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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만 죽는 세상…황동혁이 '오징어 게임3'에 심은 현실 [인터뷰M]

기사입력2025-06-30 16:25
역대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이자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오징어 게임' 시즌1. 공개 18일 만에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인기 순위 3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핑크빛 신드롬을 일으킨 시즌2.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시즌3까지. 무려 5년간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들어 낸 황동혁 감독을 만났다.

약자만 죽는 세상…황동혁이 '오징어 게임3'에 심은 현실 [인터뷰M]

시즌1은 동심이 담긴 추억의 놀이를 무한 경쟁 사회에 빗대어 서바이벌 게임으로 재해석하며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냈다. 시즌2는 O와 X, 양극단으로 나뉜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에 만연한 편가르기를 꼬집었다. 이어 시즌3에서는 더욱 심화된 갈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본성을 드러내며 '인간성의 유무', '존재의 가치', '희망을 지켜낼 의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시즌의 게임 구성은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인 충돌과 죽음이 오가는 구조로 변모했다. 황 감독은 "술래잡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구조상 결국 상대방을 직접 죽이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세게 느껴질까 고민도 되어 장난감 칼 같은 소품을 넣어 게임처럼 보이게 만들려 노력했다. 시즌1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구슬치기'처럼, 시즌3에서도 네 번째 게임에 극적 전환을 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즌3는 시리즈의 완결 편인 만큼, 그 부담도 상당했다. 황 감독은 "시즌2와 3는 본래 하나의 이야기였다. 시즌1은 아무 기대 없이 툭 튀어나와 열광을 받았지만, 이후 시청자들의 시선이 다각도로 나뉘기 시작했다. 사회적 메시지를 보는 이들, 게임 자체를 즐기는 이들, 캐릭터에 몰입하는 이들… 기대가 다 달랐다. 그래서 시즌3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가장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기대가 응집된 결말이기 때문에 가장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실망하는 분들도 이해하고, 그럴 권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만든 것도 결국 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에서 다뤄지지 않은 게임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황 감독은 "얼핏 생각하면 모든 게임이 다 '오징어 게임'에 넣어도 될 것 같지만 막상 녹여내려면 어려운 지점이 있더라. '우리집에 왜 왔니', '동대문을 열어라' 같은 게임들도 고려했지만, 실제로 게임화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승패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인물 서사를 녹이기 어렵고, 주체적인 선택이 부재한 우연 요소가 강해지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가위바위보만 반복되면 한계가 있고, 동대문 게임도 단순히 우연히 걸리면 죽는 구조가 돼버려 설득력이 떨어졌다. 결국 탈락 방식을 드라마와 잘 연결할 수 있는 게임만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1 마지막에 보여진 참가자 대기실의 벽면에는 시즌1에서 했던 게임의 이미지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번 시즌의 디자인은 그와 달랐다. 황동혁 감독은 이스트에그를 넣었음을 알리며 "십자가 모양의 체스판은 묘지를 상징한다. 또한 벽면에는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죽지만 그게 내일은 너의 차례라는 의미를 담았다. 마지막 게임도 약자를 밀어내는 게임이다. 지금 우리 세상이 재난과 고통이 닥쳤을 때 먼저 희생되는 약자들의 현실을 담고 싶었다. 마지막 게임을 시작하기 전 텅 빈 숙소에서 그 문자들이 보이기를 바랬다. 아시는 분들만 아시라는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읽는 장면이나 훑어주는 장면은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배경도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낡고 무너지는 기둥은 우리 사회 구조를 상징한다. 겉으로는 '안전 제일'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구조 위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싶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외치지만 성장과 발전만을 위해 탐욕스럽게 살아가는 사회는 안전은 사라지고 약자들의 희생만 보여지는 모습이기에 공사장 위의 모습이 우리 사는 곳과 닮았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게임에서 약자를 밀어내는 구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사회가 약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굴러간다고 본다. 가장 먼저 탈락하고 가장 먼저 고통받는 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안에서 각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했고, 그것이 '오징어 게임'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게임에 참가한 기훈,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든 프론트맨, 그리고 그 잔혹한 게임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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