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8.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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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선배들 셋에게 둘어싸여 있다. 청년3은 병원에 누워있던 그 청년이다.
아직 반창고 등등이 얼굴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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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1 꿇어, 빨리!
민규 (버티고 서 있다)
청년1 못 꿇어?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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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1 어라, 이게 또 쳐?
민규 비켜! 나 이러구 싶지 않아!
청년2 이 자식이, 이게 아주 선배를 치질 않나, 반말 짝짝 찌클
질 않나!! 정말 안 되겠다, 너!
청년1 야! 1년 선배두 선배야! 선배한테 기어오르는 놈은 손 좀
봐줘두 누구두 아무 말 못해!
청년3 잔소리 말구 빨리 무릎부터 꿇려, 자식들아! (소리지르니
이가 아프다) 아파 죽겠어!
청년1 꿇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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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1, 민규의 오금을 질려서 꿇게 한다. 반사적으로 퉁겨 일어나는 민규,
눈에 불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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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2 쳐다보면? 치겠다구? 그래, 어디 너 주먹이 핵주먹이라며?
어디 한번 맛 좀 보자, 쳐 봐!
청년2 치라는데 못 쳐두 바보야, 그지? 쳐 봐, 얼른 쳐! 나두 후
배한테 매맞구 돈 좀 벌어보자!
청년2, 약을 살살 올린다. 민규,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눈을 감는다.
청년2 어이, 치라구 빨리, 쳐! 응? … 쳐봐! 자식아!
S#9. 동규 본가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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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놓고 앉은 재천과 큰고모, 작은고모, 동규, 수경. 재천, 막소주 한잔을
주욱 따라마시고는 수경 앞으로 불쑥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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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자, 한잔 받아!
수경 (당황) 네?
재천 설마 소주 한잔쯤 못 먹지 않겠지?
큰고모 아이구, 이 사람아. 그래두 이게 뭐야? (웃으며 말린다)
재천 마실 줄 알면 받아! 난 소주 한잔쯤 하는 며느리가 좋더
라!
수경 저 안 되는데요?
재천 못해? 그럼 지금부터 배워!
동규 (당황한다) 아부지, 수경 씨 운전해야 해요.
작은고모 오늘 갈려구?
동규 네.
큰고모 얘는 무슨 소리야! 하룻밤은 쉬었다 가야지!
재천 하룻밤 자구 가! 어떻게 그냥 가!
동규 수경 씨 부모님께 야단들어요. 올라가야 합니다.
재천 말씀 안 드리구 왔어?
수경 아뇨, 드리구 왔어요.
재천 상옥이, 그 전화 여기루 밀어!
재천 전화 걸어 빨리! 하루 자구 간다구! 길이 먼데 어딜 가?
밤중에 가니?
재천 사둔되실 분허구 인사두 해버리게, 빨리. 전화 걸어봐!
S#10. 등대 근처 (저녁)
동규 여기가 내 자리야. 어릴 때, 혼자 여기서 놀구, 그랬어. 그
땐 여기 큰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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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우리집 어때?
수경 응, 좋아. (가식적으로 활짝 웃는다)
동규 실망했지?
수경 (속을 들킨 듯 하나) 아아니!
동규 …뭘, 실망한 것 같던데?
수경 아냐, 그건 아니구… 사실 좀. 당황했어. 이런 식의 환대,
나서 처음이거든.
동규 우리 식구들 어때?
수경 좋아! 동규 씨 아버님두 좋은 분 같구. 동규 씨 여동생두
이쁘구, 동규 씨 고모님들두 다정하시구… 참, 민규는 누
구야?
동규 우리 막내 있어.
수경 막내동생이 또 있었어? 여동생말구?
동규 우리 고모들, 대책없지?
수경 뭐 다… 그러는 거 아냐? 시골 어른들? 그보다 뭐 좀 물
어봐두 돼?
동규 뭐?
수경 어머니 돌아가셨단 말 나 들은 적 없었어… 왜 그랬어?
동규 엄마 계시느냐구 묻지두 않았잖아. (쓰게 웃는다)
수경 그리구, 계순이는 또 누구야?
동규 (놀란다)
수경 계순이, 계순이, 동규 씨 고모님들이 그러던데, 누구야?
동규 …
수경 응?
동규 응, 죽은 사람이야. 우리 친척.
수경 어머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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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바다… 좋지? 한 번 가볼까?
수경 그래.
동규 어딜 가두 우리 고향만한 바다는 없을 것같아.
수경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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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코를 찡긋한다. 비린내가 싫다.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한다. 개가 마구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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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동규 씨, 저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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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수경 바다 쪽을 내다본다. 누군가가 여러 사람들에게 심하게 맞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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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어머 누가 싸운다! 누가 막 맞아! 동규 씨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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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내다본다. 누군지 모르겠는 거리. 민규에게 몰매를 가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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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어머, 저 나쁜 놈들 봐! 여럿이 한 사람을 막 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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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 안 하고 얼굴 가린 채 맞기만 하는 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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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저 사람 쓰러졌어! 동규 씨! 어떡해! 가서 말리자!
동규 가만 좀 있어봐! (혹시 민규인가 싶어 살핀다) 저 나쁜놈!
쓰러진 사람을 짓밟잖아! 야! 이거 봐요! 그만 때려요!
수경 야, 이 나쁜 놈들아! 그만 때려! 동규 씨, 빨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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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급하게 달려 내려간다. 어둠 속으로 도망쳐버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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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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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엉망으로 맞았다. 동규 달려와서 일으킨다. 민규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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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저 나쁜 놈들 다 도망가버렸어! 어머, 이 피 좀 봐!! 여보
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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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얼른 제 손수건을 꺼내려하나 핸드백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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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동규 씨, 손수건! 손수건 꺼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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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동규 호주머니에서 자기 손수건 꺼내 코 터져 피흘리는 민규를 닦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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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민규야, 민규야!
수경 (놀라서 손 멈추고) 자기 동생이야?
동규 민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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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눈 뜬다. 달려온 사람이 큰형인 것을 알자 낭패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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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자기, 동생 맞아, 동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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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놀라서 자기를 바라보는 수경과 화난 동규를 본다. 민규 부어터진 얼
굴을 감추며 분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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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흑흑)
동규 이 자식, 또냐, 또? (너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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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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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꼭 이런 모습만 보여주는 자기가 싫고 이럴 때만 보는 형도 원망스
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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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왜 큰형은 꼭 나, 이럴 때만 봐?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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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주먹으로 땅을 치고는 비틀비틀 일어나 겨우 걸어간다. 가다가 푹 고꾸라진다.놀라는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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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2. 민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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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방. 영규가 군대가기 전에 둘이 같이 쓰던 방이다. 부어터진 민규
를 욕하며 정성껏 돌보는 상옥. 상옥은 동생이 맞고 오자, 울면서 분해한다.
수경이 뒤에서 엉거주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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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걔네들이지, 그지? 동식이 친구들 맞지?
민규 …아니야…
상옥 아니긴 바보야, 뭐가 아냐? 아부지! 그 자식들 맞아요! 가
서 아부지가 패줘요! 아부지가 대신 패준다 그랬잖아요.
동규 상옥이, 조용히 해!
상옥 큰오빠두 책임있어! 큰오빠가 지난번에 때리지 말구 맞기
만 하래서 다 맞은거잖아! 큰오빠가 책임져!! 아부지! 경찰
서 가요! 가서 우리두 고소해 버려요!
큰고모 상옥아!
상옥 그 자식들한테 우리두 돈받아! 우리두 이천만원 물어내라
구 해! 엉엉! 아프지, 민규야, 그지? 아부지, 얘, 입가두 다
찢어졌어! 피가 막 나!
재천 어디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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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억지로 싫다는 민규 입 벌려 안을 살펴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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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안 죽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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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3. 동규 본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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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모와 큰고모가 나오는 수경을 못보고 화들을 낸다.
작은고모 저 놈이 저렇게 일을 치구 다니네! 아이구 징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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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
큰고모 그러게 말이다! 즈이 큰형이 돈 천만원 물어준지가 며칠이
나 됐다구 또 싸움질이야! 또!
수경 !
큰고모 (작은고모 입조심하라고 쿡 치며) 놀랬지? 일루 나와! 여
기 앉아.
수경 …네… (어색하게 나온다)
큰고모 젊은애들은 싸움두 해가며 사는거야, 철들면 인제 말짱해
져.
수경 …
작은고모 …글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순해 빠진놈이 하필이면
오늘 저런 일을 당했네, 그래? 놀랬지? 쟤가 워낙에 말두
없이 순한 앤데 하필이면 오늘 맞구 들어오네 글쎄!
재천 (물수건 짠 대야 갖고 나오며) 안 죽어! 걱정말아!! 사내란
게 남 때렸으면 맞기두 해야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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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휙 대야물을 뿌린다는 게 수경이 바로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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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 수경네 거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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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 계산기를 놓고 서류 검토를 심각하게 하고있는데, 애주 전화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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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 아가씨, 어떻게 되신 거예요?
수한 수경이야? 바꿔!!
애주 (안 주며) 어디 계세요? 아가씨?
수한 (들으라고 크게) 야, 너때문에 우리 집에두 못가구 있잖
냐? 빨리 들어와, 야!
애주 …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오빠랑 제가 오늘 여기서 자구
가죠, 뭐… 애들은 아줌마더러 재우라고 해놨어요… 네,
그렇게 하세요… 끊어요.
수한 걔, 어디 있단 거야?
애주 여보, 여보!! 당신 동생… 시집 가겠다! 지금 그 남자 집에
인사 간 모양이야!
수한 아니, 그렇다구 거기서 자구 온다는거야? (화낸다)
애주 너무 멀어서 오늘 못 온대요!
수한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당신 전화 걸어봐!
애주 전화해서 뭐하게! 그리구 내가 그집 전활 어떻게 알아!
수한 …그 자식 뭐 그러냐? 깔끔은 혼자 떨더니!
애주 멀어서 못 온다는 걸 어떻게 해?
수한 얼마나 깡촌이어서 못 온다는거야?
애주 어지간히 마음에 드나부지, 뭐! 그렇지 않으면 그 성미에
절대 그럴 리 없잖아!
수한 그렇긴 하네… 가보니까, 이건 예상을 훨씬 웃도는 그런
집안이다 혹시 그런 거 아냐?
애주 글세 내 생각두 그래! 여보, 혹시 알만한 집안 아냐?
수한 어디랬지? 영덕? 영덕을 기반으루 한 수산기업이 혹시 어
딘지 알아?
애주 모르겠는데?
수한 아니, 좋다 이거야! 아무리 그래두 자식이 집안 체면이 있
지! 안 그래?
애주 사랑한다는데 체면이 어딨어? 그리구 당신 가만있어요! 아
가씨가 얼른 결혼을 해야 아버님 어머님 하남으루 내려가
실 거구 그래야 우리가 얼른 일루 옮겨올 거 아니예요!
수한 그 하남소리 하지두 말아! 골치 아파.
애주 아유, 김생이! 스케일이 저래 갖구 무슨 사업을 한다구!
수한 청심환같은 거 혹시 있나 좀 찾아봐, 나 머리 진짜 아프단
말야!
애주 아유, 노인네같이 청심환은 자주두 찾더라!
애주, 일어난다.
상옥 안방 문갑 좀 열어봐, 접때 엄마가 거기서 꺼내주는 것 같
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