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고급의상실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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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가 옷을 사고 있다. 무표정하게 입어보는 수경모. 홍여사가 같이 따
라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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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이것두 주세요.
종업원 사모님 두벌 다 하신다구요?
수경모 네.
종업원 네, 감사합니다.
홍여사 (쿡 찌른다) 언니, 한 벌만 사! (너무 비싸잖아!)
수경모 얘 입은 것 같은 바바리는 없나요?
홍여사 언니…!
종업원 네, 있습니다. 트랜치코트는 이쪽입니다. 사모님!
S#2. 까페 일각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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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새 옷 입고 모양냈다. 그러나 쓸쓸한 얼굴. 옷이 든 쇼핑 백이 두어
개나 옆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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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그래, 돈두 팍팍 쓰구, 바람도 쐬구 하니까, 기분이 좀 나
아졌수?
수경모 얘, 우리 여행 가자.
홍여사 날 추워지는데 무슨 여행은?
수경모 어디가 제일 돈 많이 드는 데니? 유럽이니? 거기 가자, 우
리.
홍여사 …언니, 왜 그래?
수경모 허무하다… 수경이 기집애 그러구 나오니까, 나 허무해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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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아까부터 수경모 하는 게 못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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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그러지 말우! 진짜 허무한 사람 따루 있수! 정말루 허무한
사람은 언니가 아니구, 수경이우!
수경모 그 기집애가 왜?
홍여사 부모 잘 만나 고대광실서 호강만 하다 큰애가, 나보구 월
셋방 얻어 달랩디다?
수경모 (아직 분하다)
홍여사 랑하는 게 죄유? 응? 유부남 꼬여내서 남의 가정 깨가며
시집 가겠다는 것두 아니구, 나쁜 인간 잘못 만난 사기결
혼두 아니구, 그저 돈 하나 없는 게 흠인 총각 좋아해서
같이 살겠다는데, 뭐가 그리두 못 마땅하구, 뭐가 그리
두 허무해?
수경모 너 말 다했어?
홍여사 덜 했수! 그러지 말아, 언니! 날씨하구 젊은 사람 앞길은
아무두 장담 못 한답디다! 누가 알우? 언니네가 잘못돼서
나중에 그 사위 덕보구 살게될지?
수경모 …아주 축수를 해라… 그래, 우리 망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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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휙 물건들 들고일어나려는데 홍여사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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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언니… 이왕에 가는 시집 좀 흔쾌하게 보내주!
수경모 넌, 딸 안 길러봐서 내 마음 몰라! 이십 몇 년 고이고이
길렀다가, 너 봤잖아? 그런 사람네 집으로 보내야 하는
내 심정..! 너, 제발 아뭇 소리 말아?
S#3.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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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수경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재천. 큰 고모, 영규 같이 있다. 상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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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모E (눈치 봐가며) 잘했다, 연애 거는 것들 보니까 원래 방정
들을 부리더라. 오늘 싸웠다구 헤어지구, 그 담날 다시 만
나 입 쪽쪽 맞추고!
영규 에이, 고모…
큰 고모 아니, 우리 아들 보니까 그러더라니까! 얘들 얘기가 아니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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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뭐 어쨌건 둘이 다시 만나 결혼한다니, 됐구. 식은 언제
올릴 거냐?
동규 되도록 빨리 하겠습니다.
재천 좋은데… 그 예식장이 하나뿐이라 어느 날이 비어있는지
모르겠다?
동규 …?
수경 …?
영규 아부지, 결혼식을 여기서 하게요?
재천 그럼 어디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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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 형 직장 있는 서울서 해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동규 아부지, 서울서 하겠습니다…
재천 안돼! 우리 집으로는 개혼인데, 객지서 어떻게 해? 안돼!
수경 (어떡하나?)
영규 형 진짜 여기서 할거요?
동규 아버지께서 여기서 하라시면 하긴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서울서 다시 한번 해야할겁니다.
재천E 왜?
동규 직장일이 한참 바쁠때라 여기까지 모두 내려올 수두 없구
요, 수경씨네 가족들두 그러실 거구요.
재천 버스 한 대 대절해서 내려오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영규 여기서 우리가 올라가면 되잖아요? 한 번만 해두 복잡
할 결혼식을 뭐하러 두 번씩이나 해요, 아부지? 그런다구
사람들이 부조돈 두 번 주겠어요? 안 줘요!
재천 임마, 넌 나가 있어!
영규 아부지, 서울사람들은 진짜 시간없어요! 분, 초, 쪼개가며
사는게 불쌍한 서울사람들이라구요! (나간다)
재천 시끄러! 얘, 너두 서울서 하는 게 좋으냐?
수경 네, 서울서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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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민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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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입이 부르터서 여성잡지 보며 앉아있다. 영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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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작은 오빠, 저 여자 우리집 왜 왔어?
영규 시끄러, 이 기집애야. 인제 너 올케 언니야!
상옥 누구 맘대루? 나, 분명히 말하는데 저 여자 우리집에 시집
오면 난 당장 나가 버릴거야!
영규 너, 큰일났다? 이렇게 추운데, .집 나가서 어디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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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약 올리고 웃옷하나 걸쳐 입고 나가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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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속상해 죽겠어! 큰 오빠는 진짜 자존심두 없대?! (안방
에 들리라구 크게, 정말 속상하다)
영규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지르구 그래? 콱, 그냥!
S#5.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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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수경 역시 곤란한 얼굴로 재천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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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E 왜 놀래? 결혼식은 서울서 하구, 상견례는 여기서 하자는
데? 사둔끼리 예식장에서 만나,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 할
수야 없는거 아냐?
동규 결혼식 전날 쯤 양가가 모여 저녁식사라두 하면 되잖을까
요, 아부지? (동규, 사실은 그것도 현재로는 무리지만)
큰고모 그래, 그게 좋겠구만.
재천 아, 누님은 가만 계세요!
큰고모 …알았네. (물러나 앉는다)
재천 곱게 키운딸, 시집 보내는데 어떤 집으루 가는 지 궁금허
실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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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사위가 어디서 어떻게 컸는 지두 와서 보시구, 좋잖아?
백마디 말보다 와서 한번 보면 서루간에 다 이해가 되구
할거야! 상견례는 여기서 한다! 알았냐?
재천 아침 일찍 출발하셔서 점심 잡숫구 올라가시라구 그래.
동규 …
재천 (달력보더니) 아주, 날 춥기전에 다음 주말 쯤 어떴냐?
큰고모 그래, 그날 좋겠구만! 그리구 예단같은 거 그것두 만난 김
에 아주 얘기해야잖아?
S#6. 수한 아파트 거실 (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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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와 수경 와서 인사한다. 수경은 오빠네 40평 아파트가 새삼 호화스럽
고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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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벌써 찾아뵙구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수한 뭐, 사정이 그렇게 됐다니까, 서루 이해해야지 뭐.
애주 아가씨, 어쨌던 두분 결혼 축하드려요
수경 … 어쨌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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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오빠, 우리 바빠서 신혼여행 못 가거든? 그러니까 현금으
루 줘!
애주 아가씨, 아무리 바쁘셔두 신혼여행은 가셔야죠, 일생에 한
번뿐인데!
수한 그래, 가까운데루 가라. 동남아는 요즘 연무 때문에 곤란
하다니까, 싸이판 가라, 너 싸이판!
동규 …
수한 써핀두 하구 스쿠버다이빙두 즐기구, 마린스포츠하긴 거
기 좋다?!!
애주 제트스키두 재밌잖아, 여보?
수한 어, 그래. 것두 재밌더라!
수한 그런데 결혼식은 어디서 하냐?
동규 회사 강당에서 하기루 했습니다.
수한 회사 강당? 아, 거기 공짜지? 돈 안들구 좋겠다!
애주 살림은 어디서 하게 돼요, 아가씨?
수경 지금 알아보구 있어요!
애주 처음엔 쪼끄만 데서 출발하세요. 그게 좋다구 하데요. 쪼
끄맣구 이쁜 집 많대요?! 요즘?
S#7. 동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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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너 왜 그러니? 어쨌든 고맙다가 뭐야?
수경 우리 올케언니 하는게 얄밉잖아?
동규 그리구 신혼여행이야긴 또 뭐야. 그것?… 우리 둘이 배낭
매구 한 삼사일 어디 다녀오면 되잖아?
수경 … 미우니까 해본 소리야!
동규 그건 그렇구 상견례 어떻게 말씀드리냐…?
수경 (자기도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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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수경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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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수경 왔다. 동규,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수경부, 모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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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영덕으루… 우리를 오라구?
동규 죄송합니다…
수경모 …
수경 (모에게 반항하는 기분이 계속된다) 굉장히 경치 좋아요,
아빠! 동해안 여행 가신다 생각하구 가심 되잖아요? 가서
영덕대게, 아시죠? 크다란 게! 것두 잡숫구, 좋잖아? 그
죠?
동규 대게는 요즘 없어… 다 수출하구.
수경 좀 멀긴 하지만요, 결혼식때는 그쪽에서 다 올라오실 거니
까 우리두 한 번은 가드리는 게 인사잖아요?
수경부 여보…? (물어본다)
수경모 그래요, 갑시다. 그렇게 해요!
수경모 이번 주말에 가자구? 그러지 뭐.
수경 ?
S#9. 홍여사 안방 (다른날, 낮)
수경 엄마가 너무 선선하게 나오시는 게 수상해, 이모.
홍여사 얘는! 고맙지 뭐가 또 수상해? 니들한테 너무 했다구 생각
하구 반성하는 모양이지 뭐.
수경 … 그랬음 다행이구.
홍여사 예단은 어떡해? 준비 해야잖아?
수경 서루 다 생략하기루 했어요. 둘이 금반지 하나씩 말구는
다 생략!
홍여사 그런다구 시댁에 아무것두 안해주는데?
수경 그쪽두 나 아무것두 안해주는데?
홍여사 아이구 모르겠다. 예단은 그렇다 치구, 다른 것두 많잖아?
수경 (하하 웃는다) 사람 죽으란 법 없드라구요! 자존심 한 번
탁 꺾구 났더니, 다 돼! 화장이랑 드레스 같은건 친구애들
중에 샵 가진애두 있구 하니까 도와준대구, 사진은 우리
거래하는 작가분이 필름값만 받구 맡아주신댔구… 정작,
저지르니까 다 되드라구요!
홍여사 근데, 방은 큰일이다 얘. 너가 준 돈 2천 갖구는 지하방두
큰 건 못 얻겠더라, 어떡허니?
수경 그래요…? (걱정 안한다) 그럼 정말루 동규씨 하숙방에서
살아버릴까?
홍여사 말두 안돼, 얘!
수경 뭐 어때? 밥두 하숙집에서 얻어먹으면 일두 안하구 설거
지두 안 하구, 좋잖아요? 진짜 그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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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까르르 웃어버리고는 시계 본다. 핸드백 챙긴다. 잠깐 들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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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그러지 말구, 엄마한테 2, 3천만 좀 달라구 그래볼까?
수경 (정색하고) 이모… 나 싫어? 엄마 돈, 단돈 만원이래두
안받아, 나!
홍여사 남들한텐 자존심 굽힌다구 지가 그래놓구 왜그래?
수경 엄마는 안돼,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