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민규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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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제가 입에 붙지 않는다구 형수님더러 수경씨… 하면 듣기
좋겠어요?
수경 (불쾌하다)
영규 듣기 싫을 뿐만 아니라 … 그건 결례죠! 예의가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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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이 방은 안 치워두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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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뭐야? 왜 그래…?
수경 아니에요!… 그래요! 막내도련님!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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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달하게 하고 민규를 데리고 나간다. 민규, 나가면서 고개 돌려 동규와 영
규를 불안하게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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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
S#2. 재천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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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민규와 들어선다. 화가 나나 참자고 생각을 한다. 그 사이 민규가 큰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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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민규씨, 같이 해요!
민규 …
수경 비누질을 하실래요? 행굼질을 하실래요?
민규 아무거나 할게요.
수경 행구는 게 더 쉽죠, 그죠?
민규 제가 비누질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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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아니, 그러지 말구 우리 가위, 바위, 보루 정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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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데 민규, 벌써 고무장갑 껴버렸다. 설거지를 시작한다. 수경, 들었던
손을 내리며 얘들이 만만치 않겠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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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민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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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형! 미리 말하는데, 난 형수가 우리 민규니, 상옥이 만만
히 보구 함부루 대하면 못 참수?
동규 영규야….
영규 가서 민규, 설거지 시키지 말라 그래요!
동규 (지긋이 본다)
영규 (지지않고 쏘아본다) 당장이요!
동규 (부드럽게) 영규야… 왜 그러니? 너, 심술 났니? 형 장가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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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형이 부드럽게 나오자 맥이 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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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얼렁뚱땅 넘어갈려구 하지말라구, 형! 형수 저런 식이면
진짜 곤란해?
동규 어떤 식인데?
영규 민규씨, 나랑 설거지 해요? 말이 되우, 금방 시집 온 새색
시가?
동규 (웃으며) 금방 시집 온 새색시더러 혼자 설거지 하라는
건 그건 말이 되니?
영규 어차피 형수가 할 일이잖아!
동규 그거야! 나, 네 형수 설거지 시켜먹을려구 데리구 온 거
아냐. … 어쨌건, 그래 좋아. 가서 민규 들여보낼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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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좀 봐 주라, 야! 높은 자리 있을 때, 응?
영규 하…! 장가가는 게 좋긴 좋은가부네? 농담까지 하시구?
영규 80만원 줬으면 됐지, 나머지두 다 받으시겠다 이거야? …
좋다! 갚는다, 까짓거! 더러워서 내 갚아준다!
S#4. 재천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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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수경 설거지 중이다. 수경, 민규에게 상냥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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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민규씨, 민규씨라구 불러서 속상했어요?
민규 …아뇨.
수경 근데 영규씨는 속상한가부죠? 그죠?
민규 작은 형은 그런거 되게 따지는 사람이에요.
수경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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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민규, 일어나
동규 그 장갑벗구 들어가.
민규 제가 해요
동규 얼른 들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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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하는 수 없이 벗어주고 나간다. 동규, 자기가 끼며 민규를 돌아본다.
민규 안나가고 놀라서 돌아보고 있다. 큰형이 부엌엘 다 들어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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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문 닫구 얼른 나가!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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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뭐에요, 동규씨?
동규 자, 어떻게 하는 거지? 가르쳐 줘.
수경 … 영규씨가 뭐라구 했죠?
동규 아니.
수경 그런데 왜 나왔어요?
동규 수경이랑 나란히 설거지 할려구! (웃으며)
수경 (웃으며 보며) 동규씨… 동생한테 지는구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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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웃으며 비누거품을 동규 코에 바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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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5. 민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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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야, 빨리 자리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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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그리구 너 임마, 형수가 설거지 하란다구 하구, 그럴거야?
민규 그럼 어떡해? 도와 달라는 데?
영규 앞으론 싫은 데요? 하구 딱 잘라! 알았어?
민규 ….
영규 (발로 차며) 알았어, 몰랐어 임마?
민규 (피하며) 알았어….
영규 부엌상태가 어땠어?
민규 엉망이야… 누나가 골탕먹일려구 일부러 그래놓구 나간
것 같아….
영규 흐흐흐! 상옥이 고게 가끔씩 내 맘에 쏙 드는 짓을 한다니
까! 흐흐흐!
민규 (한심하게 돌아본다)
영규 뭘 봐, 임마. 불꺼.
민규 조금 있다 끄면 안돼?
영규 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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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하는 수 없이 끄고 자기는 작은 낡은 스탠드 켠다. 민규,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을 꺼낸다. 계순을 그린 그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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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야, 형 설거지 도와주대?
민규 응.
영규 등신!… 야, 박민규! 마누라 버릇은 저렇게 들이는 거 아
니다? 알았냐?
민규 ….
영규 너, 세상에서 제일 기분좋은 게 뭔줄 아니? 손가락 하나루
사람 까딱까닥, 맘대루 부려 먹는거야! 그렇게 부려먹을
수 있는 마누라 얻어, 알았어?
민규 누나가 남자한테 그런 취급 당하면 형은 좋겠다?
영규 자식이, 까불구 있어! 우리 상옥이를 누가 그렇게 해봐라,
콱 모가지 눌러놓지 그걸 봐 줘?
민규 작은 형 말은 앞 뒤가 안 맞아.
영규 … 자식아! 훌륭한 사람 말은 원래 앞뒤가 잘 안 맞는거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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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웃고 조용히 사진 꺼내 몰래 보며 다시 그려본다. 민규, 그리다가 계
순 얼굴을 떠올린다. 자기를 알아보고 웃던 모습. 민규, 가만히 사진을 바라
본다. 영규, 가볍게 코를 한번 드르렁 곤다. 민규, 가만히 전화기를 끌어온
다. 조용히 수첩에서 꺼낸 계순 가게 광고명함 보고 시외번호를 찍어본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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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E 또또와 분식입니다. 여보세요?
계순 여보세요? …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세요.
S#6. 계순 가게
아줌마 왜그래?
계순 (전화기 내리며) 누가 또 장난전화 했어요
아줌마 이 시간에 누가 그런 짓을 해? 나 가?
계순 안녕히 가세요
아줌마 (나가다가) 요즘은 뜸하네? 그 인간?
계순 … (웃는다)
아줌마 문 단속 잘 하구 자.
계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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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문 닫고 온다. 잠그고 오고는 다시 호두알 꺼내 깨며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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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순 (노래)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그깐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S#7. 민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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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가만히 전화 놓는데 자는 줄 알았던 영규가 조용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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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누구한테 전화했어, 너?
민규 (깜짝놀란다)
영규 번호를 길게 찍던데… 여기 사는 여자 아니구나? 뭐하는
여자야? (일어나 앉는다)
민규 … 장사해
영규 무슨 장사? 아, 혹시 호두 장사냐? 너 갑자기 호두 사온
게 수상하더니?
민규 아냐, 분식점 해….
영규 호호호! 거 싹수 있다. 뭐 대학생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안
돼! 알았냐? 여자는 그저 생활력이 있어야 해! 특히 너같
은 애 상대는! 그런데, 임마. 너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
야지! 왜 바보같이 끊어?
민규 … 그 여자는 내가 자기 좋아하는줄 아직 몰라….
영규 하이구, 이런 등신! 또 하나 있네! 몇살이야, 그 여자?
민규 … 몰라
영규 아니, 지가 좋아하는 여자 나이두 모른단 말야?
영규 난, 지금 생각으룬 장가를 한 세 번쯤 가구 싶은데 말야…
첫 번째는 아주 섹시하구, 돈 많은 여자! 두 번째는 중년
일테니까 섭생을 위해서 요리 잘하는 여자, 늙어서는 간호
사 출신. 어떠냐?
영규 에이, 왜 또 갑자기 잠이 안오냐? 이거 고질 되겠네?
S#8. 재천 부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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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그머니 누가 들어온다. 상옥이다. 불을 켜고 본다. 깨끗이 정리된 부엌이
다. 상옥, 여기저기 깨끗이 치운 부엌 열어보고 하며 배시시 웃는다. 영규가
들어온다. 뒤에서 딱 친다. 상옥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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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아유, 깜짝이야!
영규 이 기집애… 너 그런 짓 말아?
상옥 무슨짓?
영규 …몰라서 물어?
상옥 … 작은오빠, 누가 설거지 했어?
영규 내가 했다, 왜? 너 또 그러면 정말 가만 안둬?
상옥 치, 뭐 어때?
영규 형네, 내일 아침에 올라간다니까 아침밥이랑 잘해! 미워두
고와두 우리 식구야,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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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체! 누가 밥을 해 바쳐? 어림없는 소리 하지두 말아! (하
고보니 나가버렸다) 저 인간은 도대체 누구 편인줄 모르
겠어.
S#9. 바다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