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큰 나무 있는 마을 (아침)
초췌한 미숙이 그 나무 밑에 혼자 앉아있다. 멍하니 앉아있다. 군인들이 몇 명 멀리 지나간
다. 미숙,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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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미숙아? 응, 나야! 너 있지, 열 시까지 지난 번 거기서 기다리구 있어, 알
았지?
미숙 응, 알았어. 근데 오빠, 오늘 외박이야?
영규 그래, 임마! 자지 말구 기다려, 응?
미숙 (기쁨에 찬) 알았다구! 오빠, 빨리 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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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라보는 듯 하나 실은 아무것도 보지않고 있는 미숙의 눈. 그 눈에 떠오르던 영규와
시연의 모습. 웃으며 시연 손을 잡아주던 영규. 시연의 벨트를 다정하게 매주던 모습. 미숙,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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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바다 (아침)
S#3. 포구
들고 나는 갖가지 어선들, 어부들. 그 포구 한 구석에 앉아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재천.
그가 바라보는 것은 이제는 남의 배가 된 자기의 배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뱃전을 부지
런히 청소하고 있다. 친구가 조용히 와서 그 모습을 보다가 모른 척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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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얘! 너 해장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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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보니 친구가 작은 쟁반에 국냄비에 수저 두 개 꽂고 소주 한 병 들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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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근처 적당한 장소
친구 민규놈, 전화는 왔냐?
재천 하지 말라구 그랬어.
친구 잘했다. 동규한테 다 맡겨 버리구 넌 그저 쓰다 말다 아 뭇소리 말아…
데리구 있다 보면 미운정 고운정 드는 거야….
재천 (마신다)
친구 그 교수님 집에 있다며, 걔들? 언제 내가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
재천 니가 거길 왜 가냐?
친구 아, 좀 가보면 안 돼?
두사람, 술만 마시다가 다시 재천의 배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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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고, 한…톤 반짜리 배가 한 척 나왔는데, 너무 쎄개 불러?
재천 얼마 달래?
친구 천 6백을 부르네? 천8백 달라는 2톤짜리두 있구.
재천 …앓느니 죽겠다.
친구 혹시 누가 고용선장으로 오라면 갈래? 좀 멀리 나가는 낚시배는 있을 지두
몰라.
재천 싫어, 배는.
친구 그럼?
재천 느 가게 일거리 없냐? 막일 할랜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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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바다는 지겹다, 인제.
그러나 말과는 달리 바다에 가 머물고 있는 재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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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5. 홍여사 마당
민규가 동규, 수경의 구두를 털어주고 있다. 홍여사가 성장을 하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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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굿 모닝!
민규 (일어나서 절한다) 안녕하세요?
홍여사 그래요. 어머나 착해! 형님 형수님 구두 닦아주나 봐?
수경 민규씨 아침 먹어요!
홍여사 나 어떠니, 수경아!
수경 응… 이모, 솔직히 말할까. 그냥 인사치레루 말할까?
홍여사 기집애… 이상하니?
수경 아니, 이상한 정도가 아니구 너무너무 멋있어, 이모!
홍여사 하하하! 고마워! 실은 나두 그런 줄 알아! (하고 나갈려고 한다)
수경 근데 이렇게 일찍 어디 나가?
홍여사 응, 백화점 여사원들 상대루 에치켓 강의 있어서! 시유 레잇!
수경 밥 먹자구요!
민규 전 나중에 먹을 께요
수경 안돼! 지금 먹어야 해요!
민규를 억지로 잡아 일으키는 수경, 등을 밀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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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 수경 신방
상이 차려져 있고 수경이 민규를 데리고 들어서다가 본다. 동규가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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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밥 안 먹구 나가, 동규씨?
동규 응, 인쇄소 나가서 먹지 뭐.
수경 그러지 말구 먹구 가.
동규 남석씨 거기서 야근 했잖아. 가서 같이 먹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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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따라나가며) 먹구 가두 되잖아!
S#7. 홍여사 마당
동규, 나가버렸다. 수경, 대문을 바로 차며 들어온다. 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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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수경 신방
수경, 들어오며 민규 눈치를 살핀다. 민규, 아무런 표정 없이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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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형이 무지 바쁜가봐요, 오늘… 자, 우리끼리 먹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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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형수님….
수경 …?
민규 저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수경 (안됐다)
민규 (고개 들고 웃으며 수경을 본다) 전 정말 괜찮아요….
수경 (가엾다) 그래요, 알았어요. 신경 안 쓸께요! 자, 우리 둘이 오붓하게 먹
죠! 오늘 아침의 스페샬 메뉴는… 네, 별것이 없군요!
수경, 명랑하게 하나 민규는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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