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부대 근처 마을 풍경 (아침)
S#2. 미숙 방 (아침)
영규가 휘파람을 불면서 거울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귀대할 준비다. 미
숙이 등 뒤에서 가만히 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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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이리저리 재보며 코 주변 눌러 기름 짜고, 뒤로 손 내민
다)
미숙, 조용히 휴지 뜯어주고 영규는 익숙하게 받아 눌러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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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또 짜며) 아야야야야야.
미숙 나 가게 내놨어.
영규 왜? (모르고)
미숙 방두 뺄 거야.
영규 … 너 적금 찾았구나! 맞지! 그래서 가게 넓힐려구?
미숙 아니.
영규 그럼 왜 가게를 빼냐? 장사 잘 된다면서?
미숙 오빠 제대하잖아.
영규 나 제대하구 너 방 빼는 거 하구 무슨 상관인데?
미숙 상관이 없단 말야?
영규 글쎄… 난 모르겠다?
미숙 …모른다니 가르쳐 줄게. 오빠 따라갈려구!
영규 (본다)
미숙 난, 오빠 세상 끝까지라두 따라 갈 거야.
영규 …맘대루 해라! (짐짓 가볍게 대꾸하고 다시 거울 보는
척)
미숙 무슨 뜻이야 그거?
영규 한국말 못 알아들어? 니 맘대루 하라구!
미숙 그래! 내 맘대루 할거야! 오빠가 혼자 어디루 내빼버리면
난 오빠네 시골 가서 오빠네 아버님 모시구 살 거니까.
영규, 미숙을 휙 잡아 앉힌다. 자기도 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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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 (정색하며) 너 우리 시골에 왔을 때 내가 뭐라구 했
어? 끈질긴 여자, 딱 질색이라구 했어, 안했어?
미숙 오빠가 그런 여자 싫어하듯이 나두 책임 못 지는 남자 싫
어!
영규 (요거 봐라?, 전열정비 해야겠다)
미숙 오빠, 나하구 결혼할 마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영규 없어.
미숙 사랑한다구 했잖아.
영규 거짓말이야.
미숙 사랑한다구 말한 게 다 거짓말이라구?
영규 순간순간은 진실일 수두 있었겠지
미숙 …도둑놈… 그게 말이 된다구 생각해?
영규 너, 나 아는구나? 그래. 나, 도둑놈이구 나쁜 놈이야! 그러
니 미숙아… 장사나 잘 하구 가만히 있어. 나 너하구 절대
결혼 안 해.
미숙 (대강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하다. 떨며 서있다)
영규 그리구, 내가 언제 너하구 결혼 한댔어? 나 그런 말 한적
없어?… 있었으면 있었다구 말해봐! 언제, 어디서, 몇 시
에, 내가, 너하구 결혼 한댔어?
미숙 그럼 나 말구, 누구랑 결혼 할건데?
영규 아직은 모르지… 모르지만 되게 재수 없는 여잘 테지!
영규 미숙아, 난 너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 그래서
너랑은 안돼.
미숙 누군데?
영규 나!… 난 내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내 자신을 너
무 사랑하기 때문에 남한테까지 나눠줄 사랑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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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다시 한번 좋게 말할 때 들어라. 가게구 방이구, 가만히
지키구 살아!…이 바보야. (어쩔 수 없는 연민 담고)
미숙 나는 앞으루 어떻게 되는 거야?
영규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 내가 앞으루 어떻게 될지두 모
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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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나간다. 미숙, 영규 보내고 나서야 눈에 눈물이 고인다. 떨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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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동규 하숙방
동규, 출근을 하려고 넥타이를 매다가 문득 수경에게 삐삐를 쳐본다. 흘러
나오는 시그널 음악.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동규, 호출기가 그대로 인
것에 약간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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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수경방
우울한 얼굴로 출근 준비한다. 삐삐가 온다. 수경, 삐삐를 들고 확인을 해본
다. 핫 라인이므로 다른 데는 올 데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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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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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윤수경씨, 점심시간에 잠깐만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장
소는 거기루. 내키지 않더라두 잠깐만 나와줘요. 저는…
박동규입니다.
수경 …
S#5. 홍여사 안방
홍여사, 편하게 앉아 쟁반…에 밥, 총각김치 갖다 놓고 먹으며 강연 준비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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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여러분, 인생은 짧은 거예요!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하
구 입 맞추구 보듬구, 뒹굴구만 살아두 눈 깜짝, 짧은 게
인생이라구요! …스럽긴 하지만 귀에 쏙 들어올 얘기야!
좋았어, 써먹자!
노트 하다가 문득 재천 생각을 한다. 재천의 얼굴이 휙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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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어머, 내가 왜 이러지, 엊저녁부터? 왜 자꾸 그 상스런 아
저씨가 떠오르는 거야?
홍여사, 밥숟가락 크게 떠먹으며 라디오를 켠다. 쓸쓸한 가을 음악이 흘러
나온다. 홍여사, 눈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데 또 떠오르는 재천의 얼굴. 홍여
사, 깜짝 놀라서 눈을 뜬다. 재천의 환상을 쫓아내기라두 할 듯 두손을 들
고 얼굴 앞을 내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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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어머나, 내가 왜 이러니, 왜? 병 났나봐, 어떡해?
홍여사, 진짜 걱정스럽다. 음악을 탁 끄고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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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여보세요, 어머, 형부세요? 언니 좀 어떠신가 해서요?
S#6. 수경 안방
수경부 괜찮아요… 이 사람은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있다 해도
하룻밤 내 팔베개 하구 자구 나면 깨끗해집니다… 네, 바
꿔드릴까요? 여보, 홍여사.
수경모 싫어요
수경부 홍여사, 이 사람이 싫답니다. 아마 내가 팔베개 얘길 해서
무안한가 봅니다. 하하! 나중에 걸겠대요. 네에. 그러시죠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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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당신, 아침 안 할거예요?
수경모 하루 아침, 안 잡수면 큰일 나요?
수경부 그래요, 큰일 나요! 자, 엄살 그만 떨구 일어나요!
수경모 (일어나 앉아) 여보… 허무해요…
수경부 아침에 난 북어국하구, 완두콩 넣은 밥을 먹구 싶어요.
수경모 수경이 다섯 살 때 한글 줄줄 읽을 때, 난 쟤가 천잰줄 알
았어요.
수경부 내가 아니라구, 그냥 보통 아이라구 그때 말했어요.
수경모 중학교 3등 들어갔을 땐, 서울대학두 3등으로 들어갈 줄
알았어요.
수경부 내가 서울대학은 힘들거라구 그때 분명 말했어요
수경모 수경이 덕분에 정말 비행기 타구 하와이 관광 가게 될걸
루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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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여보, 그건 할 수 있을 거요. 그건 아직 희망 있잖아요!
S#7. 사무실 (낮)
S#8. 카페 (낮)
동규가 먼저 와서 밖을 내다보고 앉아있다. 수경이 들어온다. 종업원이 반
색하며 아는 척을 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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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어서 오세요! 저쪽, 그 자리에서 기다리세요!
수경 (억지로 미소한다.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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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가 고개를 돌리고 옆모습을 보인다. 그 얼굴을 보자 수경, 울컥하는 기
분이다. 동규, 고개를 돌린다. 두 사람이 서로 본다. 얼른 서로 시선들을 거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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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고마워, 나와줘서
수경 (앉는다)
종업원 (물잔 갖다주며) 너무 안 오셔서 두분, 인제 다른 집 가시
나 부다 했어요!
동규 네. (애매하게 웃어주고)
종업원 왜 통 안 오셨어요?
수경 바빠서요. (미소)
종업원 또, 역시 정식 두 개? 스프는 야채 스프 하나, 크림 스프
하나?
수경 우선 커피 주세요.
동규 어차피 밥 먹어야 하잖아?
수경 … 커피 마실래요
동규 커피 두 잔 주세요
종업원 (얼른 눈치 채고) 네, 감사합니다. (사라져 준다)
두 사람, 잠시 그러고 있다. 수경은 눈을 약간 내리 깐 채이고. 동규도 시선
을 수경에게 못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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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장소를 바꿀 걸 그랬어… 미안해.
수경 …
동규 삐삐가 아직 남아 있는 줄 몰랐어.
수경 할말 있다면서요?
동규 ... (수경을 건네다 본다) 아버지 일 사과할게. 거기 가신
줄은 정말 몰랐어… 사과할게. 미안해. 뭐든 깊이 생각하
지 않으시구… 그런 분이셔…
수경 ...동규씨 추억 때문에 오래 힘들까봐 겁났었어요… 그런데
그 걱정을 사라지게 해주셨어요… 감사하다구 해야겠죠?
동규 … (아비지가 어쨌을까 짐작한다)
수경 결혼하신다구요? 축하합니다…
커피가 온다. 말없이 얼른 커피를 두고 가버리는 눈치 빠른 종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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