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S#19. 수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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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수경, 들어와서 통장을 휙 핸드백에 넣고는
옷가지들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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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왜 그래?
동규 왜 그러느냐니까?
수경 엄마 아빠가… 이상한 말씀을 하시잖아?
동규 무슨 말씀을 하시는 데?
수경 요컨데, 난 이제… 출가외인이라는 거지!
동규 맞는 말씀하셨네, 뭐!
동규 가자, 우리집에.
수경 …동규씨, 벌써부터 이럴 거야?
동규 ?
수경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두 약속 안 지켰어? 알
아?
동규 아, 미안! 사랑해… 사랑해요, 수경씨… 아주 저녁치 까지
미리 해버릴게? 정말 사랑해, 윤수경. 세 번 다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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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다시 안아준다. 수경도 능동적으로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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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0. 수경 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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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이 걸레를 빨아서 하나 둘 하고 투수폼으로 던질 준비를 한다. 동규는
받을 태세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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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셋!
수경 깨끗이 닦아, 동규씨? (부엌으로 가고)
동규 알았어, 청소는 내가 수경이 보다 훨씬 잘 할거다!
홍여사 어머나, 걸레질두 참 잘하네. 미스타 박?
동규 (무안해서 웃는다)
홍여사 수경이, 저거, 아무 것두 할 줄 모를 거야! 다 받아주지
말구, 지킬 건 확실히 지키구 그래! 걸레질 같은 건 하지
마!
동규 (웃고)네….
수경 이모! 지금 나 흉보는 거지?
홍여사 그래, 얘! 걸레질 같은 건 하지 말라구 했어? 얘!
수경 이모는 어떻게 새로운 부부관계의 모색등등을 강연하러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 거야? 가사노동의
적절한 분담은 이제 상식이야!
홍여사 그래, 너 말잘했어! 적잘한 분담까지는 좋은 데, 아내는
화장하고 남편은 구두닦고 그러진 말라는 거야! 그렇게 되
면 결코 좋은 부부가 못돼, 너 니이체가 뭐라구 했는지 아
니? 니이체가 아니든가? 하여튼 누가 이런 말을 했어! 나
쁜 마누라 둔 남자한테는 악마가 따루 필요없다!
수경 이모! 내가 악마란 말야, 지금?
홍여사 …네가 고약해질 소지가 있으니까 내가 미리 경고하는 거
란 말야!
동규 걱정마세요, 이모님!
홍여사 그래, 하여간 싸우지말구 잘 좀 살아, 지난 번 이방에 든
부부들이 어떻게나 싸우는 지 내가 아주 이삿돈 물어주며
내쫓았잖아!
수경 이모, 싸우면 우리두 내쫓을 거야?
홍여사 그럼!… 아무튼, 필요없는 전등 아끼구, 가스, 수도두 아끼
구, 쓰레기 처리 확실하게 해주구, 사는 날까진 사이좋게
살자구!
홍여사 이건 대문 키야,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까, 각자가 잘지니
구 다녀.
홍여사 방범초소가 바루 여기 있어서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
만, 혹시라두 모르니까, 출근할 때 문단속 잘하구!
수경 네!
동규 신경쓰겠습니다.
홍여사 참, 그리고 전화는 내일 나온데.
수경 잘 됐네요! 이모, 여러 가지루 감사해요, 정말루.
홍여사 말루만 말구, 뭐 없니? (웃고 나가며) 그럼 안녕!
수경 빨리 이사가 버려야겠네? 안 되겠어! 그지, 동규씨?
동규 옷, 저거 정리 안 할거야?
S#21. 민규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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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가 자동차 책보다가 이상한 얼굴로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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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전화한다) 사랑하는 내동생 동욱이냐? 나다, 형이다… 어
떻게 된 거야, 너?
영규 자식아, 떼를 써… 떼를…! 울구 매달리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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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보는 민규 더러 나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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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손으로 나가라고, 빨리 나가라고 야단을 친다)
영규 야,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잖냐? 내가 꼭 느 엄마한테
너더러 이기사 고자질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일러줘야 하
겠냐?… 너 아무래두 내가 보구싶지 않은가 부다?
난 그래두 언제나 내 동생 동욱이가 불러줄래나 그것만
기대하구 있는 데…! 너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아라? 내가
네 곁에 있으면 넌 절대 손해 날 일 없다! 알았지?
S#22. 재천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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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들어온다. 재천이 잡지를 보며 혼자 등을 긁고 있다. 민규 와서 재천
의 등을 긁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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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안 잤니?
민규 네.
재천 (책만보다가) 됐어, 그만 해.
민규 (묵묵히 보다가) 아빠….
재천 뭐?
민규 ….
재천 뭐?
민규 …나, 엄마 닮았지요?
재천 (놀라서 돌아본다)
민규 어떤 사람이 그러던데? 엄마 많이 닮았다구.
재천 … 누가 그래?
민규 어떤 아줌마가….
재천 너 엄마 안 닮았어, 임마. 아부지 닮았지! 그런데 누가 그
따위 소리를 해? 누구야, 응?
민규 ….
재천 …밤중에 무슨 엉뚱한 소리하구 있어, 이놈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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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화내며 책만 본다. 민규, 가만히 눈 내리뜨고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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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아부지 하나루 부족해?
민규 …아뇨
재천 그럼 그 딴 소리 다시 하지마. 알았냐?
민규 ….
재천 응?!
민규 …네.
S#23. 홍여사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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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과일 먹으며 전화기들고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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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지금 막 불꺼졌수, 언니! 금방까지 까르르까르르 수경이
간지럼 타는 소리 들리더니 이제 자나봐. … 미안하긴 언
니… 그런 소리 하지마… 뭐 공짜루 빌려준 방인가 뭐?
그리구 솔직히 쟤네들 오니까 나두 좋으네! 든든하구! 미
스타 박두 사람이 점잖구 참 좋다, 언니! 거칠지두 않구!
즈 아부지라는 인간은 영 다른데 그지? 이유, 그 양반 기
운두 장사드라구! 언니두 봤지? 나를 번쩍 안아 갖구 글
쎄, 그때, 영덕갔을 때! …응, 안녕, 잘자요!
S#24. 홍여사 안방
홍여사 아유, 수경이 기집애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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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머리 다시 빗는다. 뭐하나 입에 물고 고혹적 미소 지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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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아유, 미친 것들! 이런 나를 못 알아보구!
S#25. 수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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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 누가 서있다. 수경모이다. 텅빈 방을 본다. 물건이 제법 빠진
방, 옷장도 열어보고 침대에 앉아 가만히 쓸어본다. 문 열리고 수경부가 들
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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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안 자구 뭐하는 거에요?
수경모 집이 텅빈 것 같아요, 여보….
수경부 실제루 텅비었잖소….
수경모 우리 집 한 쪽 세줄까요?
수경부 ?
수경모 애기들 둘 쯤있는 젊은 부부들한테 빌려줄까봐요.
수경부 그럴 바엔 수한이네를 들어오라구 하는 게 낫지.
수경모 자식들은 싫어요… 부담스러워… 기집애… 당신두 들으셨
죠? 우리집 간다구? 그새 우리 집이래….
수경부 자, 일어나요! 당신 수경이 시집 못 보내서 안절부절 못
했었잖아요? 인제 우리 홀가분하게 자식들한테 해방된 기
쁨을 누립시다! 만세 부르자구!
수경모 그 많은 좋은 자리 놔두구… 하필이면…!
수경부 허허… 거 참!
S#26. 수경신방 (아침)
수경 동규씨….
동규 (잠결에) 그래, 사랑해….
수경 어떡해, 여덟시야…!
동규 진짜…?
수경 큰일났다, 우리!… 지각이다!
동규 큰일났다, 진짜!
수경 우리 회사 빼먹을까?
동규 그럴까?
수경 … 그러지 말구, 아주 그냥 우리 회사 관둬버릴까? 다니기
두 싫은 데?
동규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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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서로 안으며 하하하 웃고 후다닥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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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빨리 빨리 해!
동규 화장실은 내가 먼저다?
S#27. 팀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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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 급히 들어오자, 일어나서 폭죽 종이테이프 터트리는 팀원들. 웃고
놀라는 동규 수경.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인사들하고 웃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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