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1. 부대 일각
영규 (상대가 늦게 받는 듯) 너 왜 이렇게 늦게 전화를 받는 거
야! 뭐 했어? 받아 적어! 빨리! 준비됐어? 어, 비타민 한
병! 고급으루 사! 그래, 종합 비타민 한병하구, 생일케익하
나 사! 큰 걸루 사! 싸구려루 사지 말구 제대로 된 걸루
사라구! 생일초는 스물일곱 살이니까 거기 맞추구! 네가
누구 생일인지 알아서 뭐해? 그리구, 그거 있다, 크림 있
지, 피부보호용 크림, 그거 하나 사구. 메이커걸루, 알았
지? (상대가 미덥지 않은 듯)….다 적었어? 복창해봐, 뭐뭐
사랬어? 오케이! 그거 사서 밤 열시 정각에 접때 거기 서
있어, 늦지마, 알았어?
영규 가게를 닫긴 뭘 닫아! 아직 아홉시밖에 안 됐는데! 닫았으
면 가서 문드들겨서라두 다 사! 알았어?
S#22. 수경네 거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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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구니들이 가득 들어와 있고 한 거실이다. 수경모 전화를 받고 있고, 가
족들은 차까지 마신 뒤이다. 수경부는 소파에서 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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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미안해, 얘, 글쎄 누가 요즘 회갑 하기나 하니? 그냥 수한
이가 섭섭하다구 해서 수경아빠 친구들 하구 일가친척 몇
집 모여서 점심 한끼 한 거야…. 알았어, 칠순 때는 정식
으루 잔치할테니까, 그때는 내 꼭 초대할게, 응? 미안해..
이해해, 응! 그래, 안녕∼
수경부 누구요? (일어나며)
수경모 내 동창 숙자요, 고단하시면 들어가 주무세요
수경부 그래야겠소. 좀 많이 마셨나부다 내가 오늘. 니들 오늘 고
생했다. 아부지 들어간다?
애주 네 아버님.
애주 그런데 아가씨, 어떻게 되신 거냐구요?
수경 (모른 척, 애주에게 저 먹은 찻잔 내밀며) 뭐가요?
애주 아가씨두 괜히 딴청이셔! 오늘 선보인다구 했잖아요! 오빠
랑 저랑 얼마나 기대했는데요!
수경모 그러게. 아버지두 젊은 사람만 들어오면 자꾸 쳐다보시더
라, 혹시 그 청년인가 싶은지.
수한 야, 너 혹시 완사이드 아니냐? 너 혼자 김치국 마신 거 아
니냐구!
애주 이이는 말을 해두!
수한 그게 아니면 오늘 같은날 왜 안 나타나! 그쪽은 뭐가 아직
확신이 없는데 너 혼자 앞서가는 거 아니냐구!
수경 그래! 그쪽은 아무 감정두 없는데 나 혼자 김치국 들이마
시구 있어. 됐어?
수경모 넌 왜 그러니? 그러잖아두 애가 종일 안절부절 못하구 서
성이던데.
수한 도대체 어떤 건방진 녀석이래요? 우리 수경이를 물먹이다
니!
애주 근데 어머님, 뭐하는 집 아들이래요/
수경모 배 사업한대나봐.
수한 배라뇨?
수경모 고기 잡구 그런 배 말야.
애주 원양어선하는 집인가 부네요! 그럼 잘 살겠네!
수경모 글쎄 자세한 얘긴 나두 못 들었어. 얘 니들 얼른 가라, 인
제. 고단들하겠다.
애주 그래요, 어머님 저희 갈께요. 여보 그거 드려요
수한 뭐? 아 그거?
수경모 뭐냐, 이게?
수한 엄마, 아버지 모시구, 다녀오세요
애주 이이가 나중에 돈 더 많이 벌면 그땐 진짜 멋진 칼리브
유람선 여행시켜 드린대요. 이번은 발리 4박5일루 참아주
세요
수경모 (감격) 수한아, 애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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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아들과 며느리 손을 함께 잡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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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고맙다, 니들.
애주 어머님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지들이 어머님께 늘
감사하죠.
수한 엄머 엄마가 도와주신 덕분에 우리 내달에 일본백화점에
납품 들어가요!
수경모 잘했다. 고맙구! 아부지 겉으론 태연한 척하셔두 회사 그
만두신 뒤 밤에 잠두 잘 못주무시구, 뒤척거리시구 그러
셔. 정말 고맙다. 얘들아.
S#23. 수경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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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많고 옷도 많은 수경의 방 수경, 화가 나 터질 것 같다. 전화를 든다.
신호음 떨어지자, 부지런히 호출기 번호찍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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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기다렸다가) 박동규 씨! 어떻게 된 거예요. 도대체? 하숙
집에서는 오전에 나갔다는 사람이 왜 아직 연락이 없냐구
요! 뭐라구 반응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하다가 걱
정되어서) 동규 씨 진짜 무슨 일 생긴 거예요? 나 걱정돼
죽겠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하루종일 전화 한 통
이 없구, 사람만 우습게 만들구, 우리 오빠가 뭐라는 줄
알아요? 나 보구 혼자 좋아하는거 아니냐구! 그러구 보니
까 혹시 그런거 아닌지 슬그머니 의심되네, 진짜?
S#24. 동규네 안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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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부 잠들어 있다. 잠이 안 와서 슬그머니 일어나는 동규. 전화를 든다.
번호를 찍는다. 통화중이다. 동규, 수화기 놓아버리고 도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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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규 천만원...! (기가 막히다)
S#25. 부대 주둔지 인근 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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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길거리 모퉁이에 미숙이 초조하게 서 있다. 손에는 커다란 케잌 상
자를 들고 수퍼마켓 봉지도 들고, 오래 기다린 듯하다. 헤드라이트가 미숙
을 향해 온다. 유행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미숙의 옷차림과 머리. 차가
다가오자 미숙의 눈이 반가움에 반짝한다. 차에서 영규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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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케잌 샀지?
미숙 왜 이렇게 늦었어?
영규 (케익을 채듯이 빼앗고는) 이거 얼른 우리 중대장님 사모
님께 전해드리구 올테니까, 넌 접때 그 여관 가서 방 하나
잡아놓구 기다려! 한시간 안에 올게!
미숙 오빠 그럼 외박 나온거야?
영규 응!
미숙 이건 안 갖구가?
영규 그건 갖구 있어! 자지 말구 기다려, 알았지?
미숙 응! 알았어, 얼른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