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원나라는 크게 반발하여 고려 사신을 가두고, 80만의 군대를 내어 토벌하겠다면서 고려를 위협하였다. 당시 원나라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려가
원나라와 일전을 불사할 준비를 갖추고 있지는 못하였다. 이에 공민왕은 다시 원나라 연호를
사용하고, 서쪽을 공격했던 인당을 목베어 사과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 하였다.
그러면서도 북쪽의 경비를 엄하게 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공민왕이 반원개혁운동을 벌일 당시 왕은 염제신을 북쪽으로 보내어 주둔하게 했는데,
개혁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때가 되자 수습을 위한 희생양으로
인당을 지목하여 제거할 것을 염제신에게 명령하였고, 그는 계책을 내어 인당의 목을 베었다. 또 염제신이 북쪽에 주둔하고 있을 때 원나라에서 보낸 사신이 국경에 도달하여 사태의
전말을 물었는데, 염제신은 사신에게 “기씨가 나라를 뒤집어엎으려 해서 먼저 토벌하고
나중에 알리려고 하였다”고 변명함으로써 원나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사태를 무마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같은 해 9월에 왕은 염제신을 서북면(지금의 평안도 일대) 도원수로 임명하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원나라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였다. 공민왕은 그를 임명하면서 “공이 간 후에
나는 북방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고 말한 뒤 “공은 나의 만리장성이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하였다. 이때 공민왕은 장수로서 염제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을 뿐 아니라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던 염제신의 외교적 능력까지도 크게 신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