은 다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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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 아줌마, 민구 학생 인물 좋지?
아줌마 응. 잘 생겼어.
민규 저 민구 아니구 민균데요. (혹시나 하고)
계순 민규나 민구나… 규짜는 힘만 들잖아. 그냥 민구 하자,
응?
아줌마 여지친구 있어?
민규 없어요
계순 거짓말. 다 없다고 해두 뒤로 보면, 다 있더라.
아줌마 근데 누가 사줬어, 그 옷? 좋다.
민규 형수가요
계순 형두 있어?
민규 (또 혹시나) 네… 형은 둘이 구요, 누나가 하나 있어요
아줌마 아이구 아부지가 어지간히 벌어야 겠네, 그 집두.
계순 아부지는 뭐하셔?
민규 (가슴이 떨려서) 아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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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 (위치상 가까워 얼른 일어난다) 00분식입니다….
민규 (아쉽게 본다)
계순 우거지탕이요? 네, 되죠.. 몇 개요? 네에… 고맙습니다.
계순 우거지 네 개, 아줌마. 민구학생… 배달준비.
민규 … (일어난다)
계순 부동산… 빨리 해 달래, 아줌마.
아줌마 알았어.
계순 민구 학생, 그거 탈 줄 알아? 작은 오토바이, 그걸 뭐랬지
아줌마?
아줌마 스쿠터
계순 응. 그거
민규 안 타봤는 데요?
계순 우리 그거 있거든? 탈려면 타라구. 내가 탈려구 샀다가 무
서워서 못했어.
민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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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이야기가 중단되어서 섭섭하다. 또 전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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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 아이구 오늘 바쁘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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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 …네…아니요… 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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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
계순 …알았어요…곧 갈께요.
아줌마 이사장야?
계순 (급히 서둘러, 돈 통에서 돈 챙긴다) 아줌마, 저녁 장사 때
까진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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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의혹)
아줌마 바빴네, 바빴어, 또…! (못 마땅하다)
민규 이사장이 누구예요?
아줌마 알 것 없어! 찬이나 챙겨….
민규 …. (묵묵히 챙긴다)
아줌마 누구겠어? 서방이지….
민규 …아저씨두 계세요?
아줌마 그럼 저 인물에 남자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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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5. 재천방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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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사진, 이력서… 응, 사진사이즈는? 전신? 반신두? 알았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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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고맙다, 옥주야. 그럼 올라 가서 만나자, 안녕.
재천 뭐야?
상옥 (결심이 굳다)
재천 이 기집애, 뭐냐구? 어딜 올라가?
상옥 (조용히) 서울 갈래요
재천 뭐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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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게를 집어 던진다. 정통으로 상옥에게 떨어지는 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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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눈물이 핑 돈다)
재천 다시 한 번만 서울 간단 소리해 봐. 다리를 부러뜨려 놓을
거야.
상옥 저 정말 가요, 아부지. 적당한 여자 만나서 사세요. 아버지
아직 젊으시잖아요. 저가면 고모들이 아부지 밥 해주겠죠,
뭐. 언제까지 저 여기서 숨통 막힌 채 살아요? 이제 더 이
상은 정말 못 참겠어요! 아부지 막일하는 것두 챙피하구
요, 맨날 이따우 싸구려 옷만 입는 것두 싫어요!
재천 그래, 가라, 가! 다 가!
상옥 아부지두 생각을 좀 해보세요! 제 친구들 여기 있는 애 하
나두 없어요! 다 갔어요! 작은 오빠나 민규나 같이 있다면
모를까 다가구 없는데, 저 종일 누구랑 얘기하구 여기서
살아요?
재천 (그렇긴 하겠다….)
상옥 어떨 땐 제가 꼭 실성한 애 같아요, 도꾸 한테 말 걸구,
그도 아니면 중얼중얼 혼잣 말이구…. (운다) 식구가 많아
서 집안 일이나 많나? 설거지라구 해야 그릇 두 어개 딱
구나면 없구!
재천 …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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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6. 재천 마당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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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나와서 눈물 훔친다. 혼자 멀리 내려다 보고 있다.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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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7. 미숙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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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누웠다가 일어난다. 영규가 발치에 곯아떨어져 자고 있다. 미숙, 자는
영규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추운 듯 웅크리고 잠든 영규. 미숙, 담요를
대강 덮어준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멀거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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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8. 계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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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도록 안 나타나는 계순. 아줌마와 민규가 가게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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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사장님은 오늘 안 오시나요?
아줌마 아, 서방님 만났는데, 오겠어?
민규 ….
아줌마 내일은 일찍 나와?
민규 네, 안녕히 가세요….
아줌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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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갈라진다. 민규, 가다가 문득 전화를 본다. 가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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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여보세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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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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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9. 재천 방
재천 오냐, 아부지다… 막둥아.
민규 아빠… 보구 싶어요….
재천 이놈이, 사내놈이… 무순 계집애 같은 소리야, 이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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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누나…? 자나 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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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0. 재천 마당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