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류와 디지털 저작권
하 동 근 iMBC 대표이사

한류의 가장 큰 진원지는 일본이다. KBS `겨울연가'로 시작된 일본 내 한류열풍은 `욘사마 신드롬'을 정점으로 한국의 다른 스타와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숨쉴 틈 없이 몰아치고 있다.

TV의 한류 열풍은 자연스럽게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 등 디지털 방송콘텐츠 부문의 일본 수출은 놀랄만한 성장을 이뤘다. 드라마 방영보다 한 발 늦게 시작된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수출은 한류의 저변을 더욱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한류열풍의 대상이 30~60대 여성이라면 인터넷이용자는 10~20대 젊은 네티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야후재팬에서는 일본에서 TV로는 방영되지 않았던 MBC드라마 `1%의 어떤 것'을 VOD로 서비스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한류열풍이 해외에서 중요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재, 우리 문화 콘텐츠의 해외 저작권 침해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1년 전 미국무역대표부는 한국이 영상, 음악 콘텐츠 불법 유통을 적절하게 막지 못했다며 우리나라를 `우선감시대상국(PWL-Priority Watch List)'으로 발표했는데 미국이 자국 문화 콘텐츠 보호를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류 덕에 문화 콘텐츠의 수출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의 걱정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우리 문화 콘텐츠의 해외 불법 유통 사례는 크게 `복제권 침해'와 `전송권 침해'로 나눠볼 수 있다. `복제권 침해'에는 비디오테이프 등 `아날로그 복제'와 VCD 등 디지털 매체로 변환시키는 `디지털복제'가 있고, `전송권 침해'는 `스트리밍 전송'과 `파일 전송' 등 두 가지 경우에서 나타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로 복제하고, 이를 전송하는 것은 복제권 및 전송권을 포괄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류의 가장 거대한 시장으로 지목됐던 중국은 자국내 저작권법이 국제 수준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낮아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가 빈번한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영화, 음반 등이 수천만개씩 무단 복제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온에어된 방송콘텐츠를 그대로 실시간 불법전송하는 경우가 발생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미주 지역 역시 여러 형태의 불법 콘텐츠 유통이 자행되고 있다. 그 예로 캐나다 교포로 추정되는 사업자가 운영하는 `팝드라마'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는 한국 콘텐츠와 콘텐츠 리스트가 서버에 저장되고, 중앙 서버에서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2P'임을 내세우며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유명 포털업체가 해당 판권을 갖지 않은 사업자와 판권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해지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처럼 수출입업자의 이해 부족과 잘못된 저작권법 해석으로 인해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콘텐츠의 해외 불법 유통으로 어렵게 형성된 한류 수출의 길이 막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해외의 저작권 침해는 각 국의 상이한 법체계와 막대한 소송비용 등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들의 경우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WTO'나 `WTOTRIPs(WTO 내 지적재산권 보호협정)' 등을 통해 통상 압력까지 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정부가 나서서 해당 국가와의 협정, 협력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함께 저작권 보호가 동반되는 체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류를 아시아 전역의 완전한 대표 문화로 자리잡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