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나이트클럽 정도 (밤)
|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중이고 플로어에는 춤추는 손님들. 그 안으로 들어
오는 영규. 동규방에서 뛰어나온 그 차림이다.
|
영규 좋구나!
|
영규 하고는 한 자리 잡고 앉는다. 웨이터가 와서 인사를 한다.
|
웨이터 어서오십쇼! 혼자 오셨습니까?
영규 (위 아래를 훑어본다) 보면 모르니? 혼자 왔잖아. 야, 느
이 집에서 제일 오래묵은 쟁반있지? 좀 나오라구해!
웨이터 …용필이 형 말씀이세요?
영규 거 자식, 되게 잔소리 많네? 빨리 맥주 대령해서 나오라구
그래! 지명손님 오셨다구!
웨이터 (아무래도 미심쩍은 데가 있다) 어느 분이시라구 전해드
릴까요?
영규 너 내가 누군지 꼭 알구 싶냐?
웨이터 …?
영규 어… 하바드루 유학갔던 도련님이라면 알아!
웨이터 네… 맥주루 하시구 안주는 뭘루 하시겠습니까?
영규 용필이 보내구, 넌 가서 컵이나 닦아.
|
영규, 웨이터를 밀어버린다. 웨이터 미심쩍어 하며 간다.
|
영규 (실내 둘러보며) 물 괜찮아졌는데?
|
혼자 음악에 맞춰 즐기며 앉아있다. 쟁반에 맥주를 받쳐든 웨이터 뒤를 따
라 용필이란 사람 이쪽으로 오고 있다. 선배, 영규를 발견하고는 얼른 그
쟁반을 제가 빼앗아서 들고 온다.
|
선배 (조심스럽게 온다)
영규 잘 있었나?
선배 아이구,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쇼! 도련님!
선배 그래두 잊지않구 늘상 즈이 업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
다! (따르고는) 옛다! 처 먹어라. 자식아!
영규 (낄낄) 아직두 쟁반이유? 형, 올해루 쟁반 몇 년이지?
선배 휴가냐, 제대냐?
영규 마지막 휴가유!
|
하는데 아까의 그 웨이터가 기웃 들여다보고 알만하다는 듯 간다.
|
선배 반갑다!
영규 쟤는 누구유?
선배 새로 온 컵닦이, 요새 불경기라 사람이 없어서 쟁반 좀 들
게 한 거야. 야! 종범아, 일루와 봐!
선배 인사드려! 선배야.
웨이터 (꾸벅 인사한다)
영규 너 일루 와!
|
웨이터 오자 웨이터 양복 윗주머니에서 불룩한 담배를 뽑아내 버린다.
|
영규 야, 임마. 너 아무리 2군 선수라두 기본규칙두 모르냐? 쟁
반 보조 주제에 어디서 입장에서 담배야, 자식! 교양없이!
영규 더구나 양담배를! 떽!
|
하는데 손님 한 무더기가 들어온다. 외국손님들이다.
|
S#2. 재천방 (밤)
|
신문보는 아버지턱 밑에 바짝 다가앉아 애교부리고 있는 상옥.
|
상옥 아부지이.
재천 말해
상옥 선구점 옆에 구멍가게 아줌마 알죠?
재천 그래서?
상옥 그 아줌마가 아부지 좋아하는 거 아세요?
재천 임마! 느 아부지 눈높아.
상옥 그 아줌마가 아부지 지나가면 얼굴이 빨개진다구요! 글루
장가드세요. 아부지. 외롭잖아요! 그죠?
재천 (신문만 본다)
상옥 (틀렸다 생각하고 작전을 바꾼다) 아부지, 큰오빠 그 언니
랑 결혼한대요?
재천 그럼 하지 안 해?
상옥 그럼 올케언니, 결혼하구두 직장나갈거죠?
재천 둘이 벌어야지 그럼!
상옥 큰오빠 결혼하면 내가 서울가서 밥해줄께요
재천 (대꾸도 안 한다)
상옥 그 언니 직장다니구 하면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가
서 밥두 해주구 빨래두 해주구 그럼 좋잖아요! 그죠?
재천 …서울길 생각같은 건 말라구 아부지 했지?
상옥 갈 거예요!
재천 헛소리 말어, 이놈 자식?!
상옥 가구 말거야! (나가버린다)
재천 한 번만 더 서울간단 말 꺼내면 아주 화낼 거니까 알아
서해!
재천 이 녀석은 또 어딜 가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S#3. 카센타
|
불 켜놓고 작업하는 주인곁에서 열심히 돕고 있는 민규. 베터리를 조이고
하는 주인. 민규, 열심히 주인 하는 것을 본다.
|
주인 기술이란 게 다른 게 아냐. 자동차를 철판뭉치루만 보지
않으면 돼.
민규 (듣고보고)
주인 사람이 형편따라 달라지는 것같이 차두 그래. 그 걸 먼첨
이해를 해야 하는거야. 이 차는 비포장만 줄창 달리는 차
야. 주인은 이게 고장이라구 맡기구 갔지만 이건 고장 아
냐. 길이 울퉁불퉁해서 배터리 고정시킨 나트가 풀어진
거야. 그러니 차가 흔들리구 접촉이 됐다 안 됐다 하는 거
지….
민규 (고개 끄덕끄덕)
주인 네가 한 번 조여봐.
|
민규 주인에게 연장을 받아 일을 시작한다. 주인 만족한 얼굴로 보고 있다.
하는 데 주인 여자 가만히 나와서 본다.
|
주인 (돌아본다) 몇 시야?
여자 아홉시오
주인 … 그새 그렇게 됐나?
|
민규 두 사람 관심없이 일 배우느라 열심이다.
|
S#4. 언덕길
|
상옥이 혼자 나와 툴툴거리고 앉아있다. 민규가 언덕길을 올라온다.
|
민규 누나.
상옥 너 나한테 말 걸지마 신경질나니까!
민규 (곁에 앉는다) 왜 그래, 또?
상옥 말걸지 말래잖아? (화내고는)
민규 (앉아서 가만히 본다)
상옥 … 그냥 답답해서 그래. 근데, 너 종일 어디 갔었냐?
상옥 응 좀이 뭐야? 또 싸우는 줄 알구 얼마나 걱정한 줄 알
아, 너?
민규 내가 쌈패냐?
상옥 누가 너더러 쌈패래? 걔네들이 너 또 귀찮게 하나 싶어
그런 거지!
민규 왜?
상옥 이 기름냄새 뭐야, 너? 너 어디서 뭐하다 왔어?
민규 하여간 귀신이야….
상옥 …?
S#5. 재천마당
|
재천 나와서 아령으로 운동하며 몸 풀다가 아이들 이야기 듣고 있다.
|
상옥 (시들하게) 사거리에 서울 남자가 와서 하는 카센타 있잖
아요. 아부지 거기래요
재천 ….
민규 기술 배우고 싶어요, 아빠.
상옥 하라구 그러세요 민규 얘, 그런 거 하구 싶어 했어요! 아
부지 따라 배타구 다니는 것보담 낫잖아요. 고기두 안 잡
히는 데 뭐….
재천 …(한심해 하며 운동기구 놔버린다)
상옥 얘나 나나 책만 들면 생머리 아픈 체질인데 무슨 공부를
하라구 그러세요, 자꾸! (교훈쪼로) 아부지! 현대는요, 특
기의 시대에요! 못 하는 건 일찍 치워버리구, 잘하는 쪽
으로, 소질있는 쪽으루 부모들이 팍팍팍! 밀어줘야 돼요!
춤 잘추는 애들은 춤으루 밀어주구 노래 잘하는 애들은
노래루 밀어주구 나처럼 이쁜 애들은 얼굴루 밀어주구!
박찬호선수 보구 서태지 보세요! 그러구두 느끼는 바가 없
으세요?
상옥 야, 너 기죽지말구 기술 잘 배워? 그래갖구 내가 나중에
스타되어 갖구 고급차 딱 몰고 그럴 때 내차 고장나면 니
가 다 고쳐줘, 응?
민규 싫어.
상옥 왜 싫어?
민규 누나가 고급차 몰구 다닐 때, 나는 가만히 있냐?
상옥 어쭈! 취직이 역시 좋군요! 방금 우리의 박민규씨께서 한
개그하셨습니다! …그런데, 춥군요!
|
재천은 바다로 돌아서서 속이 상해 몰래 한숨 내쉰다.
|
S#6. 편의점 (밤)
|
동규, 츄리닝 입고 혼자 나와서 담배, 치약등, 몇가지와 새 스킨을 산다. 동
규,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 펼친다. 거기 지갑속 카드 곁에 끼워진 웃
는 수경의 작은 사진.
|
S#7. 근처 거리 (밤)
|
동규, 편의점 봉투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과 노점상 앞을 지나간
다.
|
S#8. 수경방 (밤)
|
수경, 작은 수첩을 들추며 우울하게 음악을 듣고있는데 수경모가 들여다본
다.
|
 |
수경모 커피 한 잔 줄까?
수경 아니, 엄마.
수경모 뭐하니, 안 자구?
수경 그냥 친구애들 연락처 좀 정리해보구 있었어요….
수경모 자거라, 늦었다.
|
수경 엄마… 잘못 했어요 다시는 신경질 안 낼게.
수경모 그래, 그러지 마. 친구들두 만나구 그래…영화두 보구, 콘
서트장두 가구… 옷두 사구. 엄마 옷 사주께, 이쁜 걸루.
수경 (웃는다)
수경모 너 연애하기 전에 재미나게 지냈잖아, 친구 애들하구. 다
시 그렇게 살아
수경 네, 그럴께요
수경모 내가 받아? (하고 받는다) 성북동입니다… 응, 그래요…
잠깐만….
수경 누군데요?
수경모 걔, 명우
수경 여보세요?
명우E 수경아, 잠깐만 베란다루 좀 나와봐.
수경 왜?
명우 빨리.
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