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임근호·구수진기자] 지난달 6일 코엑스 아트홀에서 가진 이순재와의 인터뷰. 당시 이순재는 "미니홈피를 가지고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 "인터넷이랑은 거리가 멀어. 겨우 뉴스나 찾아보는 정도지. 미니홈피? 그런건 잘 몰라."

그렇다면 이순재는 거짓말을 했다. 최근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는 최고 인기홈피가 바로 '이순재 여성...입니다'이기 때문이다. 일촌평도 그럴싸하다.  

'할아버지 도자기 제가 그런거 아니에요' (손자냐 김범)

'아버지 제목쫌 바꾸세요. 이게 뭐에요' (괴물식신 이준하)

'아버님 음악은 어떻게 등록 할까~~요!? (며느리 박해미)

'당신도 싸이해요?' (여사 나문희)

영락없는 이순재 미니홈피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순재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아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폐인들이 만들어낸 가짜 미니홈피다. 가짜홈피를 살펴보면 이순재 외에도 이윤호, 나문희, 박해미 등 다양하다.

UCC(User Created Contents) 시대가 열렸다. 유저가 만든 컨텐츠라 해서 이름 붙여진 UCC. '~하이킥' 폐인이 만드는 가짜 미니홈피도, '주몽' 마니아가 만드는 패러디 사진도, '마빡이' 애청자들이 올리는 동영상도 넓은 의미에서 UCC의 일종이다.

그 중에서도 UCC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프로그램은 단연 '~ 하이킥'이다. 하이킥 UCC를 보면 '미니홈피', '월간 하이킥', '하이킥 폐인 능력평가', '하이킥 동영상' 등 종류도 많다. TV는 네티즌에게 꺼리를 제공하고, 네티즌은 TV에 영감을 제공하고. 쌍방향으로 펼쳐지는 하이킥 UCC.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진단했다.

 ◆ "하이킥 일등공신 'UCC'"  

사실 '~하이킥'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방송 한달 동안 시청률 한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순간 두자리 숫자를 기록하더니 날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하이킥' 관계자는 마니아들, 일명 하이킥 폐인들이 직접 만들어 올린 UCC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하이킥 폐인의 '아지트'라 할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하이킥 갤러리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UCC가 올라와 배꼽을 빼놓고 있다. 그날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기본, 네티즌이 직접 재구성한 UCC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업데이트된다.

◆ "하이킥 폐인시험? 맞춰봐!"

이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UCC는 바로 '하이킥 폐인능력평가'다. "어릴적 문희가 순재네서 무엇을 했는가", "이준하가 간만에 취직했다. 회사 이름은?" 등 난이도가 낮은 문제에서 부터 "하이킥 44회에서 민용이가 민정에게 제안한 이문세 콘서트 시간은?", "순재가 방송에서 당한 굴욕 3가지는 무엇인가" 등의 어려운 문제까지 총 16문항이다.

뿐만 아니다. 이 외에도 하이킥 캐릭터의 특징을 거침없이 잡아낸 미니홈피 일촌평, 시트콤 속 굵직한 에피소드를 묶어 만든 월간 하이킥 등이 화제다. '야동순재', '괴물준하', '사육해미', '꽈당민정', '하숙범이', '랜덤준이' 등 별명을 통해 재생산한 동영상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UCC다.

◆ "그들만의 거침없는 문화? 2% 부족해"  

거침없는 '하이킥'의 거침없는 'UCC'. 물론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만의 문화'라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하이킥 폐인평가'만 봐도 그렇다. 평소 방송을 열심히 보지 않았다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반면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마빡이' 동영상은 다르다. '마빡이'만 안다면 쉽게 즐길 수 있다.     

인터넷 컨텐츠 전문가 김창환씨는 '공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하이킥 UCC는 방송과 인터넷을 쌍방향으로 소통시키며 새로운 즐길거리를 만들었다"며 하이킥 UCC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하이킥 UCC가 그들만의 문화, 즉 마니아 문화로 남는다면 생명력은 길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들의 UCC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감'이라는 코드가 필수적이다"는 지적도 남겼다.

soojeen@sportsseoul.com

<사진 ｜ 디씨인사이드 거침없이 하이킥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