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사무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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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환한 실내. 모두 바쁘게 일한다. 음식 시켜먹은 그릇등도 보이고. 컴퓨
터 앞의 수경, 눈이 반짝반짝해서 일하며 전화한다. 수출용 차량의 전시회
준비. 수경, 문안을 고쳐보고 있다. 앞에 특장차 팜플렛이 가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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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엄마? 저에요! 기다리지 마시라구요! 오늘 철야예요. 걱정
마세요! 맛있는 거 잔뜩 먹었어요! 글세? 아마 한시나 두
시 정도면 끝날거에요! …네에, 저 바빠서 끊어요, 안녕.
수경 최영미씨! 사진 수정 끝났으면 저 좀 보여주세요
수경 최영미씨!…벌써 퇴근한 거야?
남1 편집실에 있던데요.
S#2. 편집실
수경 (확 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최영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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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편집기 옆에 앉은 동규에게 드링크 하나를 까서 막 주던 영미가 보
인다. 당황하는 영미와 마시려고 들었던 동규, 역시 당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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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영미씨, 수정 사진 어딨죠?
영미 네에, 여기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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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사진이 든 대봉투를 준다. 확 나꿔채 듯 들고 나가는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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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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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나가자 당황해서 동규를 돌아보는 영미. 동규 모른 척 하고 드링크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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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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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들어와서 사진을 꺼내보며 아무일 없었던 듯 다시 일을 시작한다. 수
경, 남 모르게 조금 비틀리게 웃고는 파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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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1 (출력한 종이 보이며) 윤선배, 이거 좀 봐주세요.
수경 (받고) 글꼴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건 너무 가벼운 것 같
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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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1 고개 끄덕이며 가고. 핸드백을 챙기는 이 대리와 막 들어온 영미 퇴근
준비하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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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수고들 하세요!
수경 (일하며)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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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저 먼저 가요! 수고하세요!
수경 그래, 안녕! (외면한 그대로, 상냥하게 손 흔들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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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바닷가 언덕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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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동생들을 벌 세우듯 세워두고 설교중이다. 상옥은 아직 울음이 남아
있다. 상옥, 민규는 영규가 화내면 무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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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분해서 울었다구? 뭐가 분해? 말해봐, 상옥이.
상옥 ... 지가 뭔데, 우리 큰오빠를 차?
영규 박상옥! 잘 들어. 민규두 들어. 그 여자 욕하지 마!! 욕할
거 하나두 없어!
민규 …(불만이다)
영규 형이 등신이니까 당한 거야. 남 탓할 거 없어.
상옥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우리 집까지 왔을 적에는 큰오빠하
구 보통 사이는 아니었을 거 아냐!
영규 보통사이 아니지! 그럼!
상옥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구?
영규 인간이니까!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야. 너두 니입으
루 그랬잖아! 나 같아두 우리 집 같은 데 시집 안 온다구!
상옥 ...
영규 다시 한번 말한다! 잘못한 건 그 여자가 아냐! 형이지! 그
렇게 당한 형이 잘못한 거야! 그리구... 복수한다구? 그런
건 내가 해! 니들은 상관하지마!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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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슬쩍 고개를 든다. 영규가 복수한다고 하자 좀 걱정되는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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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대신, 이번 일루 니들이 꼭 기억해 둘 게 있어! 뭐냐? ...
당한 놈만 바보라는 거야! 그러니 절대루 당하지 않아야
해! 그럼 어떻게 하면 안 당하는가?
영규 마음을 주지마 절대루!
상옥 ...?
영규 믿지마! 절대루!.. 절대루 상대를 사랑하지두 말아!
상옥 그게 뭐... 맘대루 되나? (중얼거리 듯)
영규 그래, 어쩌다 그게 맘대루 안 될 때두 생겨... 그럴 때라
두, 상대방을 잘 살펴... 살피다가 조금이라두 낌새가 이상
하다, 차일 것 같다. 싶으면 일초도 망설이지 말구 이쪽에
서 먼저 차버려!
영규 차되, 살살 차지 말구, 확실하게! 정 떨어지게! 무자비하
게...! 상대가 감히 대항할 맘도 못 먹을 만큼 잔인하게 차
버려야 하는 거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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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힘주어 말한다. 상옥은 새겨들으나 민규
는 영규의 그런 식의 말이 불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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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박상옥! 알았냐구?
상옥 알았어...
영규 박민규! 알았지?
민규 ... (불만)
영규 자식아,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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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조인트 넣는다. 민규가 비틀하고 넘어졌다가 일어나 다시 차렷자세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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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 사랑? 연애? 그런 거 돈 있는 것들이 심심풀이루 하는
거야! 니들 둘다 누구구 시원찮은 상대하구 연애한다구 하
면, 가만 안 둬?! 알았어?
S#5. 재천집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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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를 따라서 시무룩 올라오는 두 사람. 오다 보니, 마당에 친구가 왔다갔
다 초조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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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저씨, 오셨어요?
친구 야! 영규야! 느아부지 왜 저리니, 응?
영규 아부지가 왜요?
친구 왜 저렇게 벼락맞은 멧돼지 처럼 펄펄 뛰구 서울루 가냐
영규 아부지가 서울 가셨다구요?
친구 그래! 금방 누구하나 요절을 낼 듯이 간다? 왜 그러냐? 대
체? 무슨 일이야?
S#6. 국도 어디쯤을 달리는 활어운반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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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수 석에 앉아서 가는 재천의 얼굴. 금방 무슨 일이라도 낼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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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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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영규, 상옥이 전화하는 거 보고 있다. 상옥, 전화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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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안 받아, 큰오빠 하숙집에 아직 안 들어왔나봐.
민규 회사에 있는 거 아닐까?
상옥 바보야, 이 시간에 무슨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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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속상하니까, 어디서 술이나 먹구 있나부다! 작은 오빠, 오
빠가 가보는 게 좋겠다. 그지 민규야?
민규 응, 형. 가봐.
영규 (생각)
민규 괜히 아빠 가셔서 큰 형한테 소리지르구 하면... 어떡해?
영규 아냐, 관둬! 형은 좀 당해야 돼! 아부지두 분풀이 좀 하셔
야 하구!
상옥 그래! 맞아! 아부지 이왕 가신 거 그 여시같은 여자 만나
서 아주 한바탕 해주구 오셨음 좋겠다, 그지?
민규 (흘겨본다)
상옥 아주 개망신을 주구 왔음 좋겠어!
영규 (휙 무섭게 노려본다)
상옥 (쑥 들어간다) 오빠... 저녁두 시원찮게 먹었는데 뭐 부침
개라두 부쳐올까?
상옥 김치 되게 맛있게 익었는데 김치 부침개 해줘?
S#8.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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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며 컴퓨터로 문안을 검토해보는 수경. 마음에 안 든다. 디스켓을
뺀다. 동규가 파일을 한 뭉치 들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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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디스켓을 주며) 박주임님! 멘트, 수정 좀 해주세요. 이대
루는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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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남자가 출력한 전시회 종이를 들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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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1 윤선배, 봐주세요!
수경 (보고) ... 역시 아직두 해상도에 문제가 있네? 그리구 글
자두 40프로 확대하랬잖아요?
남1 네.
수경 40프로루 다시 해서 보여주세요! 글꼴두 두 가지다 따루
뽑구요!
동규 (아직 서서) 이거 팀장님이 오케 하신 거요.
수경 문안은 제 책임인 거 아시잖아요? (하고 앉아서 다른 일
해버린다)
동규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수경 차별화가 안돼 있잖아요! 이대루라면 지난번 토론토나 이
번 인도나,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동규 (화나서 본다)
수경 (들으라고 중얼거리듯) 이럴 바엔 나라 이름만 바꿔 입력
하면 되지. 뭐하러 새루 써?
동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