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신의 난 이후 부원세력이 표면상 크게 강화되는 가운데 공민왕의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는 세력들도 성장하면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였다. 우선 공민왕 추대운동을 벌였던
유학자 관료집단은 여전히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이제현은 공민왕 3년(1354) 12월에
세번째로 수상에 올랐고, 윤택(尹澤)은 공민왕 즉위 후 곧 은퇴했지만 왕과 자주 접촉하였고, 백문보(白文寶), 안보(安輔)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곡(李穀)의 아들인 이색(李穡)이
고려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이어 원나라 과거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면서 주목받았고,
김경직(金敬直)도 상당한 정치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한편 연저수종공신들은 조일신의 난에 연루되어 제거된 사람이 여럿 있기도 했지만
유숙(柳淑) 등 핵심 인물이 그러했듯이 왕의 측근에 있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왕과의 유대관계를 굳힘으로써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