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그대 그리고 나

S#25. 동규 하숙집 (석양 무렵)
영규가 우울한 얼굴로 댓자로 누워있다…

동규            영규 왔구나?
문 열리고 동규가 출장에서 돌아온 길루 들어온다.


동규            언제 왔냐?… 제대했구나.
영규, 일어나 벽에 기대앉는다. 동규가 손을 내민…

동규            축하한다!
영규            축하는 뭐… 한 5년 말뚝 박구 그냥 눌러 있을 걸 그러구 
                있었어, 지금.
동규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나가자, 내 맛있는 거 사줄게.
영규            제길! 그러지마! 요새 밥 굶구 사는 사람 봤어? 어디서 육
                이오 때 인사를 지금까지 하구 그래?… 신경질 나게!
동규            (웃옷 벗고 앉으며) 너,  불안한가 보구나? 앞으루 살  일
                이?
영규            … 얼굴 보니 깨끗한 게… 평화 찾았나 부네?
하는데 전화가 온다.

동규            (받는다) 여보세요?
수경            …잘 다녀왔어요?
동규            (돌아서) 수경이? 나야, 응. 방금 왔어…
영규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S#26. 수경방
수경 전화하고 있다.

수경            오늘 최영미가 갔어요 … 아마  동규씨 출장에서 오기 전
                에 가려구 서두는 거 같았어요.
하는데 노크 소리난다.

수경            잠깐만요.
문 열리고 수경모가 들여다본다.

수경모          명우 왔다?
수경            네, 알았어요.
수경모 누구랑 전화하나 신경이 쓰인다. 수경, 느끼고.

수경            친구예요. 금방 끊구 나갈께요.
수경모          (믿고 그냥 나간다)
수경            (나간 뒤) …그럼 끊어요, 동규씨… 사랑해요…
하고 전화 내린다. 한숨 쉰다. 수경, 아직도 부모에게 말을 못해 괴로운 마음.
S#27. 수경거실
명우가 모과를 한박스 들고 들어왔다.

수경모          (입이 벌어져서, 꺼내며) 이게 다 어디서 난 거야?
명우            아버지가 조그만 땅을 갖구 계세요.  향기가 좋아서요, 어
                머님 갖다드리구 싶었어요
수경모          고마워, 여보, 이 냄새 좀 맡아보세요.
수경부          좋군 그래, 좋아요!
수경모          애주랑 지성이두 좀 나눠줘야겠어요. 이쁜 걸루 골라서.
수경부          소주 좀 부어둬요, 익으면 괜찮더라구, 그게.
수경 나온다. 나와서 명우와 눈 마주치고 웃는다.
S#28. 수경동네 산책길 (저녁)
수경, 명우 산책을 한다.

명우            아직두 말씀을 안 드렸다구? 그 사람 다시 만난 거?
수경            용기가 안나. 우리 엄마 화나서  까물어 치실거구, 아빠는 
                실망 하실거야.
명우            그래두 다른 사람 통해서 듣는  것보다 네가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나을 걸?
수경            몇 번 말 꺼내려구 했다가 못했어.
명우            그 남자 보구 와서 직접 말하라구 하던지.
수경            아직은 안 돼… 시간을 벌어 볼래.. 힘들어, 나, 명우야.
명우            너만 힘든 거 아냐… 다른 식으루 또 힘든 사람두 많다는
                거 기억해…
수경 그럼 명우를 본다. 수경, 가만히 명우 손을 잡아준다.

수경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가자, 우리.
명우            그래, 가자.
S#29. 수경거실
수경모, 모과를 마른 행주질하다가 문득, 걱정이다.


수경모          여보, 너무 조용한 게 좀 이상하지 않아요? 수경이 요즘?
수경부          (먼저 느끼고 있다) 글세…?
수경모          혹시 그 남자 다시 만나는 건 아닐테죠?
수경부          야, 요즘 일찍 일찍 다니잖아요?
수경부모 은근히 불안하다.
S#30. 동규 하숙방

영규            (기절하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두 사람 분명히 그
                때, 끝났잖아?
동규            화해했어…
영규            왜 그런 얘기 안 했어, 진작. 왜?
동규            왜 화를 내니, 너?
영규            (아차 하고는) … 화 안나, 그럼? 남자가 당했으면 깨끗이 
                털어야지, 못나게 왜 또 만나느냐구? 형이 애걸복걸 했수?
동규            그래…그랬다…
영규            …아부지두 아셔?
동규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영규            결혼할 거야?
동규            시간 좀 있어야겠지..
영규            내가 미쳐… 정말!
동규            그렇게 싫으니, 그 여자가?
영규            그래, 싫어! 난 절대 반대야! 아마, 아부지두 안 된다구 하
                실걸?
동규            왜 그렇게 싫으니? 내 편 좀 되주라… 부탁한다…
영규            …아, 돌겠네, 진짜! 제대 초장부터 이게 뭐야?
S#31. 재천 마당
상옥, 가만히 턱고이고 앉아 운동하는 아버지를 본다. 재천, 힘겨운 운동하 다가, 끝을 내며 상옥을 돌아본다.


재천            막둥이는 왜 이렇게 안 와?
상옥            … 몰라요… 일이 많은 가부죠…
재천            몇신데 애를 붙잡아 놓구 안 보내? 아, 전화 좀 해봐. 
상옥            아부지, 민규, 그냥 두세요.. 그 병 또 나왔어요…
재천            … 그 병이라니?
상옥            종일 먹지두 않구, 잠두 안자구, 말두 안 하고, 어릴 때 같
                이 소리내서 울지만 않을 뿐이지 꼭 같아요.  틀림없이 그 
                증세예요. 모른 척 해버리세요.
재천            왜 그런다는 거야?
상옥            아마, 큰 오빠 일이 잘 안된  것,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재천            다 끝난 걸 갖구 왜그래. 그 녀석?
S#32. 학교 운동장 (저녁)
민규, 어린이 놀이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개가 민규를 지킨다. 민규, 거꾸로 매달려 보고 있는데, 재천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민규 보고있다.


재천            막둥아…
민규            (하는 수 없이 바로 선다)
재천            추워진다. 집에 가자.
민규            (말 없이 선다)
재천, 민규의 옷가지들을 정리해준다. 따뜻하게 깃도 열어주고. 민규 표정 없이 내맡기고 있다. 상옥도 교문근처에 와서 서 있었다. 재천, 민규의 손을 잡아쥐고 간다.


재천            우리딸두 잡자. 
재천, 상옥손을 잡으려 하는데 상옥이 뿌리친다.

상옥            체! 누가 아부지 손을 잡아? 난 젊구 잘생긴 남자 손 잡을래!
그러면서 민규 손을 잡는다. 민규가 뿌리치나 안 놓고 아예 팔을 끼는 상 옥. 세부자가 나란히 어두운 길을 간다. 개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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