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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아버지, 우리들의 아버지'
“아버지는 벽과 같은 존재였어요.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때로는 든든한 버팀목과도 같았지요.”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의 지난 31일 방송분에서 여주인공 마리(김효진)는 병상의 아버지를 보며 씁쓸하게 고백한다. 

비단 마리의 회상만이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언제나 자식들에게 단 한마디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물음표 같은 존재이기에 각각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강호 아버지, 한국의 전형적 아버지

MBC ‘신입사원’을 보면 강호(문정혁)의 아버지 강철(박칠용)은 자식에게 뺨을 부비며 다정하게 속삭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 모습이다. 

강철은 한심하게 집안에서만 빈둥거리는 백수 아들이 못미더워 때로는 호통을 치기도 하고 뺨을 때리기도 하지만 뒤돌아서는 취업하지 못한 아들의 처지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한다. 

축 처진 어깨의 아들을 보다 못해 꼬깃꼬깃 모아둔 자신의 비상금 2만원을 쥐어주기도 하고, 아들에게 면접용 새 양복을 사 주면서 자신은 쓰레기통에 버린 헌 구두를 다시 주워 신는다. 

“서툴지만 뚝배기같이 따스한 아버지의 사랑이 있기에 강호가 그만큼 꿋꿋할 수 있었다”, “강호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들을 본다”는 시청자들의 감상이 줄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봉삼 어버지, 버림받은 아버지

강호의 아버지가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라면 극중 강호의 라이벌 봉삼(오지호)에게 아버지는 트라우마와 상처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봉삼의 아버지 이일만(김연민)은 자식에 대해 무책임하며 때로는 자신의 화풀이를 위해 봉삼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결국 이일만은 봉삼에게 아버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냉정하게 버림받게 된다. 

이러한 아버지상은 어쩌면 아버지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책임지지 못한 실패한 아버지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승완, 아버지를 배우는 '덜 자란 아버지'

‘덜 자란 아버지’, 혹은 ‘아버지 역할에 익숙하지 못한 아버지’라는 맥락에서 MBC ‘원더풀 라이프’의 승완(김재원)도 비슷하지만 그는 적어도 아버지라는 자리를 피해 가지는 않는다. 

세진(유진)과의 우연한 하룻밤 때문에 실수로 ‘아이가 아이를 낳는’ 사고를 친 승완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딸이라고 선고받은(?) 신비(정다빈)를 통해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 혹은 ‘어른이 되어 가는 것’에 대해 배운다. 

수한, 주부의 고충을 공부하는 아버지

SBS '불량주부'의 구수한(손창민) 역시 직장을 나가는 아내 대신 전업주부로 들어서면서 아버지라는 자리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배워간다. 

그는 직장을 다닐 때 잠시 집에 들어와 귀여워 해주면 그만이었던 딸 송이(이영유)를 이제 자신이 키우는 입장이 되자 ‘아이는 결코 혼자 크는 것이 아니다’는 새삼스런 진리를 뼈저리게 체험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과 같은 육아와 가사에서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발견 못했던 딸 송이의 새로운 모습에 새록새록 아버지로서, 또 주부로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두일, 착취당하는 소외된 아버지

이 모든 드라마들이 비록 조금씩 모자라지만 마음 한구석은 따스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면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그 출발부터가 전혀 다르다. 

여기서의 아버지 상은 극중 ‘흡혈귀 가족들에게 착취당하는 불쌍한 두일(이두일)’의 모습으로 풍자된다. 

이 시트콤의 작가 신정구씨는 두일의 캐릭터 설정을 두고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두일처럼 아무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된다”며 “아버지가 된 순간부터 가족들에게 착취당하며, 자식과 가족을 위해 무조건 모든 걸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지워지는 게 현실의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녕, 프란체스카’는 흡혈귀 가족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가족에게 소외된 현대의 아버지’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 그리고 나의 아버지

“모든 사람이 내 아버지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도, 나쁜 사람이라고도 말 할 수 있지만 그는 내겐 그냥 아버지일 뿐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로드 투 퍼디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살인자이자 킬러인 자신의 아버지 뒷모습을 보고 이렇게 읊조린다. 

세상에 있는 아들과 딸의 수만큼 아버지라는 존재는 다양한 기억으로 갈무리 되고, 또 그만큼 다양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찾아와 살며시 가슴을 울린다. 

/석현혜 기자  acti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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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1 (금)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




2005-04-0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