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그대 그리고 나

S#9. 회의실 정도
고개 숙이고 있는 수경. 팀장, 수경의 사표를 잡고 흔들며 말한다.


팀장            윤수경씨, 우리 공과 사 구별 확실히 합시다. 정말, 회사다
                니기 싫어서 내는 거요, 최영미 때문이요?
수경            …최영미가 갔는데 제가 어떻게 있어요?
팀장            그 사람은 더 좋은 직장 골라 자기가 간 거에요!
수경            아시잖아요. 그런 게 아닌 거….
팀장            …어쨌건, 나 우리팀 더 이상 무너지는 거 원치 않아요!
수경            …
팀장            박주임 출장에서 돌아오면 얘기하기루 하구, 이건 안 받은
                걸루 합시다!
팀장, 죽 찢어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S#10. 사무실
수경, 자기 자리로 오니, 남2가 전화를 받다가 부른다.


남2             윤선배, 3번 전화에요… 누군진 말 안 하는데요?
수경            (받으러 들며)
S#11. 까페
미숙이 가만히 전화하는 영규를 보고 앉아있다.

영규 아, 윤수경씨세요? 영규 저 박, 영, 규,입니다. 아시죠? 잠깐 만나ㅂ으면 하는데요?
영규 아직 형과 수경이 재회한 사실을 모른다.

영규            잠깐이면 되는데, 좀 나오시죠. (은근히 협박 조로) … 여
                기가 지하철 입구 쪽인데, 이중 까페네요… 그럼 기다리겠
                습니다.
영규, 얼른 끊고 미숙을 돌아보며 윽박지른다.


영규            야, 너 가만히 구석에 앉아있어, 알았어?
미숙            (독이 올라) 알았어, 내 돈만 줘.
S#12. 복도
수경 나온다. 얼굴이 우울하다. 대리 지나치며 툭 쳐준다.

대리            기운 내! 라이벌두 떠났는데 왜 그래? (하고 가버린다)
수경, 휙 돌아서는데 그 말이 야유같아 몹시 거슬린다.
S#13. 카페
수경이 들어오는게 보인다. 영규 얼른 일어나 맞는다. 미숙, 안 보는 척 하 며 수경을 재빨리 살핀다.


영규            여깁니다.
수경            안녕하세요?
영규            갑자기 찾아서 꽤 놀라셨겠죠?
수경            …아뇨. (앉는다)
영규            피차간에 서루 바쁘니까, 뭐 용건으로 바루 들어가죠!
수경            ?
영규            돈 좀 빌려 주세요! 딱 백만 원이면 되는데!
수경            (기가 막혀서 본다)
영규            아, 물론 꼭 갚아요!… 더두 말구 딱 백만 원좀 빌립시다!
수경            … 급한 일이신가 부죠?
영규            네, 그래요! 아주 급합니다!
수경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영규            간단하게 말하면,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구나 할까요?
수경 놀라서 영규를 본다. 영규도 빤히 지지 않고 본다. 도전적으로. 수경, 잠깐 생각하고 일어선다.

수경            … 해드릴께요…일어나시죠, 요 위에 인출기가  있을 거예요.
영규 수경을 따라 나간다. 영규 나가며 미숙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사인 보낸다. 미숙 알았다고 하며 다시 수경을 본다. 이쁘구나… 하는 부러운 심 정으로.
S#14. 인출기 앞
수경, 카드를 넣고 돈을 빼낸다. 두 번에 나눠 뺀 다음 옆의 봉투에 넣어 뒤에 기다리고 있는 영규에게 준다. 영규, 수경이 너무 선선히 주는 바람에 후회한다. 더 부를걸 하고…


영규            (받으나 찜찜한 게 있다) 이만한  돈 쯤 다른 사람한테서 
                구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왔어요…  부채감 좀 덜어 드
                릴려구.
수경            부채 감이요?
영규            아, 뭐, 꼭… 갚아드리죠! (간다)
수경            저 형님은 부산에 출장 가셨어요
영규            아, 물론 형에게는 서루 비밀루 하죠!
영규 거만하게 손을 치켜주고는 나간다.


영규            땡큐! 소우 마치! (전혀 감사하지 않은 태도로)
수경, 무슨 일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 불쾌하기도 하다.
S#15. 카페
다시 돌아온 영규, 돈을 탁자 위에 탁놓는다.

영규            됐냐?
미숙            (받아서 세기 시작한다)
영규            하, 나아 참…! 인출기에서 금방 뺀 돈이다..!
미숙            (아랑곳없이 천천히 세고 있다 침도 가볍게 묻혀가며) 
S#16. 63빌딩이 보이는 고수부지정도
영규와 미숙 소주 콜라 과자 등을 놓고 앉아 강물 보며 이야기 중이다. 미 숙은 소주로 좀 취했다. 그러나 똑바로 앞만 보고 비굴하지 않게.

미숙            다시 한번 말할 게… 오빠… 정말 이게 우리 끝이야?
영규            끝이야.
미숙            … 결혼하자, 나 잘할게… 오빠가 돈벌기 싫으면  내가 다 
                벌게… 자유롭게 살구 싶으면 나는 시골집에 가서 조용히 
                기다릴게.

영규            싫어!
미숙            파마두 하구 모양두 낼게, 손톱칠두 하구, 이쁜 옷두 사입
                구.
영규            야, 너 나 따라 살면 그날부터 너 인생 우스운 꼬라지 돼! 
                세상에 착실한 놈 쌔구쌨다, 너, 포기해!
영규가 제 반지를 뽑아준다.


영규            미숙아.
미숙            (희망 느껴 바라본다)
영규            이거 내 전역반지다.. 너 이거 날마다 끼구,  살어! 날마다 
                이거 보며 내 생각하며, 이빨 갈어! 이빨 갈구 돈 벌어!
미숙            ?
영규            너 아직두 뭘 모르는 모양인데,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너 
                찼어! 넌, 나한테 차인 거구! 알겠어?
미숙            나쁜 놈…!
영규            그래! 잘한다! 그렇게 나  욕하구, 막, 미워해! 그래야  너 
                희망 있다! 재수 없어서게  미친 놈 만났었다구 생각해버
                려…난 나쁜 놈두 못되구 사이코야! 너 같은 애를 버리는 
                게 어디 제 정신 가진 놈이 하겠냐? 나쁜 놈은 맘 고쳐먹
                구 반성하면 되지만, 미친 놈은 저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 너 알지?
미숙            (정말 끝이로구나)
영규            (일어난다) 인간성 좋은 남자 만나서, 아들놓구 딸놓구 잘 
                살아라, 미숙아.
영규 제 짐 들쳐 걸고, 어깨 한번 두들겨 주고 가버린다. 미숙 그대로 앉아 있다. 그러나 문득 바라보니 벌써 저만큼 간다.

미숙            (벌떡 일어나며) 벼락이나 맞아라, 이 도둑놈아! 아침저녁 
                빌 거야! 너 망하라구! 이 나쁜놈!
영규 그새 멀리 가 버렸다.

미숙            가다가 콱, 차에 치어서-!
하다가 힘빠져 주저앉는다. 무릎 세워 고개 묻고 소리내어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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