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그대 그리고 나

S#33. 수경집 거실
수경, 들어온다.

수경            다녀왔습니다.
수경모          (아직 딸과의 감정이 평온하지 않다) 명우 왔다.
수경 보니, 수경부와 명우가 바둑을 두고있다.

수경            너 뭐야? 언제 왔어?
명우            응, 한 30분전에 회사루 갔더니 너 좀 일찍 나갔다더라.
수경            응, 어디 좀 들러 오느라구.…
명우            그랬구나.
수경부          바둑두는 사람 매너가 아주 꽝이로구나!
명우            아유, 죄송합니다.
S#34. 수경방
장미 꽃다발이 놓여있다.

수경            들어와.
명우            (수경방이 처음이라 들여다만 본다)
수경            들어와, 괜찮아.
명우            방 이쁘네?
수경            안 들어와?
명우            …(들어온다)
수경            앉아.
명우 좀 어색하게 앉는다.

수경            어머, 이게 뭐지? 네가 갖구 왔니? 꽃?
명우            응
수경            이쁘다… 고마워. 말려야겠다.

S#35. 수경안방
수경모, 앉아서 여성잡지 본다. 돋보기 쓰고.

수경부          쟤네들 뭐 과일이라두 안 주는 거요?
수경모          난 싫어요, 저 기집애! 내가 명우한테 잘하면 저의가 있어 
                잘한다 할거구, 모른 척 할래요
수경부          똑같아, 모녀가 하는 게 똑같다구요

S#36. 수경방
명우 좀 진지하게 말한다.

명우            너 힘들어 보인다. 그 남자 때문이냐?
수경            … (웃는다)
명우            도루 가라, 그럼.
수경            … 다른 여자랑 결혼하겠대.
명우            엄포겠지… 오기든지.
수경            아니, 그 남자 답답한데 있어. 그러구두 남을 남자야. 결혼
                할거야. 
명우            미련 있니?
수경            딱, 죽구 싶어.
명우            … (실망이다)
수경            죽이구 싶구.
명우            아주 목숨 걸었구나!… 그 정도면, 가서 굽히고 화해해.
수경            그러긴 싫어.
명우            우리 부모님들 자존심 때문에 결국은  헤어지시더라.… 정
                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앞에서 좀 비굴해진들  어떨
                까? 난 그때 그런 생각했어.
수경 듣는다.

수경            너, 공부하는데 나 데리구 갈 수 있어?
명우            니가 무슨 공부하는데?
수경            여기서 떠나구 싶어. 그 남자하구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거 고문이야.…
명우            너만 좋다면 나야 너랑 가는 거 좋지. 방값두 절반씩만 부
                담하면 될 테니까.
수경            농담 아냐, 난.
명우            나두 농담 아냐.
수경            …?
명우            큰일났다. 나 지난 며칠 내내 힘들었어.
수경            뭣 때문에?
명우            질투심 때문에. 그 남자, 너랑 연애했단 그 남자 때문에
수경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너?
명우            나, 너랑 친구만 하기 싫은가봐… 큰일이지?
수경            (놀라서 본다) 그러지 마, 제발 명우야!
명우            걱정 마. 나두 우리 아버지 아들이야! 다른 남자 사랑한다
                는 여자한테 고개 안 숙여.
수경            …
명우            친구루 남아줄게. 언제구. 배고프면 밥 사줄 거구, 울면 눈
                물 닦아줄게. 외롭다면 안아 줄 용의도 있구, 됐지?
수경, 명우를 안는다.

S#37. 수경식탁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차를 드는 가족들.


수경            아빠,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
부모 본다.

수경            저 회사 그만둘려구요
수경모          (벌써 신경질 난다) 왜? 왜  힘들게 시험 봐서 들어간 회
                사를 그만둬?
수경부          얘기부터 들어봅시다. 회사 관두구 뭐할려구?
수경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
                법하구요. 외국 나가서 어학연수 하는 방법이요.
수경모          대학원은 뭐 아무나 가는 거래니?
수경            엄마, 왜 그래요? 진짜?
수경모          어학연수 좋아한다! 대학원을 가든 연수를 가든 니 맘대루 
                해! 돈두 니가 벌어 가구! 아빠랑 엄마 이제 더 이상 니들 
                뒷바라지 못해!
수경            엄마!
수경모          니들 둘 뒷바라지하기 지긋지긋해. 야, 엄마두! 오빠 재수 
                2년은 말할 것두 없구! 너두  학원비, 과외비, 등록금, 돈 
                들어간 건 빼구라두 고등학교 3년  동안 아니, 너 중학교 
                때부터 엄마 새벽밥 지었어! 특수고  간다구 중3 내내 새
                벽부터 도시락 두 개 싸고, 아침저녁 운전사  노릇 다해바
                치고, 그 지긋지긋한 니 신경질 다 받아주구!
수경            (울고 싶다)
수경모          (점점 더 커진다) 새벽 한시 두시까지 독서실 문 닫을 때
                까지 잠 못 자구 기다리구, 모의고사 때마다 초죽음 되구, 
                너 그 동안 네 손으루  양말짝 하나 빨아봤어? 교복 한번
                을 대려봤어?
수경부 조용히 듣는다.

수경모          … (수경부 의식해서 낮추며)  엄마두 힘 빠졌어! 지쳤다
                구!
수경            … 알았어! 죄송해요!
수경 화내고 나간다.

수경모          (나가는 뒤에 대고 다시 퍼붓는다) 어학연수 꼭 갈려거든 
                미국 애들 하는 거나 똑바루 배워 와! 걔들은 열여덟 살만 
                넘으면 집 나가서 자립한다더라! 빨리 빨리 결혼해서 엄마 
                놔줄 생각은 않구, 뭐 대학원? 대학원  좋아하네! 내가 언
                제까지 니들 종노릇해야 하니?
수경부          …아직두 더 남았어요?
수경모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수경모, 흐느껴 운다. 수경부, 가만히 안고 등을 다독여 준다.

S#38. 수경방
수경, 엎드려있다. 수경부 들어온다.

수경부          아버지 좀 들어가두 되겠냐?
수경            … (얼른 자세 바꾼다)
수경부          (앉고) 엄마 말씀 섭섭하게 듣지 말아. 엄마두 화낼 수 있
                는 사람이야.
수경            …
수경부          엄마가 너를 키우면서 꿔온 꿈이 너무 커서 그래. 자기 딸
                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구 똑똑한  줄루 착각하구 살아온 
                느이 엄마 아니냐. 아버지두 마찬가지였구.
수경            …
수경부          대학원 가는 거 나도 반대다. 네가 무슨  특별한 향학열에 
                불타서 교수를 꿈꾸거나 학문에 뜻을 두고 간다면야 적극 
                지원하겠지만, 단지 지금 기분에서 도망치구 싶어 가는 건 
                안돼!! 연수두 마찬가지구!
수경            …
수경부          아버지, 너 기를 때 딸이라구 오빠하구 다르게  생각한 적 
                한번두 없다. 그래서 이번 일에 나두 많이 섭섭해. 남자가 
                네 일생에 전부처럼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아버지  섭섭
                해! 난, 네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인정받기 바
                래. 결혼은 절대루 재촉 안한다! 네 말대루  네가 정말 멋
                진 결혼을 할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아버지는 기다려 줄 
                거야! 약속한다!
수경            (걱정)

S#39. 의무대
영규, 동욱을 문병 왔다.


영규            야, 동욱아. 느이 집에서 나와서 첫 번째 골목 있잖냐?
동욱            형님, 우리 집을 아세요?
영규            지난번, 휴가 때, 네 소식 전해드릴려구 갔었잖냐! 부모님
                들 무지 궁금해 하시거든. 그랬더니 그날이 아마  네가 쓰
                러져서 입원한 날이었나 부더라!
동욱            제 소식 전해주시러 집에까지 가셨군요? (감격)
영규            당연하지, 임마! 아무튼 그건 그렇구,  첫 번째 골목에 왼
                쪽 집, 그 집에 누가 사니?
동욱            모르죠 뭐.
영규            눈이 크구, 날씬한 여자가 살던데, 몰라?
동욱            …눈이 크구 날씬해요?
영규            그래.
동욱            그럼 확실히 우리 누나는 아닌데?
영규            (실망)

S#40. 내무반 (다른 날)
영규, 뭔가 생각하며 누워, 휘파람분다. 사병들 몇이 편지도 읽고 구두도 닦 고 한다. 영규, 누운 채 애띤 사병을 부른다.

영규            야, 딸랑이! 너 요즘 내가 뭐하는 사람인줄 잊었나 부다?
이병1           넷! 죄송합니다! 충성! 이병, 이병수! 시행하겠습니다.  빰
                빠라빰빠-빰! (개선행진곡 입으로 하고) 오늘은  우리 내
                무반의 존경하는 박! 영! 규! 병장님의 제대, 디-마이너스 
                15일입니다! 빰빠라 밤빰-빠! 빰빠라밤빰-빠!
영규            다시 한번-! 디-마이너스, 얼마?
이병1           넷! 15일입니다!
영규            그래! 15일을, 시간으루  따지면, 몇 시간이냐?  야, 수학
                과!!
이병2           넷! 15, 24, 하면.. 360시간입니다!
영규            좋았다, 360시간 남았다 말이지! 좋구! 다음 리모콘! 오늘
                의 오후프로 읊어라!
이병3           넷! 먼저 엠비시 프롭니다! 4시, 뉴스!  4시 40분 씽씽씽 
                내 친구! 다섯시, 뉴스센타 오공공!  5시 20분 빨간 망토 
                차차! 5시50분 모험왕  걸리버! 여섯시  삼십분 뉴스센타 
                육삼공, 7시 여기서 잠깐! (줄줄 기계적으로 외운다)
영규            마, 하이라이트만 읊어! 만화 빼구!
이병3           넷! 다시! 켜겠습니다! 뿅! 여덟시 25분,  일일연속극! 아
                홉시, 뉴스! 30분 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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