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이자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오징어 게임' 시즌1. 그리고 공개 18일 만에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인기 순위 3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핑크빛 신드롬을 일으킨 시즌2. 그 뒤를 잇는 시즌3까지. 무려 5년간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만들어 낸 황동혁 감독을 만났다.
!['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 결국 결말 바꾼 이유 [인터뷰M]](//talkimg.imbc.com/TVianUpload/tvian/TViews/image/2025/06/30/c2a651f4-5ea4-45e3-baab-ab0a2333603a.jpg)
시즌1은 동심이 담긴 추억의 놀이를 무한 경쟁 사회에 빗대어 서바이벌 게임으로 재해석하며 극단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을 던졌다. 시즌2에서는 O와 X, 양극단으로 나뉜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에 만연한 편가르기를 날카롭게 짚었다. 그리고 시즌3에서는 한층 더 심화된 갈등 속에서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성의 유무', '존재의 가치', '희망을 지켜낼 의지'를 묻는다.
이번 시즌3 결말을 두고 시청자 반응이 갈리는 가운데, 원래는 해피엔딩을 구상했던 게 아니었냐는 질문에 황동혁 감독은 "시즌2를 구상하면서 습관적으로 해피엔딩을 떠올렸던 것 같다. 처음 막연하게는 기훈이 다시 게임에 뛰어들어 게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 일부를 구출하고, 자신은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식의 스토리를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를 자문하게 됐고, 결국 "기훈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1을 만들 때보다 지금 세상이 더 안 좋아졌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으며, 전쟁은 확산되고 기후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바꿀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지금의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성기훈이라는 평범하고 평균 이하의 인물이 그런 시대에 희생과 책임을 떠안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에 맞다고 생각해 결말을 바꾸게 됐다"며 결말을 해피엔딩이 아닌 죽음으로 매듭짓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시즌2~3에서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 '아기' 캐릭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황 감독은 "그 아기는 미래 세대의 상징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자포자기 상태고, 1세대보다 더 잘 살 수 없다는 생각에 희망을 잃었다. 그런 세상에선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세상을 다음 세대에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아기를 등장시켰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생기는 갈등과 그 아이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가 참가자 중 하나로 등장한 설정에 대해서는 "프론트맨이 그 아이를 게임에 넣은 이유는 단순히 잔혹함 때문만은 아니다. 성기훈에게 칼을 주며 아이와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먼저 해치우라는 말을 하는데 그건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그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프론트맨의 작고 인간적인 마음도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준호 캐릭터의 분량이 적었다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약간 맥거핀이었다. 사실 처음 구상할 땐 해피엔딩 쪽이라 준호와 그가 속한 팀이 섬을 찾아 경찰과 함께 게임을 끝내는 전개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기훈의 결말이 바뀌면서 준호의 역할도 함께 조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의 마지막에 준호가 도착해 형 인호가 우승자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꼭 넣고 싶었다. 준호는 그 세계의 진실을 이해하고 있고, 형과 게임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기 때문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황 감독은 "준호에게 아이를 맡긴 이유는 그가 이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가족이자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육아 경험은 없을 수 있어도, 456억이라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사람이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주실 선생님(인호와 준호의 엄마 역할을 연기한 배우)이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 할머니 역할로 함께했다면 더 뭉클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게임에 참가한 기훈,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든 프론트맨,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