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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기사입력2016-11-22 15:30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드라마 대 드라마 - 이야기가 주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존재감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아주 잠시라도, 그게 거짓이라도, 내가 되고 싶은지.” 지난 21일(월) MBC 새 월화특별기획 <불야성>이 베일을 벗었다.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 그 빛의 주인이 되려는 서이경(이요원)과 그녀를 사랑한 박건우(진구), 흙수저의 굴레를 벗고 싶어 하는 이세진(유이)의 엇갈린 관계를 예고하면서 첫 회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갔다.

여기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 같은 여인 서이경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이세진의 만남은 심상치 않은 조합을 예고하면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대역’과 뒤에 숨은 실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요즘, <불야성>이 던지는 메시지는 드라마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전개와 인물들의 욕망이 점철되면서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마치 서로를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존재를 바꾼 드라마 속 인물은 누가 있었고, 그들의 결말은 어땠을까?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주는걸까? 사랑과 욕망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타인이 되고 싶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녀는 예뻤다>와 <불야성>를 나란히 살펴보자.


▶ ‘환상 혹은 욕망 지키기’ 김혜진-민하리 VS 서이경-이세진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흔히 한 번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를 누리고 싶을 때, 혹은 내가 해야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떠맡기고 싶을 때 드는 생각이다.

2015년 방송된 MBC <그녀는 예뻤다> 역시 여주인공 김혜진(황정음)이 친구에게 자신의 ‘대역’을 부탁하면서 이야기의 시작을 펼쳤다. 어렸을 때는 예쁘고 똑똑했던 그녀는 가박한 현실 앞에서 외모 가꾸기를 포기한 채 눈물겨운 청년들을 대표하는 삼포세대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지성준(박서준)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혜진은 미녀 친구인 민하리(고준희)에게 약속 장소로 나가줄 것을 부탁한다. ‘한 번’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만남이었지만, 성준이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고, 혜진이 그런 성준이 있는 회사로 취직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친다.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혜진은 ‘같은 이름의 타인’으로 성준과 티격태격하는 오피스라이프를 보내게 된다.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불야성> 역시 외모는 고급스러운 부잣집 아가씨지만 실제는 빠듯한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이세진(유이)이 서이경(이요원)에게 ‘대역 제안’을 받으면서 비슷한 맥락을 가져간다.

이경은 돈을 위해 여자친구 대행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동시에 배짱까지 갖춘 세진의 역량을 눈여겨본다. 이경 역시 채무자와 간 큰 러시안룰렛 대결을 펼칠 만큼 큰 배포의 소유자로, 이경은 아직은 새싹에 불과한 세진을 자신 아래로 끌어들여 대역을 세운다.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이러한 네 여자의 행보는 시청자는 ‘알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이 주는 괴리감을 통해 재미를 창출한다. 즉 가짜 혜진을 연기하고 있는 하리에게는 더없이 천사같은 지성준이 회사에 있는 진짜 혜진에게는 차가운 독설남의 모습을 보일 때, 시청자들은 답답해하면서도 진실을 알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이런 ‘가짜 세우기’가 과연 언제쯤 만천하게 밝혀질 것인지 진실 폭로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초침이 움직이는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긴장감이 높아진다. 물론 이와 같은 폭로는 인물들이 만들어 놓은 ‘가짜 진실’이 그럴듯하면 그럴듯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 누가 진짜?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 후반부를 주름 잡는(잡을) ‘관전 포인트’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하지만 영원히 이어지는 거짓말은 없다. <그녀는 예뻤다>의 민하리는 자신을 첫사랑 김혜진으로만 보고 있는 지성준에게 “내가 첫사랑이라서 좋은 거냐”며 마음을 종종 확인한다.

그에게 자신의 존재가 ‘첫사랑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 사람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남장여자 드라마로 인기를 모았던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극중 고은찬(윤은혜)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상대 한결(공유) 앞에서 ‘남자’였던 입장이었기에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뒤에서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이처럼 점점 거짓말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점차 커질수록 무게감에 휘청거리게 되고, 진실과의 괴리감은 ‘대역’들의 필수코스다. 이경을 향한 ‘동경’으로 그녀의 대역이 된 세진 역시 이 과정을 피할 수는 없다.

물론 영원한 비밀이 없는 세상의 이치와 같이 모든 진실은 드라마 안에서 폭로되고, 이들로 인해 잘못 놓였던 퍼즐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간다. 필요에 의해 대역을 세운다-거짓말과 오해가 불거져 사건사고를 이룬다-폭로된다-해결된다. 갈등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역’ 드라마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드라마 대 드라마] '타인'이 되고 싶은 두 여자, <불야성> VS <그녀는 예뻤다>

대역을 맡긴 주인공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제야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반대로 대역이 된 주인공들 역시 ‘타인의 삶’에서는 알 수 없었던 스스로의 자아를 확립하면서 한층 성숙해진다.

물론 모든 대역과 그 드라마들이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진실을 비튼다는 것 자체는 사실 속는 사람의 입장에선 유쾌한 일이 아니며 관계의 기만이 된다. 하지만 ‘사필귀정으로 이어지는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상상의 세계이기에, 시청자들이 여기서 현실을 투영하고 ‘가짜’라는 존재들이 서사하는 진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iMBC연예 차수현 | 사진 화면캡쳐 MBC,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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