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6. 동규네 안방 (밤)
방, 동규 전화선을 빼서 밖으로 나가려 하나 길지가 않자 그냥 건다. 동규
부 잔다. 동규부, 실눈을 떠서 아들 거는 것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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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E 여보세요, 수경이? 응, 나야…
S#27. 수경거실 (밤)
수경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거기 어디예요? 동규 씨! 시골?
시골은 갑자기 왜 갔는데?
S#28. 동규네 안방 (밤)
동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올라가서 할게. 아무튼 미안해.
수경E 뭔데요, 우선 대강이라두 얘기를 해줘야 하잖아요?
동규 …얘기가 길어… 지금 하구 싶지두 않고….
동규 …끊어.
동규부 (물 한 잔을 마시고는) 너 여자 있냐?
동규 …
동규부 있어?
동규 네.
동규부 결혼할 거냐?
동규 …결혼할 처지가 되야 하는 거죠.
동규부E 무슨 소리야, 그게?
동규 방 한칸두 없는데 하숙방에 데리구 와서 삽니까?
동구부 하숙방이면 어때?
동규 (기가 막히다)
동규부E 뭐하는 여자야?
동규 같은 직장에 있어요.
동규부 몇 살인데?
동규 스물여섯이요
동규부 그럼 돈두 제법 모았겠구나! 그 여자보구 방 한칸 얻으라
구 해! 그럼!
동규 (도로 누워버린다. 돌아눕는다)
동규부 이쁘냐?
동규 (말하기도 싫다)
동규부 여자는 뭐라구 해도 고아야 한다! 뭐 머리가 어떻구 집안
이 어떻구 해두 난 우리 며느리 박색은 사절이야! 키는 얼
마나 크냐? 몇 센티쯤 돼?
동규 (참다 터진다) 아버지. 전 월요일까지 천만원 만들어낼 능
력없어요! 저 월급 세금 떼구 나면 수령액 백 만원두 채
안 돼요! 저 도저히 그 돈 만들어낼 자신없어요!
동규부 …알았어! 걱정마라! 민규놈 검찰루 넘기면 그뿐이니까!
동규 (분해서 본다)
동규부 그래! 아부지는 돈 쟁여둬서 너 등록금 대줬다! 돈 쌓아두
고, 썩어나가게 되서 등록금 대구 하숙비 대구 했어! 그럼!
동규부 월급 받구, 보나스 받구, 다 얻다 쓰구 돈 없단 소리야!
S#29. 여관
S#30. 여관방 (밤)
부대 근처의 여관방. 영규가 급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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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미숙아!
들어와보니 미숙이 꼬부라져 새우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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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이럴 줄 알았지 얘, 이럴 줄 알았다구!
영규, 모자를 벗어 팽개치며, 짜증을 낸다. 미숙 고단한지 입을 조금 벌리고
깊게 자고 있다. 옆으로 누운 바람에 잠바 밖으로 비죽나온 돈 전대가 늘어
져 있다. 영규 미숙의 돈 전대를 슬그머니 만져본다. 미숙 잠결에도 얼른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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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야, 일어나 (귀에다 대고)
미숙 (잠결에) 도라지 한관에 00예요.
영규 더덕은 한관에 얼마예요?
미숙 아줌마, 더덕은 비싸요… 깍지 말아요.
미숙, 잠꼬대하며 돌아눕는다. 영규, 미숙 손을 잡아본다. 나물물이 들어서
새까만 손톱밑. 영규 측은한 심정이다. 영규, 미숙에게 베개를 제대로 베주
고 곁에 팔베개로 벌렁 들어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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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나도 한심하지만, 니 팔자두 참 앞날이 기대된다!
영규, 혼자 나지막하게 휘파람을 분다. 한심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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