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죽는 순간까지 잠시도 공주 곁을 떠나지 않았던 공민왕은 매우 비통해 하였다.
찬성사 최영이 다른 궁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권유하였으나 거절하였다.

공민왕은 3일간 조회를 정지하고, 공주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임시 관청을 17개나
설치하였다. 여러 관청에 명령을 내려 제사상을 차리게 하였는데, 상을 잘 차리면
포상하였다. 이에 각 관청에서는 앞다투어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제사상을 차렸고,
심지어는 빚을 내어 제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공민왕은 공주의 장례를 맞아 불교행사를 크게 벌였다. 매 7일마다
여러 스님들에게 범패(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로 커다란 불교 행사에서 주로 부른다)
를 하면서 공주의 영혼이 실린 수레를 따라 빈소로부터 절 문까지 가게 했는데, 깃발이
길을 덮고, 징과 북소리가 하늘높이 울렸다. 수놓은 비단으로 절 전체를 덮었고, 금은과
비단을 늘어놓아 주위에서 보는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노국공주의 장례는 충렬왕의 부인인 제국대장공주의 예에 따라서 치렀는데,
극도로 사치스럽게 하여 국고가 텅 비었다. 애초에 왕은 불교식대로 공주를 화장하려
하였으나 시중인 유탁이 반대하였기에 그만두었다.

노국공주는 4월에 송악산 서쪽 봉명산 기슭의 정릉(正陵)에 묻혔다. 신하들은 공주에게
인덕공명자예선안왕태후(仁德恭明慈睿宣安王太后)라는 칭호를 올렸다. 공민왕 16년에는
원나라에서 공주를 추증하여 노국휘익대장공주(魯國徽翼大長公主)라고 하였는데 왕이
이인복과 이색에게 이를 고치도록 명령하여 휘익을 휘의(徽懿)로 고쳤다. 공주의 명복을
비는 절은 정릉 근처에 있는 운암사(雲岩寺)로 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