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동규 본가 마당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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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얼굴이 많이 나아진 상태로 낚시도구 손질하고 있다. 강아지도 맴돌
고. 상옥, 툴툴거리며 입이 부어있고. 재천, 쌀을 북북 씻어대며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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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밥을 니가 하냐, 전기가 하지? 씻어서 물 붓고, 전기만 꽂
으면 저절루 되는 건데 뭐가 그렇게도 하기가 싫어!
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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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우연히 언덕 아래를 본다. 눈이 반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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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아부지두 맨날 밥 해보세요! 하구 싶은가! 인내요, 제가 해
요! (툴툴거리면서도 아버지에게서 바가지 뺏으려 한다)
재천 관둬, 자식아! 내가 한다!
상옥 빨리 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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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간에 실랑이하는데, 민규가 반가워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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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짝은 형 온다!
상옥 (역시 후다닥 반갑게 일어나며) 짝은 오빠 와?
재천 영규가 온다구?
S#2. 언덕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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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가 군복 입고 휴가 나온다. 미숙이 들었던 가방을 고스란히 제가 들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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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민규야∼! 상옥아∼!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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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반갑게 내려다보는 동생들을 부르며 달려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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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동규 본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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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들어오는데 민규, 상옥 스스럼없이 가서 반가워 매달리다시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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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짝은 오빠!
민규 짝은 형!
재천 영규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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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충! 성! 병장! 박영규! 명받구 휴가나왔음을 아버지께 신고
합니다!
재천 오냐! 충성!…아부지! 휴가 신고,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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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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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편하게 웃으며 어리광스레 영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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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그래, 임마! 어? 이 자식! 그새 몸 좋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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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권투폼으로 민규에게 훅을 장난스레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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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그러지마, 아파. (피한다)
영규 붙어봐, 임마! 덤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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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다시 권투폼으로 민규를 툭 친다. 민규 다친데를 맞아 아∼ 하고 감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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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너 왜 그래?
영규 어? 이 자식봐? 너 얼굴 그게 뭐야? (놀란다)
민규 (얼굴을 피한다)
영규 (얼굴 돌려보고) 맞았구나? 어떤 자식이야! (화가 치솟는
다) 누가 때렸어?
상옥 지금은 다 나았어! 처음엔 말두 못했다구!
영규 빨리 말해! 누구한테 맞은거야?
재천 민규두 모른다니까 관둬라.
영규 누구야! 나 이 새끼들 아주 밟아버릴거야!! 빨리 말 못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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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금방이라두 달려갈 듯 화가 나서 펄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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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내가 나중에 말해줄게. 오빠 이거 뭐야 응?
S#4. 동규 본가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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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이 들었던 쇼핑봉투에서 주저리주저리 물건들 꺼내는 영규. 아버지 잠
바, 상옥 스웨터, 민규 셔츠, 비타민… 술병도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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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이게 뭐냐, 다?
상옥 이게 다 어디서 났어?
영규 이건 아부지 잠바구요. 응, 이것두 아부지 잡수시구요! 종
합비타민이예요! 이거는 뭐냐… 응, 상옥이 너 쉐타다. 이
건 막둥이 니 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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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저도 실은 누구 것인지 잘 모르는 물건들이라 꺼내며 보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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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이 술두 아부지 잡수시구!
재천 야, 너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걸 다 샀어?
영규 아부지, 입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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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입혀드린다. 그 사이 상옥도 제 쉐타보나 취향이 영 아니다. 민규는
자기 셔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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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야, 멋있다. 아부지! 거울 한 번 보세요!
재천 (거울보며) 괜찮냐?
영규 민규야, 울 아부지 죽인다. 그지?
민규 (보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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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상옥아, 너는 왜 안 입어? 맘에 안 들어?
상옥 이거 짝은 오빠가 산 거 아니지?
영규 …임마 내가 샀지, 누가 사니?
상옥 짝은 오빠 안목이 아닌 것 같은데? 짝은 오빠가 이렇게
촌시런 걸 골랐단 말야?
영규 …야, 부대 근처서 샀다는 걸 좀 참조해라! 다음에 오빠가
서울서 근사한 거 사다줄게.
민규 누나 입어봐.
상옥 (걸쳐입고 모델 시늉낸다)
영규 야∼! 멋있다. 상옥아!
상옥 워낙에 내가 옷걸이가 좀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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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폼잰다. 모델 시늉하며 영규 모자도 벗겨쓰고, 재천의 잠바까지 입는
등등. 상옥, 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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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5. 수경 거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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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깍두기를 퍼담고 있다. 홍여사가 받아가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작은 타파통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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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그래서? 수경인 기분 어때?
수경모 몰라, 계속 부어만 있어. 저두 어떡해야겠는지 모르겠나봐.
홍여사 끝내는 쪽으로 하라구 그래! (하고는 먹어보고) 아∼ 맛있
다, 언니!
수경모 이건 굴 넣은거구 이건 아니니까 이것부터 먹어야 할 거
야. (굴 넣은 것)
홍여사 하여간 언니는 김치장사를 했어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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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비닐장갑 벗고 타파통을 봉투에 넣어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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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돈 받아가구, 김치 얻어가구, 오늘 나 땡 잡았다! 근데 언
니 진짜 수한이 섭섭치 않게 말 잘했지?
수경모 걱정말어! 미안해서 쩔쩔매더라. 일본 납품때문에 날짜를
못 맞춰갖구 둘다 정신이 하나두 없더라! 니들 왜 이모한
테 이자 안 넣었니? 했더니 아이구 참! 그래!… 들어!
홍여사 어쩐지 전화를 해두 안 받드라구! 언니 그럼 나 가요?
수경모 얘, 이왕에 저녁 먹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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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가고 하려는데 수경이 들어온다. 좀 우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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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다녀왔습니다.
홍여사 윤수경 씨!
수경 어? 이모 오셨네?
S#6. 수경의 방
홍여사 나는 간단하게 이렇게 말하구 싶어, 수경아! 모든 결혼은
다 불행해!
수경 …?
홍여사 어떤 사람이 버나드 쇼한테 물었거든? 선생님 금요일에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데 그거 사실일까요? 버나드 쇼가
그랬어. 사실입니다! 금요일이라구 뭐 다르겠어요? 호호!
수경 …
홍여사 …수경아, 그 남자 끝내! 내가 얼굴두 모르는 사람을 두구
이렇게 말해서 안됐지만, 모르기 때문에 선입견없이 말할
수 있어! 너하구 안 어울려! 물과 기름은 합해질 수가 없
어!
수경 이모, 경제적 격차가 결혼생활에 실제루 얼마나 영향을 미
칠까?
홍여사 거의 절대적으루!
수경 (본다)
홍여사 경제적인 차이라는 게 꼭 돈 이야기가 아냐! 사고방식, 가
치관의 차이나 대립으로 이어지니까 문젠거예요!… 니가
학구적으로 물으니까 내 대답두 학구적으루 나온다. 얘!
수경 (웃지도 않고 한숨)
홍여사 엄마한테 들었는데, 방을 너 보구 얻으라구 했다며? 세상
에 그게 처음 인사간 며느리감한테 할 소리니? … 그런데
그쪽 입장으로 보면 전혀 못할 이야기가 아닌거야! 뭐 어
때? 그럴 수두 있지! 그렇게 되는 거라구!
수경 …
홍여사 거기서 그렇게 출발하면 이제 산 넘어 산이구, 강넘어 강
인거야! 끝두 없어! 평생 동안!
수경 … 나 그 남자 좋아한다구요, 이모!… (속상해 울 것 같다)
홍여사 누가 너 보구 그 남자 좋아하지 말래? 좋아해! 사랑해! 간
직하라구! 같이 살면서 평생 사랑할 수는 없지만 헤어지면
가능해!
수경 …!
홍여사 어떤 열렬한 연애두 5년이면 깨져! 평생을 사랑한다? 약간
모자라거나 거짓말쟁이거나 둘 중 하나야! 로미오 줄리엣?
걔네들 죽었으니까 망정이지 살았어 봐라! 로미오 얘, 딴
여자 만났을거구 줄리엣 얘두 끼있는 앤데, 가만 있었겠
니? 3년이 못 가서 파토나지!
수경 …
홍여사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구는 원래 같이 안 사는 거야, 얘!
요기가 요만한 자리 하나 (가슴) 맹글어놓구 남몰래 간직
하구 마는거지. 얘! 보석 목걸이 하나 찬 것처럼 반짝반짝
간직하는 거, 얼마나 근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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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몰래 들여다보던 수경모 걱정스러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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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너 안 가니?
홍여사 응, 가야지. 수경아,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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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여사 일어난다. 수경, 엎드려 있다. 홍여사 나가며 더 설득해 보라고 눈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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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수경아… 엄마나 아빠는 어떤 경우에도 니 선택 존중할거
야!
수경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말구 솔직하게 말해줘! 나 어떡했으
면 좋겠어?
수경모 난, 관뒀으면 좋겠어!
수경 …
수경모 아빠두 마찬가지구!
수경 (결심한다)
S#7. 상옥방
영규 동식이라면? 즈 삼촌 이 중국집 하는 걔 말인가? 신발집
아들?
상옥 맞어, 걔.
영규 그 자식이 때린 거 확실해?
상옥 민규는 아니라구 하는데 틀림없어! 걔가 친구들 데려다 팬
거야!
영규 이 자식을 내 그냥!
상옥 3 대 1루 아주 짓밟았대!
영규 … (주먹을 부르르 떨며 일어선다)
상옥 오빠, 더 쇼킹한 뉴스 말해줘? 아부지는 말하지 말라구 했
지만? 우리 걔네한테 돈 물어줬다? 얼마 물어줬게?
S#8. 포구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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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얼굴 표정 무섭게 한 채 손가락 꺾으며 전화기 귀에다 대고 전화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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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통화) 네가 동식이냐? 나, 박민규 형이다! 알지?… 응, 지
금부터 30분 뒤에 등대루 나와! … 만일, 네가 안 나온다
면, 그때부터 벌어지는 일은 확실치 말하는데, 나 책임없
다? 분명히 경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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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끊는다. 돌아서는데 아버지 친구 들어오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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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저씨!
친구 어? 우리 미남자 언제 왔냐? 너 제대했냐?
영규 아뇨, 마지막 휴가왔습니다. 그러잖아두 지금 막 인사 들
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요!
친구 그랬어? 반갑다, 차 한잔 마셔라!
영규 … 아뇨,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친구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영규 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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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의자에 앉도록 영규, 뭔가 바라고 싱긋싱긋 웃고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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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가봐!…
영규 네. 헤헤! (그래도 안 가고)
친구 !
친구 야, 이거 찻값이나 해라! (3만원 준다)
영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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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활짝 웃고 크게 절하는 영규가 이뻐서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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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야야! 영규야! 소주 한잔 해라!
영규 감! 사! 합!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