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그대 그리고 나

S#1. 큰 나무 있는 마을 (아침)
초췌한 미숙이 그 나무 밑에 혼자 앉아있다. 멍하니 앉아있다. 군인들이 몇 명 멀리 지나간 다. 미숙,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영규            미숙아? 응, 나야! 너 있지, 열 시까지 지난 번  거기서 기다리구 있어, 알
                았지?
미숙            응, 알았어. 근데 오빠, 오늘 외박이야?
영규            그래, 임마! 자지 말구 기다려, 응?
미숙            (기쁨에 찬) 알았다구! 오빠, 빨리 와, 응?
멀리 바라보는 듯 하나 실은 아무것도 보지않고 있는 미숙의 눈. 그 눈에 떠오르던 영규와 시연의 모습. 웃으며 시연 손을 잡아주던 영규. 시연의 벨트를 다정하게 매주던 모습. 미숙,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앉아있다.

S#2. 바다 (아침)
격랑이 지나간 후의 고요한 아침 바다.

S#3. 포구
들고 나는 갖가지 어선들, 어부들. 그 포구 한 구석에 앉아서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재천. 그가 바라보는 것은 이제는 남의 배가 된 자기의 배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뱃전을 부지 런히 청소하고 있다. 친구가 조용히 와서 그 모습을 보다가 모른 척 말을 건다.



친구            얘! 너 해장 할래?
재천, 보니 친구가 작은 쟁반에 국냄비에 수저 두 개 꽂고 소주 한 병 들고 서있다.

S#4. 근처 적당한 장소
둘이 해장을 한다.


친구            민규놈, 전화는 왔냐?
재천            하지 말라구 그랬어.
친구            잘했다. 동규한테 다 맡겨 버리구 넌 그저 쓰다 말다  아   뭇소리 말아… 
                데리구 있다 보면 미운정 고운정 드는 거야….
재천            (마신다)
친구            그 교수님 집에 있다며, 걔들? 언제 내가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
재천            니가 거길 왜 가냐?
친구            아, 좀 가보면 안 돼?
두사람, 술만 마시다가 다시 재천의 배를 보게 된다.


친구            중고, 한…톤 반짜리 배가 한 척 나왔는데, 너무 쎄개 불러?
재천            얼마 달래?
친구            천 6백을 부르네? 천8백 달라는 2톤짜리두 있구.
재천            …앓느니 죽겠다.
친구            혹시 누가 고용선장으로 오라면 갈래? 좀 멀리 나가는 낚시배는 있을 지두 
                몰라.
재천            싫어, 배는.
친구            그럼?
재천            느 가게 일거리 없냐? 막일 할랜다, 나.
재천, 술을 훌쩍 마신다.

재천            바다는 지겹다, 인제.
그러나 말과는 달리 바다에 가 머물고 있는 재천의 눈….

S#5. 홍여사 마당
민규가 동규, 수경의 구두를 털어주고 있다. 홍여사가 성장을 하고 나온다.


홍여사          굿 모닝!
민규            (일어나서 절한다) 안녕하세요?
홍여사          그래요. 어머나 착해! 형님 형수님 구두 닦아주나 봐?
하는데 수경이 내다본다.

수경            민규씨 아침 먹어요!
홍여사          나 어떠니, 수경아!
수경            응… 이모, 솔직히 말할까. 그냥 인사치레루 말할까?
홍여사          기집애… 이상하니?
수경            아니, 이상한 정도가 아니구 너무너무 멋있어, 이모!
홍여사          하하하! 고마워! 실은 나두 그런 줄 알아! (하고 나갈려고 한다)
수경            근데 이렇게 일찍 어디 나가?
홍여사          응, 백화점 여사원들 상대루 에치켓 강의 있어서! 시유 레잇!
하고 나간다 민규 웃으며 꾸벅 절한다.

수경            밥 먹자구요!
민규            전 나중에 먹을 께요
수경            안돼! 지금 먹어야 해요!
민규를 억지로 잡아 일으키는 수경, 등을 밀고 들어간다.

S#6. 수경 신방
상이 차려져 있고 수경이 민규를 데리고 들어서다가 본다. 동규가 옷을 입고 있다.



수경            밥 안 먹구 나가, 동규씨?
동규            응, 인쇄소 나가서 먹지 뭐.
수경            그러지 말구 먹구 가.
동규            남석씨 거기서 야근 했잖아. 가서 같이 먹어줘야지.
하고 민규를 스치고 나가 버린다.

수경            (따라나가며) 먹구 가두 되잖아!
민규, 밥상 멀거니 내려다 보고 서있다.

S#7. 홍여사 마당
동규, 나가버렸다. 수경, 대문을 바로 차며 들어온다. 화 난다.

S#8. 수경 신방
수경, 들어오며 민규 눈치를 살핀다. 민규, 아무런 표정 없이 앉아있다.



수경            형이 무지 바쁜가봐요, 오늘… 자, 우리끼리 먹죠 뭐!
수경, 상앞에 앉는다.

민규            형수님….
수경            …?
민규            저한테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수경            (안됐다)
민규            (고개 들고 웃으며 수경을 본다) 전 정말 괜찮아요….
수경            (가엾다) 그래요, 알았어요. 신경 안  쓸께요! 자, 우리 둘이  오붓하게 먹
                죠! 오늘 아침의 스페샬 메뉴는… 네, 별것이 없군요!
수경, 명랑하게 하나 민규는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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