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부대 근처 빵집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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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빵접시 두고, 동전을 꺼내 세본다. 빵값이 되나 안 되나 하고. 미숙 들
어온다. 얼른 동전 도로 챙겨넣는 영규. 미숙 반가워하며 건너편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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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 오빠, 또 외박 나온거야?
미숙 (놀라서) 왜 그래?
영규 너 내가 뭐랬어? 부대 근처에 절대 얼씬거리지 말라구 했
어, 안 했어?
미숙 …했어.
영규 근데, 왜 이 병장한테 그 딴 거 사보내, 왜?! (화낸다)
미숙 자기가 테이프 급하다구 해서 그랬지 뭐, 괜히 야단이야!
영규 이 자식이 어디서 궁시렁거려, 궁시렁거리기는!
미숙 (불만)
영규 내가 말했지! 군대는 노는 데가 아니라구! 그러니까 절대
루 먼저 연락같은 거 하지 말구, 그저 내가 연락하면 넌
그저 시간 맞춰 딱딱 나오기만 하라구!
미숙 나는 오빠 생각해서…
영규 누가 너더러 니 맘대루 내 생각 해달랬어, 누가?
미숙 (눈을 흘긴다)
영규 이게 어디서 가재미 눈을 뜨구 그래,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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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신문들고 다시 칠려고 하자, 미숙 잽싸게 머리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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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이게 피했어?
미숙 내가 오빠 생각 안 하면 누가 해?
영규 뭐?
미숙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그니까 그건 관두구, 휴가 며칠날
가? 곧 휴가 가지?
영규 (찔끔)
미숙 아버님 잠바 하나 사구 싶은데, 칫수를 모르겠어.
영규 아버님? 누구 아버님?
미숙 오빠네 아버님!
영규 우리 아부지 잠바를 니가 왜 사냐?
미숙 마지막 휴가 때 나 데리구 고향에 인사하러 가기루 했잖
아?
영규 (아차)
미숙 아버님 드릴 좋은 겨울잠바 하나 봐 놨거든. 근데, 데련님
거는 뭘 살지 모르겠어. 난 그 딴 거 안 사봐서, 잘 모르
겠어.
영규 야, 그런 거 살 것 하나두 없어, 관둬. 나 휴가 안가!
미숙 날짜 다 나왔다던데?
영규 안 가, 글쎄.
미숙 왜?
영규 취소됐어!
미숙 왜?
영규 자꾸 묻지 말아!… 기밀사항이야, 임마!
미숙 (빤히 본다)
영규 나 휴가 안가! 그러니까 그 딴 걱정같은 거 너 전혀 할 필
요가 없는 거야. 알았지!
미숙 …알았어.
영규 그리구 너 다시한번 말한다! 분명히 들어? 내가, 이 박 병
장 오빠가 제일 밥맛 없어하는 여자가 누구냐구 하면 마
누라 흉내내는 여자야! 응?! 내가 굶건 먹건, 왜 밥 안 먹
어요! 왜 담배 피워요? 건강에 나빠요! 누구든 이따위 소
리하는 순간, 끝이야. 바루! 싹 도망쳐!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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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불만있어?
미숙 …아니, 없어…
영규 나, 시간없어. 먼저 나갈테니까, 빵값 내구 나와!
S#2. 빵집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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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나와서 한 번 돌아보고 은근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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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아, 쟤…! 안 되겠는데? 이쯤에서 정리해야겠다!
S#3. 빵집
미숙 아줌마! 크림빵 세 개만 더 주세요! 우유두요!
S#4. 동규본가 안방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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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과 동규 안방으로 안내해 들어왔다. 수경, 안내되어 앉으면서 방안을
둘러본다. 초라한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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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모 다리 쭉 뻗고 편히 쉬어! 내 집이다 생각하고 쉬어!
수경 감사합니다.
동규 아버진요?
작은고모 낚시손님 모시고 섬에 가셨다. 손님 내려만 주고 얼른 온
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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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얼른 와서 올케언니한테 인사하라는데 왜 이래?
상옥 보는 게 인사지 뭐, 큰고모는 자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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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부끄럼을 타며 괜히 삐죽한다. 수경, 상옥에게 웃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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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이년이, 그새 시누 티내는 거 좀 봐! (이뻐하며) 네가 올케
언니한테 잘 보여야 시집갈 때 장롱이라두 큰거 한다! 막
둥이는 어디 갔냐? 민규 어딨어?
수경 (민규?)
상옥 몰라요, 아까부터 없어요. (하고 나가버린다)
큰고모 그놈에 자식은 꼭 그렇게 티를 내! 언제구!
수경 …?
큰고모 잇속이 아주 그냥 박속이구나! 이 사람! (이뻐서 또 등쳐
주구 나간다) 조금만 앉아 있거라. 응? 얼른 상들여 올게.
동규 저희 점심했어요, 고모
큰고모 길에서 사먹은 밥이 오죽했겠냐?
동규 우리 고모들 정신을 빼놓지?
수경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 동규 씨!
동규 신경 쓸 거 없어. 다 수경이 반가워서 그러는 거니까.
수경 그런데 동규 씨 어머님은 어디 계세요?
동규 우리 엄마? 여기 계시잖아 인사해..
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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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어디 계신가 보는데 동규가 가르키는 벽에 걸린 영정사진. 수경 놀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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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돌아가셨어? 어머님?
S#5.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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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배 묶어둔 후 뱃전도 정리하고 잡은 생선을 담아들고 급하게 나온다.
친구 씩씩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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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야! 박 선장! 너 돈 벌어놓은 거 많은가부다?
재천 비켜. (지나가려는데)
친구 (막으며) 손님 좀 끌어다 주라구 사정사정할 땐 언제구,
끌어다준 손님 욕먹이는 건 또 뭐야?
재천 나, 굶어죽어두 그런 인간 상대하기 싫어! 뭐 마누라? 안
방지키는 여자들은 차라리 입은 채루 싸구말지, 뱃전에서
치마 안 올려! 재수없이 어디서 노는 여자를 끼구 낚시를
와 궁둥이를 쳐들어? 콱 아주 그냥 그대루 처박을려다가
참은 줄이나 알어!
친구 …(달래듯) 너 이 바닥 떠! 내 솔직히 친구로서 말해주는
데, 너 인제 끝이야! 낚시손님 물속에 내던졌단 소문, 오늘
저녁이면 낚시회마다 다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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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그 활어 빼앗으려 들며) 야, 이거 들구가서 빌어라! 지금
식당에서 옷 말리고 있더라. 노발대발 펄펄 뛰더라만, 비
는 놈한테 어떡하겠냐! 코아래 진상이 제일이라구 이거 들
구 가서, 먹이구 잘못 되었다구 빌어!
재천 (획 밀어버리고) 비켜! 임마! 우리 며느리 먹일거야!
친구 야, 이 인간아! 이 성질드런 뱃놈아!
S#6. 재천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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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만 남은 방이다. 수경, 방안을 유심히 둘러본다. 시골의 못사는 집안 방
안풍경. 주부가 없는, 구식 장롱, 구식 티브이, 벽에 세워진 구식 호마이카
상. 낡은 군용담요가 있어 들춰보면 화투가 있고. 문갑 위에 뭔가가 있어
보니, 조합에서 온 대출금 상환통지서이다. 다른 것도 그런 종류의 독촉장
이다. 수경, 이집 살림형편 한눈에 알만하다. 수경, 살그머니 장롱문을 열어
본다. 꾀죄죄한 이불이 되는대로 구겨져 넣어져 있다. 때에 절은 베개가 툭
하고 떨어진다. 베개를 들어서 급히 쑤셔넣는데 문이 열리고 동규가 부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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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나와. 아부지 오셨어.
S#7. 재천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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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은 다 갔다. 재천, 바다에서 바론 온 낚시뱃꾼의 옷차림이다. 수
경, 나와서 내려서며 얼른 안 보는 척하고 재천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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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아부지. 미스 윤이예요
수경 …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재천 반갑다, 잘 왔다!
작은고모 큰절을 해야지!
큰고모 그래! 동생이 마루로 올라가게!
재천 관두세요, 누님. 무슨 큰절이예요! 니들 점심 전이지?
동규 오다가 국수 하나씩 했어요.
재천 까짓 국수가 끼니가 되냐? 상 좀 보시죠, 누님!
큰고모 다 됐어. 동생이 회만 뜨면 상은 다 봐놨네!
재천 그래요? 어 그럼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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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생선을 꺼내며 다시 수경을 훑고 또 훑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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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키도 알맞구… 날씬하구, 좋구나!
동규 아부지!… (무안하다)
수경 (무안하다)
큰고모 그러게 내 안 그래도 곱다 했어! 우리 박씨 집안에 옛날부
터 인물 가난은 없다니까! 아, 동규 엄마두 곱다소리 듣구
살구, 다 고았지! 계순이 걘 또 얼마나 고았니?
작은고모 아이구 성님은 또 계순이 말은 왜 꺼내? (작게)
수경 …?
큰고모 (얼른 수습하며) 한식군데 언제 알아두 알 걸 뭘 그래?
재천 … 민규는? 민규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