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그대 그리고 나

S#31. 포구 한구석 선착장 (새벽)
동규부가 배를 띄울려고 그물 등을 준비하는데, 민규가 곁에 와서 선다.


동규부          왜 나왔어?
민규, 말없이 아버지를 거든다. 부자가 탄배가 엔진소리를 내며 선착장을 떠나 바다로 간다.
S#32. 새벽바다에 떠있는 작은배
동규부, 그물을 걷는다. 민규도 거든다. 아무 것도 걸리지 않 은 빈그물이 올라온다. 동규부 그물을 손질해서 다시 던져놓으며,

동규부          니 큰형 좋아하는 농어나 한 마리 걸렸으면 좋겠는데!
민규 뱃전에 앉아서 바다만 본다.

민규            아빠…
동규부          뭐?
민규            잘못했어요…
동규부          큰형한테… 다신 안 그러겠다구 말해… 큰형이 애썼어.
민규 대답이 없다. 동규부 그물만 던진다.

동규부          아부지가 보기에 세상사람들은 딱 두 종류야.  참을 줄 아
                는 사람하구, 못 참는 사람. 나? 나는 못  참는 쪽이지. 그
                런데 아부지는 네가 나를 안 닮았으면 좋겠다.
S#33. 여관방 (아침)
영규 느긋하게 누워 와삭와삭 사과를 씹으며 미숙에게 다리 주무르게 하고 있다.

영규            아 시원하다...! 다리는 됐고, 이번엔 발 좀 주물러봐!
발가락을 벌렁 내놓는다.

영규            어제 애들 완전군장에 구보 좀  시켰더니 내 발바닥이 불
                난다. 발바닥만 문지르지 말구, 발가락두  좀 뽑아보구, 왜 
                있잖냐!
미숙, 시키는대로 해본다.

영규            좀더 시원시원해봐!
미숙, 시키는대로 발가락 뽑고.

영규            아야야! (비명) 얘가 사람잡겠네!
미숙            세게 하래며?
영규            세게 하되 부드럽게 하란 말야! 얘가 아주 발가락을 뽑네! 
                뽑아! 관두구 허리나 주물러! 허리! 실시!
영규, 발랑 엎드리고 미숙은 정성껏 주무른다.

영규            아이구 시원하다. 미숙아.  내가 혹시 잠이  들어버리거든, 
                11시까지두 안 일어나면 꼭 깨워줘야 한다? 알았지?
미숙            알았어.
영규            (가물가물하며) 미숙아, 요새 나물장사 잘 되냐?
미숙            괜찮아.
영규            그래, 돈 많이 벌어라. 세상에 믿을 건 돈밖에 없다더라!
영규, 만족해서 잔다.

미숙            (그러는 영규가 귀엽다)
영규            그런데 아무리 나물장사 신나게 해두, 너  손톱이 그게 뭐
                냐? 나물물이 새카맣게 들구!
미숙 얼른 손을 움츠린다.

영규            나야 알지만 모르는 남들은 너 그거 손톱 밑에 때루 알거
                다?
영규 거의 잔다.

영규            그리구 솔직히 너 머리 좀 자주  감아라. 여자가 땀냄새가 
                그게 뭐냐?
미숙, 눈을 흘긴다.
S#34. 동규네 마당
민규와 동규부자가 바케츠에 펄펄뛰는 생선을 잡아서 온다. 민규, 얼굴이 밝다.

민규            누나! 칼 갖구 나와 봐!
상옥            왜?
상옥이 부엌에서 나온다.

민규            이거 봐!
들어올리는 펄펄 뛰는 큰생선.

동규부          민규가 큰형 먹인다구 낚시루 올렸다! 동규야, 나와 봐라!
동규가 양복차림으로 나온다.

상옥            오빠, 이거 구워 줄까? 졸여 줄까? 민규가 잡았대.
동규            아버지 저 갑니다.
동규부          지금 간다구? 아침두 안 먹구?
동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부탁해봐야죠. 나, 간다.
상옥            큰오빠, 아침 먹구 가지 그래?
동규            전화드리겠습니다.
하고 나가버린다.

상옥            밥 뜸만 들면 되는데… (따라나가며)
동규부, 속상하고. 민규, 형이 나가서 들고 있던 생선을 휙 던지듯 놔버린 다. 울 것같은 민규의 얼굴.
S#35. 여관방
군복 다 챙겨입은 영규. 수퍼마켓 봉지에서 크림 꺼내 호주머니에 넣는다.

미숙            근데 오빠, 그 크림은 누구 줄 건데?
영규            이거? 우리 중대장님! 아참 그거 내 회화테이프 새것 아직 
                안 왔니?
미숙            응.
영규            빨리 독촉 좀 해! (하고) 나 간다.
미숙            (섭섭해서 고개만 까딱)
하고는 미숙이마에 뽀뽀를 한다.

영규            너 이마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이뻐!
미숙            (좋아서 픽 웃는다)
영규            진짜 간다!
하고 나가다가 문득 돌며

영규            …2만원만 줘!
미숙            (뾰루퉁)
영규            아, 짜식! 쩨쩨하긴! 갚는다! 갚는다구!  한꺼번에 싹 갚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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