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9. 재천집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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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두툼한 옷 등 챙겨 입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상옥은, 두툼한 양
말로 챙겨드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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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큰오빠가 전화 안했어?
상옥 안했던 데요? 전화 오면 뭐라구 해요?
재천 …사내놈이 그렇게 살지 말라구 그래! 인생 그렇게 구질거
리며 사는 게 아니라구!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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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상옥아!
상옥 네에!
큰고모 (들어오며) 이 사람아, 합죽이 양씨가 하는 소리, 그게 무
슨 말이야?
재천 …
큰고모 동규 결혼이 파투가 났다니, 정말이야? 상옥아, 정말이냐?
상옥 네. 그랬대요!
큰고모 아니, 무슨 그런 말이 있나? 온 동네 여자들 다 동규 색시
구경하고 부러워한지가 바루 어젠데? 무슨 그런 경우가
있냐구?
재천 아, 실컷 살다가두 헤어지는 사람두 흔한데 뭘 그러슈? 젊
은 애들 연애하다 틀어지기 예사지! 아부지 간다!
상옥 안녕히 다녀오세요.
재천 누님, 노시다 가세요. 그럼.
큰고모 놀기는 내가 무슨 흥으로 자네 집서 놀아? 얘, 상옥아, 돈
없다구 여자가 싫다구 했다는 그 말 사실이냐?
상옥 사실이래요!
큰고모 얼굴이 곱상하게 생겼기에 마음씨두 그런 줄 알았더니…
모질구나! 아이고, 우리 동규, 불쌍해서 어떡하냐?
S#10. 찻집 밖 거리풍경
S#11. 같은 장소
수경 상관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식으루 결혼 안했으면 해
요.
동규 그런 식으루…하는 결혼두 어쩌면 꽤 괜찮을 지 모른다구
가르쳐준 사람은 수경이다.
수경 ?.
동규 낯선 여자와 생활이 기대 돼. 이건 농담두 아니구, 수경이
약올리려는 말두 아냐. 물론 약 오를 리두 없겠지만.
수경 …
동규 너를 통해서 결혼두 일종의 비즈니스일 수 있다 하는 생
각이 들었어. 좋은 의미루. 처음 맘 먹었을 적엔 그래, 막
살아버리자, 하는 기분두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냐, 새
자극을 느낀다구나 할까?
수경 (분하다)
동규 (순수하게 말한다) 잘 살아볼려구 해. 아주 모범적인 가장
이 될 거야. 나한테 그런 소질 있는 줄은 수경이두 알 거
구.
수경 … 나를 깨끗이 정리할 자신은 있구요?
동규 (웃는다)
수경 대답해 봐요!
동규 … 하나쯤 추억을 지니는것두 괜찮다두 생각해.
수경 … 내가 다시 옛날루 돌아가자구 하면 어떡할래요?
동규 싫어.
수경 ?!
동규 지금 겨우 편안해. 다시 그 혼란 속으루 가구 싶지 않아.
S#12. 재천집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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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이 점심상을 봐놓고 민규가 말없이 손 닦는 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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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잘 닦아, 너 귀 뒤에두 비누 묻었어.
민규 … (대충 닦는다)
상옥 잘 닦으라니까! 이리 돌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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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가서 닦아준다. 민규가 누나 손을 가만히 치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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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아부지는 일 가셨어. 낚시손님이 와서 (먹기 편하게 반찬
놔주고)
민규 (밥상 앞에 말없이 앉으며) 밥 먹으라구 데리러 오지마…
배고프면 와서 먹을 테니까.
상옥 아이구, 니가 니 발루 잘두 오겠다! 맨날 목이 쉬게 불러
야 올동말동하는 주제에.
상옥 야, 너 일이 너무 힘든 거 아냐? 왜 밥맛을 잃어, 점점 얘
가?
민규 누나, 서울 지리 좀 알지… 송파라는 데 알아?
상옥 송파? 잘 알지! 내 친구 옥주집이 거기잖아.
민규 …
상옥 잠실서 성남 가는 큰길 있거든? 그 중간 어디께야. 그런데
송파는 왜?
민규 그냥.
상옥 그냥 왜?
민규 누가 거기 산다구 해서.
상옥 누가?
민규 고등학교 때 친구. (민규 물에 만 밥을 먹는다)
상옥 송파 어디에 사는데?
민규 몰라, 그냥 송파라던데?
상옥 송파구두 야, 무지 넓어! 이거 먹어봐, 큰고모가 갖구 오
셨어.
S#13. 내무반
영규 이병장, 김동욱 안보이네?
이병장 김동욱?
영규 그 찐빵 같은 자식 있잖아!
이병장 걔, 의무대루 후송됐잖아.
영규 (놀라) 왜?
이병장 구보 중에 쓰러졌어… 고혈압에 심장이상까지 있대나? 예
후가 나빠 아마 의가사제대 하기 쉬울 거래… (다른 일
한다)
영규 그래? (눈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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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무말 않고 가만히 시연의 키홀더 꺼내본다. 영규, 손톱으로 쳐본다.
빛을 발하는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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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
S#14. 의무대 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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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들어간다. 동욱, 환자복 입고 몰래 초코파이 먹다가 들어서는 영규를
보고 눈이 커져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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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충! 성!
영규 … (서글픈 표정으로 다가간다)
동욱 (차렷 자세로 서있다)
영규 동욱아… 너 왜 사람 놀래키는거야?
동욱 죄송합니다. 병장님!
동규 내가, 니 소식 듣구 심장 멎을 뻔했다, 진짜… 괜찮아?
동욱 네.
동규 너, 임마, 황금마차 오면 기 쓰구 뛰어나갈 때 내가 알아
봤어! 니 이런 거 좀 먹지 말아.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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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열량 높은 이런 거 줄대서 먹구, 계속 담배(침대자락에 감
춰둔 담배 꺼내며) 하면 혈압이 더 높아진다는 거 알아?
몰라?
동욱 아, 압니다!
영규 알면 당장 시정할거야, 안 할거야?
동욱 당장 시정하겠습니다.
영규 몸에 이상이 있었으면, 입영 전 신검장에서 황금빤쓰 입었
을 때, 신고했어야지, 이게 뭐냐? 군전력의 손실은 곧 국
민혈세의 낭비라는 거 알아? 몰라?
동욱 죄, 죄송합니다!
S#15. 동병실 밖 구석진 곳
영규 … 선물이다.
영규 너 이거 좋아하지?
동욱 아, 아닙니다!
영규 마! (눈 부라린다) 형님이 주는데 너 안 받을 거야?
동욱 …감사합니다…
영규 (담배 꺼내 물려준다)
동욱 아, 아닙니다. 병장님!
영규 줄 때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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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자기도 한 대 피워 물고, 동욱에게 불까지 붙여준다. 동욱, 조심스럽
게 얼굴 돌려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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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너 쓰러져 후송됐다 소리 듣구 내가 하늘이 캄캄하더라!
동욱 ?
영규 왜냐? 니가 혹시 나 때문에 얼차려 받다 그리된 건 아닌
가해서 말야!
동욱 ?
영규 내가 너 편애 하구있다는 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알거든?
동욱 (그랬나?…아, 그랬구나…!)
영규 그것 때문에 괴로웠는데, 그게 아니라니 얼마나 다행이었
는지!
동욱 (감격) 걱정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병장님!
영규 너 끝까지 병장님이냐?…섭섭하다, 진짜?
동욱 ?
영규 난 널 부하가 아니 내 동생으루 생각하구 있는데! 넌 아닌
가부지?
동욱 저 저두 병장님을 제 형, 형님처럼 모시구 싶습니다.
영규 그럼 …임마 말루만 그러지 말구, 당장 불러봐!…동욱아
동욱 …네… 형님. (두려워하며)
영규 됐어! 아, 기분 좋다! 이제 너하구 나하고는 죽을 때까지
형제다, 알았어?
동욱 네!… 형님!
S#16. 베란다 (다른 날) 낮
대리E 살림은 최영미 사는 원룸으로 박동규씨가 가방하나만 들
구 들어가는 걸루 결정했대. 오늘 도배 들어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