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그대 그리고 나

S#28. 재천 안방
재천, 신문읽다가 전화 받는다. 영규도 책 보다가 듣는다. 

재천            누구? 김동욱이?
영규            아버지 저 주세요. 제 전화예요!
영규 받는다. 

영규            동욱이냐, 그래, 형이다. 그래? …  알았어. 바루 갈게. 근
                데 그 거 알아봤어? 흰 담장집!  임마, 빨리 알아봐! 오케
                이, 바루 간다!
전화끊는다. 

영규            아부지, 저 서울갑니다. 취직했어요!
재천            또 웨이터냐?
영규 놀라서 돌아본다. 

영규            아셨어요? 제가 그거 한지?
재천            임마, 느 아부지를 우습게 보지말아, 자식아!
영규            (웃는다)
재천            이번엔 뭐냐?
영규            웨이터는 아닙니다! (하고 나간다)
재천            뭐를 하던 지 비젼있는 걸 해! 당장은 비천해두 십년 이십
                년 뒤엔 뭔가 하나 이룰 수 있는 걸루 하라구! 한목에 어
                떻게 해보자! 한탕에 해보자… 아버지두  그거 해봤는 데, 
                안 돼더라.
영규            네… 명심하겠습니다!
재천            근데 당장갈려구?
영규            네….
재천            상옥이가 민규 데릴러 갔다, 점심이나 먹구 가라!
S#29. 민규방
영규, 작은 백에 간단한 옷가지 몇 개 챙긴다. 챙기다가 시연의 키홀더 보 고 한 번 공중에 띄웠다가 받아 챙기고 하는 데 상옥이 민규와 들어온다. 

상옥            작은오빠, 서울 간다구?
영규            그래, 잘들 있어라.
민규            취직했어?
영규            응!
상옥            뭐하는 건데?
영규            몰라.
상옥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영규            모르지만, 느끼는 건 있어…! 내가 지금 올라가면 어떤 엘
                리베이터 앞에 서게 될거라는 예감…!
민규            무슨 엘리베이터?
상옥            바보야, 넌 가만 있어!… 오빠, 그 예감 확실해?
영규            확실해! 감이 팍팍 와!
상옥            좋았어, 그렇지만 오빠, 내가 걱정돼서 말하는 데,  일층에
                서 타다구 안심하면 안돼! 다 위루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
                잖아! 잘못하면 지하루 내려가는걸 탈수두 있다구!
영규            …오케이! 명심하마!
영규, 가방들고 나가려다 본다. 두 아이들이 섭섭해서 본다. 

민규            …전화할 거지?
영규            그래, 잘 있어….
영규 나가버린다. 상옥, 따라나간다. 

상옥            오빠, 먼저 가있어, 나두 곧 갈게….
민규는 속상해서 가만히 서 있는다.
S#30. 읍내거리
미숙, 휘청휘청 걸어간다. 병원 앞길이다. 가다가 미숙, 발을 멈춘다. 평범 하고 가난한 젊은 부부가 온다. 여자가 아기를 가슴쪽으로 안고 온다. 오다 가 아기가 추울까봐, 남자가 발길을 멈추고 아기의 모자를 올려준다. 여자 는 아기와 눈 맞추고 웃는다. 그들 부부가 미숙 곁을 스쳐 지나간다. 고개 를 꺽고 가는 그들을 뒤돌아보고 서있다.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 같은 미숙. 사람들이 추워하며 미숙 곁을 스쳐 지나간다. 미숙 고개를 돌리 고 병원건물을 올려다본다.
S#31. 동욱네 집앞 (다른 날 낮)
영규, 차를 닦으며 경비와 이야기 한다. 

경비            자주 보게 돼서 잘 됐어!
영규            저두 반갑습니다! 앞으루 잘 좀 부탁드립니다!
경비            그 집에 일두 별루 없어. 사장님은 거의 대전서 지내시구, 
                사모님만 왔다 갔다 하시거든? 잘 됐어!
하고 간다. 영규, 차를 닦는 데, 낮익은 차가 지나간다. 시연네 차이다. 영 규, 본다. 뒷자리에 앉은 시연 모녀. 우아하나 고독해 보이는 시연모. 시연 이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가 영규를 본다. 두 사람 시선이 부딪친다. 영규가 윙크를 한다. 시연네 차가 가 버린다.
S#32. 미숙가게 (다른 날)
미숙 추위에 떨며 장사 열심히 하고 있다. 

미숙            아줌마, 더덕 좋아, 더덕 사! 진짜 진짜 우리 국산이야!
손님이 옆집 물건을 만져보다가 미숙 물건을 돌아본다. 미숙, 반색하며 손 님을 부른다. 

미숙            일루와, 아줌마! 내 진짜 국산더덕 줄게. 내 껀 다 진짜야!
옆집            아줌마! 싸게 해줄게, 일루와요!
미숙            아줌마! 내껀 진짜라니까! 중국제 아니구 다 국산이야, 내
                껀!
가서 미숙 그 아줌마를 끌고 온다. 옆집 가게 여자 열받아서 휙 일어난다. 

옆집            아줌마! 왜 보다가 가요? 흥정두 안 해보구? 싸게 드릴게, 
                봐요!
미숙            뭐 사실 건데? 응?
손님 더덕좀 본다고 한다. 

미숙            더덕같으면 내거 이상은  없어, 아줌마! 얼마나  살 건데? 
                응?
하는 데 옆가게 여자가 와서 휙 미숙을 밀친다. 

옆집            야, 너 이거 뭐야?
미숙            (넘어졌다가 일어난다) 밀었어, 지금 나?
옆집            왜 남의 손님을 끌구가? 이 기집애 하는 거 봐?
미숙            내가 할 말 사둔이 하구 자빠졌네? 야, 장바닥에  니 손님 
                내 손님이 어딨냐? (하고는  돌아서서 얼굴 바꿔서) 아줌
                마, 관띠기 할래, 응?
하는 데, 옆집여자가 다시 미숙을 휙 잡아챈다. 

옆집            이년이 한다한다 했더니, 어디서 남의 손님을 가로채?
하는 순간 미숙이 그 여자 머리채를 휙 감아챈다. 

미숙            오냐, 너 한 번 죽어봐아, 이년아!
두 여자 머리채 휘어잡고 시장바닥을 뒹굴며 싸운다. 여자들이 몰려서 구경 을 하고, 뜯어말리기도 하고. 온갖 악다구니를 다하며 살기 위해 다른 여자 의 머리칼을 뽑아내는 미숙의 몸부림. 사람들이 겨우 뜯어 말렸다. 옆집 여 자는 다른 사람들한테 끌려 다른 데로 피하고. 미숙의 손에 뽑힌 옆집 여자 의 머리가 한 웅큼이다. 

미숙            누구든지, 나한테 시비  걸기만 해봐! 다  뜯어줄 테니까! 
                누구든지 덤벼! 언제든 지 상대해 줄 테니까!
그러는 미숙을 보다가 여자들이 혀차며 돌아선다. 젊은 년이 무섭네. 처녀 가 참 해두 너무 한다. 뭐 저런 게 다있냐? 저런 며느리 볼까, 겁나네, 등등 하며 미숙, 울음을 참고 자기한테서 등을 돌리는 여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S#33. 미숙방
미숙, 흐트러진 머리칼을 빗어 올리고 상채기난 얼굴에 혼자 약을 바른다. 그러다가 문득, 자기 손에 반지를 본다. 

미숙            개새끼… ! 더러운 자식!
미숙, 울음이 비어져 나온다. 밖에 들릴까봐, 소리죽여 운다.
S#34. 홍여사 마당 (다른 날 오후)
홍여사 외출에서 돌아온다. 자기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눈살을 찌뿌린다. 수 경 방앞에 쓰레기봉지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홍여사 들어본다. 쯔쯔한다. 그냥 들어간다.
S#35. 사무실 (오후)
모두 열심히 일한다. 금일 야근이란 메모가 붙어있다. 팀장이 동규와 전화 를 하고 있다. 

팀장            박주임? 인쇄소 사정 어때요?  몇 시부터 우리  일 할 수 
                있대? 알았어요… 그래요… 수고해요.
수경, 열심히 컴퓨터 작업하고 있다. 이 대리가 다가온다. 

대리            윤수경씨, 안 가?
수경            네?
대리            퇴근 안 하냐구?
수경            야근이잖아요? 오늘?
팀장            아, 윤수경씨, 들어가요!
대리            가자.
팀장            들어가라구! 특별히 봐줬어! (남자직원들에게 뭔가 지시하
                며)
수경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가간다) 팀장님, 저 봐주시지 
                마세요.
팀장            응?
수경            제가 언제 팀장님께 저 봐주라구 부탁드렸어요?
팀장            왜 그래?
대리            윤수경씨?


HOME
NEXT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