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에 수록되어 있는 신돈 전기의 기록에 따르면 편조는 공민왕의 꿈에 먼저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왕은 누군가의 칼에 찔릴뻔했던 자신을 어떤 스님이 구해주어 화를 면하는
꿈을 꾸었다. 때마침 김원명이 누군가를 데리고 왔는데, 그의 모습이 꿈에서 본 스님과
닮아서 왕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왕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열변이 마음에
들어서 이후 몰래 궁으로 불러서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왕과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바로 편조였다.

왕은 편조를 매우 존중하여 그에게 주는 의복이나 음식을 반드시 정결하게 하였고, 심지어는 버선을 머리 위까지 받들어 올려 존경을 표시하였다. 이를 본 평장사 이승경(李承慶, 이인복, 이인임의 종숙)이 “나라를 어지럽힐 자는 바로 이 중이다”라고 하며 미워하였고, 군부판서
정세운도 그가 요사스러운 중이라고 하면서 죽이려고 했으므로 왕이 편조를 몰래 피신시켰다.

이승경은 원나라에서 벼슬하다가 공민왕 6년에 모친상을 당하여 귀국했다가 상을 치르고
나서도 원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공민왕 8년 정월에 평장사 벼슬을 받았다. 그는 그해 말
홍건적의 1차 침입을 맞아 종군하였고, 이듬해 윤5월에 죽었다. 따라서 이승경이 편조에
대해서 평할 수 있었던 때는 모친상을 치르고 난 뒤로부터 홍건적의 침입에 맞서 싸우기
전까지의 기간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따라서 신돈이 공민왕과 처음 접촉했던 때를
공민왕 7년~8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또 [고려사] 형법지(刑法志)에는 공민왕 8년 4월에 중방(重房, 고려의 중앙군 최고
지휘관들의 회의 기구)에서 승려가 궁궐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것을 금하라고 왕에게
건의하여 왕이 이를 수용하는 기록이 있다. 승려가 궁궐에 출입하는 것이 공민왕 8년에
이르러 문제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때를 즈음하여 공민왕과 편조의 접촉도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