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또다른 외척으로는 경천흥과 김원명, 김속명(金續命) 형제가 있다. 경천흥은 공민왕의 어머니인 명덕태후의 언니의 외손자가 되는데, 3년 6월에 군부판서에 올랐다. 김원명?김속명 형제는 아버지의 고모가 명덕태후의 어머니였다. 김원명과 김속명은 공민왕 4년 윤 정월에 각각 감찰집의와 좌부대언에 임명되었다.

이들은 모두 명덕태후를 매개로 왕과 혈연관계가 맺어지는 외척세력이었다. 당시 명덕태후는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들과 수시로 만났고, 그런 가운데 왕과 외척세력의
유대가 깊어졌다. 이들 중 특히 홍언박, 경천흥, 김속명은 명망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공민왕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던 각각의 세력들은 서로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지니고 있었다. 그중 연저수종공신들은 왕과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하였으므로 사적인
친분관계를 갖고 있었고, 왕의 외척세력들은 혈연관계를 매개로 사적으로 맺어지는
존재들이었으므로 공민왕의 정치적 이해에 민감하게 공동대처하면서 같은 입장에
설 수 있었다.

한편 이들 세력 중에는 이제현, 홍언박, 유숙 등 과거 합격자들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유학자(儒學者)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에 이념적으로 유사한 성향을 가졌고,
개혁의 지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 찬성사(贊成事) : 국무를 전반적으로 관장하였던 첨의부의 종2품 재상.
  첨의평리(僉議評理) : 첨의부의 종2품 재상, 찬성사보다는 하위이다.
  군부판서(軍簿判書) : 무반의 인사와 군사 관계 업무를 담당했던 군부사의 장관
  감찰집의(監察執義) : 정치를 집요하게 논하고, 풍속을 교정하며 규찰하고 탄핵하는
                               업무를 맡았던 감찰사의 차관
  좌부대언(左副代言) : 밀직사(密直司)의 하층에 있으면서 국왕의 의사를 대변하였던
                               정3품의 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