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대본 제15회)

제 15 회 그대 그리고 나

S#17. 동네길 (오후)

영규가 그동안 자기 때문에 일어난 집안의 변화를 듣고 터질 듯한 기분으로 동규 집을 찾아 간다. 번지수도 물어봐가며 찾아보며, 가는 영규.

S#18. 수경 작은 방

민규, 혼자 라면을 끓여서 먹고 있다. 먹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영규 기다려 보는데 안채에 서 소식이 없다.

영규 여보세요? 아무두 안 계세요?

민규 그 소리 듣는다. 작은형이다.

S#19. 홍여사 마당

민규, 급하게 문 열어준다. 영규가 들어온다.

민규 형… (반가워서 본다)
영규 (눈에 신경질 담고 동생을 위 아래로 훑어본다)
민규 왜 그래?

영규, 민규의 얼굴도 만져본다. 상처 조금 남은 것도 살피고. 영규, 자기 탓에 얘가 이렇게
생각하고 속이 상해온다.

민규 들어가,
영규 (집을 휙 둘러본다) 뭐, 대단한 집인 줄 알았더니, 겨우 여기 산대니?

영규, 누가봐도 시빗조이다.

S#20. 수경 신방

문만 열어 보이는 민규, 그러나 들어서는 영규. 영규, 여기 저기를 마구 떠들어본다. 사진도
보고, 옷장도 열어보고.

민규 만지지 마, 일루 와 형.

영규를 잡아끌고 나가려는 민규. 민규는 영규 얼굴을 보고 심상치 않은 기색에 신경을 쓴
다. 상냥하게 비위를 맞춰보려고 명랑하게 한다. 눈치도 봐 가며.

S#21. 수경 작은방

민규가 영규를 데리고 들어왔다. 방에 민규가 먹다둔, 라면이 그대로 있다. 민규, 얼른 뒤로
치우고 신문지로 덮는다….

민규 일루 앉아 형.
영규 (안 앉는다)

영규, 좁은 방안을 훑어본다.

민규 저녁 어떻게 했어? 아직 안 먹었지?
영규 형네는?
민규 오늘 좀 늦을 거래, 형수가 아까 전화했어, 저녁 먹구 온다구.
영규 (라면을 본다)
민규 회사일이 바쁜가 봐.

민규, 영규가 라면쪽 보는 것이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규가 라면을 덮은 신문지를 휙
젖힌다.

민규 (얼른 치우려 드는데)
영규 (휙 민규 팔을 치워내고 찬찬히 본다)

달랑 김치 하나 하고 먹다 둔 라면 남비.

영규 ….
민규 밥 먹기가 싫어서….
영규 지들은 외식하구, 너는 혼자 라면 끓여먹으라던?
민규 그런 게 아냐! 이리 내.

민규가 빼앗으려고 하는데, 영규가 휙 라면 남비를 차버린다.

영규 이따위 것 먹지 말아, 자식아! 니가 거지 새끼야?
민규 (화나나 참고) 라면 먹으면 거지야?… 괜히 트집 잡지마!

민규, 휴지를 뜯어서 라면 국물을 닦아가며 치운다.

영규 뭐 어째, 이 자식아? 다시 말해 봐, 내가 뭐? 트집을 잡아?

영규, 민규를 잡아올린다.

민규 (잡혀 일어나며 똑바로 영규를 본다) 그래! 형 지금 화나서 생 트집 잡는
거잖아! 형 때문에 모든 게 다 뒤죽박죽 됐다 싶어서 화난 거잖아!
영규 이 자식이…! (한 대 친다)
민규 (얻어맞고 일어난다) 나 형 원망 안 해, 그러니까, 괜히 화내구 그러지마.
영규 ….
민규 작은형만 보면 불안해… 불안해 죽겠어! …제발 그러지 마.
영규 (자책감으로 괴롭다)
민규 … 아빠가 약속했어. 누나랑 작은형이랑, 우리 넷이 모여 살자구 하셨어.
곧 그렇게 해 주신댔어… 난 그때까지 여기 잘 있을게….
영규 미치겠네, 진짜!
민규 형수 나한테 잘해줘. 걱정 하지 마. 형….

S#22. 동네길

영규가 풀죽어 들어가는 길이다. 민규가 바래다 주러 나왔다.

민규 형, 자는덴 어디야?
영규 …주인집 문간방
민규 지내긴 괜찮아?
영규 뭐 그럭저럭… 야, 들어가라.
민규 어, 알았어… 잘가, 형. 차 몰 때 항상 조심하구.
영규 (주머니를 뒤적뒤적 한다) (복권만 나온다) (웃는다) 어, 지갑을 놓구왔
네….
민규 나 돈있어….

영규, 민규의 목을 한 팔로 감는다.

영규 …혹시 형이 뭐라구 해두 당분간 참구있어, 정 안 되겠거든 받아버리구 나
한테 와, 알았냐?
민규 응.

두 사람 서로를 보고 웃는다. 영규, 민규의 뺨을 가볍게 톡톡치고 가버린다. 민규, 오래도록
보고 서있다. 영규, 속상해 뒤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쳐들어주고 간다.

S#23. 레스토랑

동규와 마주 앉은 수경.

수경 난 동규씨가 동생한테 하는 거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동규 …상관하지마. 난 그 자식 얼굴만 봐두 기분이 나빠!
수경 가엾지두 않아?
동규 ….
수경 숨도 못 쉬구 살어, 자기 동생?!… 나라구 민규씨 와 있는게 좋겠어? 나두
싫어! 그렇지만, 어떡해? 같이 있는 동안은 서로 맘 편히 지내야 할 거 아
냐?!
동규 그냥 모른 척 해. 신경 쓰지마. 난 억지루 안 되니까!
수경 모른 척 하라구? 어떻게 모른 척 해져? 그게 되냐? 좁은 집안에서? 끼니때
마다 나 체할 것 같다구!
동규 그 자식 밥 따루 주면 될 거 아냐! 아예, 주질 말던지!!

수경, 놀라서 동규를 본다. 정말 실망이다.

수경 … 동규씨,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동규 그래! 난 이 정도밖에 안 돼!
수경 아버님이 그러시대? 동규씨 팔자라구? 밉구 싫어두 동생인걸 어떡해! 어떻
게 저렇게 쳐박아 둬? 공부를 시키던지 취직을 시키던지 해줘야 할 거 아
냐?
동규 상관 말란 말야! 끼어들지 마! 제발!

동규가 소리를 지르자 옆사람들이 돌아본다.

수경 …사람을 왜 그렇게 질리게 해? 동규씨?
동규 ….
수경 부탁하는데 좀 잘해 줘! 이게 뭐야? 거꾸루 여야 되는 거 아냐? 자기가 나
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
동규 (일어나 나가버린다)
수경 (화나서 본다)

S#24. 홍여사 마당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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