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7. 차도를 건너는 영규
바람 부는 거리, 마구 오가는 차들 사이에 갇혀서 실실 스스로에게 조소를
날리는 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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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 카센타
민규, 주인여자와 같이 가게 물건들 정리한다. 주인은 밖에서 차 고친다. 민
규, 아까부터 뭔가 눈치보며 자꾸 망설이고 있다. 여인과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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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얘기 좀 해주세요. 아시는데루 다.. 좀..
여자 느 엄마?
민규 네.
여자 너 정말 아무것두 모르니?
민규 …
여자 말수 없는 것두 닮았구나… 느 큰 엄마가 너무 모질었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민규 …
여자 느엄마, 내 친구야, 섬에서 같이 컸어…
민규 …
여자 열일곱살 때 같이 돈 벌려구 섬에서 나왔어, 나랑 친구하
나는 대구 방직공장에 갔구, 느엄마는 여기서 선주집에 애
기봐 준다구 남았는데… 어떻게 해서 박선장집으루 가게
되었는지는 나두 몰라. 느집이 그때 먹구 살만 했나부더
라.
민규 …
여자 너 몇 살 위 형있지? 아마 그 애 봐주러 갔나부다.
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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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민규야! 오일 갖구와라!
S#19. 바다
S#20. 바다
재천, 그물질을 끝내고 먼 바다를 보며 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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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 카센타 (오후)
민규 (꾸벅 절한다) 안녕히 계세요
남자 그래, 수고했다.
민규, 여자가 있나하고 돌아보나 없다. 그냥 고개 숙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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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 근처 어느 골목
민규가 발밑만 보고 걷는데, 누가 잡아챈다. 돌아보니 여자다. 여자 따라오
라고 하고 먼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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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3. 선창가 어느 낡은 배 곁 으슥한 곳
여자 눈치보며 민규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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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게 어떻게 용케 한 장 있더라.
사진 한 장을 준다. 민규 받는다… 떨린다. 언제나 마음속을 온통 차지하고
있던 알지 못할 그리움의 실체가 거기 있다. 열여덟살 정도된 계순의 청순
한 사진. 민규, 사진에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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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너랑 많이 닮았지?
민규 (그렇구나…)
여자 내가 말해줬지? 서울 송파산다구… 거기 사거리 무슨 은
행뒤에서 분식점하구 사는 걸 누가 봤다더라.
민규 …
여자 근데, 느 엄마가 약간 어리벙 해졌다더라… 연탄가스를 마
셨다는데, 죽자구 일부러 마신 건지, 잘못 돼서 마신건 지
는 모르겠구. 일부러 마시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게 모질
지 못해, 계순이.
민규 결혼은 했어요…? (겨우)
여자 느 엄마? 그럼!… 그때 급하게 돈 싸매서 다른 남자한테루
시집 보냈다더라. 느 큰 엄마가.
민규 …
여자 근데 너 어렸을 때 이름이 똘똘인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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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 바닷가 (석양)
민규 개 데리고 혼자 앉아있다. 사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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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E 느엄마… 가기 싫은 길 억지루 울고 쫓겨 갔다더라… 가
면 너를 호적에 올려주구, 안 가면 영 안 올려 준다구 해
서 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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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모래사장에 벌렁 누워 다시 사진을 바라보는 데 눈물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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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E 너 두 돌지나 갔대니까, 인제 서루 길에서 스쳐두 모르겠
다…!
민규, 휙 몸을 뒤집어서 모래 속에 옆 얼굴을 얼마쯤 묻는다. 사진을 쥔 채
로, 숨을 내쉬면 그 숨 끝에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죽은 사람처럼 입 벌린
채, 그대로 누워 있는 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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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E 아부지는, 느엄마한테 정 있었대. 방 하나 얻어, 계순이 그
냥 데리고 살려고 했다는데, 느 큰형이 그때 중학생인데,
느엄마 안 내쫓으면 당장 나가서 죽어버리겠다구… 그랬
던 모양이야! 장손이 죽겠다는 데, 느 아부진들 어떡하겠
냐?
민규 (그대로 시체처럼)
여자E 느 큰 엄마는, 늘 골골했다더라… 몸이 아프니, 성질만 고
약해졌는지 너 가진 거 알구… 불 갈던 연탄집개루 느 엄
마를 때리는걸 본 사람두 있더라, 밉기는 미웠겠지.
민규, 그 말을 떠올리자, 숨이 막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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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야! 너 거기서 뭐해!
민규, 그대로 까딱 않고 누운 채, 사진만 조용히 안주머니에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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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다가오며 종알거린다) 이 인간아, 인간아…! 너 도대체
왜 그러냐? 응?
민규 (눈을 감아 버린다)
상옥 밥때가 되면 재깍재깍 쳐먹구, 잘 때가 되면 재깍재깍 디
비자구, 좀 그래라. 어떻게 된 애가 밥때다 먹어라, 해야
먹구, 잘 때다 자라, 해야 겨우 자는 시늉하구, 너 도대체
왜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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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서 들여다보니 민규 하고 있는 모습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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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야, 너 왜 그래?
민규 (눈감은 그대로)
발로 툭툭 친다. 귀찮게 그래도 그대로인 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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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야, 임마! 박민규!
민규 나, 그냥 가만 좀 나둬! 귀찮게하지마… 좀 놔두란 말야!
하고는 훌쩍 일어나 가버린다. 상옥, 놀라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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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야, 똥개야, 쟤, 왜 저런 다니?
상옥 하이고, 그래. 셋트루 잘해봐라!
상옥 하고는 자기도 벌렁 누워버린다. 민규는 멀리가고, 상옥은 가만히 누
워있다. 상옥도 살기 힘들고 쌓인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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