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조를 미워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던 대표적인 인물인 이승경은 공민왕 9년(1360)에,
정세운은 공민왕 11년에 각각 죽었다. 이들이 살아있을 때에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편조는
공민왕의 비호 아래 도피생활을 하다가 이승경과 정세운이 죽은 뒤에 다시 고려 정계에
모습을 나타냈다. 재등장 이전까지 편조는 머리를 기르고 세상을 떠돌며 고행을 일삼으며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세운이 죽은 뒤에야 편조가 다시 나타났다는 기록을 되새겨보면 그는 아마 홍건적의 2차 침입을 격퇴하고 왕이 개경으로 돌아온 다음에 공민왕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대체로 공민왕 12년 전후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려사]의 신돈 전기에 따르면 편조는 이즈음 왕을 다시 찾았고, 비로소 정권을 장악하였다. 왕은 그에게 청한거사(淸閑居士)라는 호를 내리고, 사부(師傅)라고 부르면서 국정에 대하여 자문하였는데, 편조의 말이라면 따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고려사]의 공민왕 세가(世家 - 일대기)에는 공민왕이 편조를 사부로 삼아 국정에 대해
자문한 때가 공민왕 14년(1365) 5월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고려사?의 다른 기록과
비교하여 당시 정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신돈이 고려 정계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보다 2개월 빠른 공민왕 14년 3월이 확실하다. 연저수종공신 출신으로
공민왕의 최측근이었던 유숙(柳淑)의 전기에는 그가 신돈의 뜻을 거슬러 파면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때가 공민왕 14년 3월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